폴 윤 NASA 태양계 앰베서더, 韓·美 오가며 과학대중화의 가치 설파
"한국 과학자도 실력으로 타분야와 경쟁해 과학도 양성할 것" 주문

말투에 거침이 없고 열정이 넘친다. 미국인들이 코미디언이라고 할 정도로 자유롭고 유쾌하다. 일행과 대화를 하다가 기차를 놓치거나, 식사를 뒷전으로 미룰 정도로 대화에 집중하는 진지한 모습도 있다. 

약 700명의 NASA(미 항공우주국) 태양계 앰베서더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폴 윤(Paul Yun) 엘카미노대 교수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대중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폴 교수는 최근방한해 국립중앙과학관, 한국천문연구원 등 국내 11개 기관에서 강연하면서 대중들에게 NASA의 화성탐사미션과 우주과학에 대해 대중들에게 알렸다.

폴 교수는 UC 버클리 수학과, UCLA 수학과 대학원, 하버드대 교육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지난 1999년부터 엘카미노대학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SAT, GRE, GMAT 출제위원을 활동했으며, 3차례 하버드대 상시 입시 사정관을 맡았다. 또 2012년부터 NASA 앰베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화성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지금 있는 곳이 지구인지 화성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며 항상 화성 탐사 미션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는 폴 교수를 만났다. 

◆ NASA, 2035년 화성유인탐사 계획···"민간의 다양한 의견 수렴"

NASA는 2035년 화성에 사람을 보낸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년에 '화성2020 로버미션'을 통해 지질학적 특성 등을 파악하고, 2035년에는 유인화성탐사에 나설 계획이다.

NASA는 인간 탐사자들이 착륙해서 생활하는 착륙지역(Landing Site)과 이로부터 약 100km 반경으로 추정되는 탐사지역(Exploration Zone)으로 구분하고 있다. 착륙지역 선정에는 공학적 기술 뿐만 아니라 식수용·연료용 물 취득 가능여부, 건축자재 유무 등 거주환경에 대한 파악도 중시된다. 

NASA 앰베세더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폴 윤 엘카미노대 교수.<사진=강민구 기자>
NASA 앰베세더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폴 윤 엘카미노대 교수.<사진=강민구 기자>
그런 가운데 NASA는 지난해 10월 휴스턴에서 'NASA's first Landing Sites/Exploration Zones Workshop for Human Missions to the Surface of Mars'를 개최하고 착륙지에 대한 민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워크숍에서 착륙지 후보군 43개가 도출되었는데, 폴 교수는 최적의 착륙지로 게일분화구(Gale Crater)를 제안했다.

폴 교수는 "아폴로 계획(Apollo Project)이 달의 여러 곳에 인간을 보내는 것이라면 화성탐사계획은 한 지역에 여러 번 인간을 보내 화성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NASA는 잠재적인 탐사지역 선정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오디세이 우주선과 화성정찰위성(MRO,Mars Reconnaissance Orbiter)을 활용할 계획이며, 주로 화성분광복사계(Martian imagers)를 활용한 고분해능 지도를 수집할 예정이다.

폴 교수는 "워크숍에서 화성정찰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으며, 물·기후 등의 주제에 대해 소규모 토론 장이 자유롭게 형성됐다"면서 "영어를 못하는 우크라이나 과학자가 워크숍에 참여했는데 참여한 모든 과학자들이 진지하게 들을 정도로 NASA는 외부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35년 인간화성탐사가 성공하기 위한 기술수준과 현재와는 지적 차이점이 존재한다. NASA는이러한 전략적 지식차이(SKG,Strategic Knowledge Gap)를 민간과 소통을 강화하면서 최대한 단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폴 교수는 "과학은 리눅스(LINUX)처럼 오픈 소스로 함께 만들어 가는 것으로 국가경쟁력 향상, 세대간 갈등 제거 등 사회변혁의 힘이 될 수 있다"면서 "1000명의 과학자 보다 수억 명의 일반인들이 참여하면 더 좋은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 천문연 연구진에게 강연을 하고 있는 폴 윤 교수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지난 달 천문연 연구진에게 강연을 하고 있는 폴 윤 교수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 폴 교수 "韓 과학, 실력으로 경쟁해 과학자 되고 싶은 학생 꿈 키워야"

영화 '마션', '인터스텔라' 등의 인기와 함께 NASA의 대중소통 노력으로 미국인의 우주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NASA의 최근 우주인 선정에는 14명을 뽑는데 1만 8300명이 몰렸으며, STEM교육 전공자도 지난 2000년 24만 1000명에서 2012년 35만 5000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1950년대부터 NASA는 우주산업에 매년 평균 20조 원(현재 가치로 환산)을 50년 이상 투자해 왔다. 이러한 투자를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대중소통활동을 하고 있다. NASA 엠베세더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NASA는 공학 분야는 국가 기밀이지만 과학 분야에 대해서는 대중들에게 공개하고 참여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대중의 지지 없이는 투자가 어려운 NASA의 예산 사용 비율.<사진=폴 윤 교수 제공>
대중의 지지 없이는 투자가 어려운 NASA의 예산 사용 비율.<사진=폴 윤 교수 제공>
폴 교수에 따르면 미국 과학자들에게 대중소통은 하나로 인식된다. 마션의 앤디 위어(Andy Weir) 작가, 인터스텔라를 자문한 '킵 손(Kip Thorne)' 교수 등이 이를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면서 책임감을 갖고 학교, 지역센터 등을 찾고 있다.  

이러한 소통 노력은 영화, 에니메이션 등 문화적 요소들과 맞물려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스타워즈는 미국인들의 도전과 개척정신이 우주공간으로 표출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폴 교수는 "우주인을 만나면 1년 내내 우주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곤해 하지 않고 개척을 신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5월 4일 스타워즈데이가 오면 스캇 켈리(Scott Kelly) 등의 우주인이 홍보지를 촬영하는 등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 정책이 단기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는 만큼 한국 과학자도 대중과 소통하면서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

폴 교수는 "한국 과학계에도 스타 과학자가 나와서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KPOP 등 타 분야와 실력으로 경쟁하면서 아이들에게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과 희망을 심어 줘야 한다"면서 "과학자들이 대중과 소통하면서 연구가 어느 정도 단계에 있는지 알려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중강연과의 소통은 과학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폴 교수의 강연 특징은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각 줄별로 1분간 아이들에게 화성기지를 그리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림을 통해 아이들은 새로운 사회학적 질서가 필요하다는 등 인문학적인 아이디어를 낸다. 또 다른 아이는 화성에 간 자신과 애완견에게 헬멧을 씌운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어른들은 생각을 못하는 것을 아이들의 관점에서 심리적 부분을 표현한 것. 

폴 교수는 "공학적인 부분만 생각했었는데 아이들이 위계질서, 종교체제 등 고차원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해서 놀랐다"면서 "아이들의 사고를 정제하고, 수집해서 분석한다면 거대 문제를 해결하는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는 우주인들의 모습. '스타워즈데이' 홍보 포스터.<사진=폴 윤 교수 제공>
대중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는 우주인들의 모습. '스타워즈데이' 홍보 포스터.<사진=폴 윤 교수 제공>
◆ 'Out of Earth 시대' 온다···"인류 미래 위해 화성 중요"

폴 교수는 한국 과학계의 경직성을 전방과 후방에서 타파하는 노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국 과학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어야 하며,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폴 교수는 대학생, 퇴직과학자 등이 참여해 자원봉사자 개념으로 자신들의 경험, 철학을 나누는 지식나눔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폴 교수는 "정부에서도 인위적이기 보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사회 전반에서 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NASA 화성 프로젝트의 좋은 선례들을 활용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폴 교수는 화성 탐사가 미래 후손들을 위해서 중요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폴 교수는 현생인류에 대한 아프리카 기원설(Out of Africa)이 있다면 이제는 지구기원설(Out of Earth)에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46억 년 된 태양계가 45억년 후 소멸할 수 있으며, 행성 충돌, 신종질병 등으로 인류도 멸종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행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폴 교수는 "몇백년전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준비를 통해 현대 인류가 혜택을 보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후손들을 위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화성은 우리들의 손자들의 시대까지 책임지는 것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폴 교수는 "미국에서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계속 가르치면서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면서 "NASA 앰베서더로서 NASA의 미션을 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이 과학을 사랑하고, 우주인을 꿈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 한국, 美·加 이어 가장 많이 NASA 박물관협의회 참여···천문연 연구진과 과제도 수행

한국천문연구원(원장 한인우) 연구진은 폴 교수의 도움으로 NASA 화성 대기 조사(MAVEN, Mars Atmosphere Investigation) 프로젝트에도 일부 참여하고 있다.

또한, 폴 윤 교수,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홍대길 국립대구과학관 정책발굴추진단장이 중심이 되어 NASA 박물관연합체(NASA Museum Alliance) 한국협의회를 구성하고 국내 기관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한국은 현재 영국을 제치고 미국과 캐나다 다음으로 많은 12개 참가기관을 확보했다. NASA 박물관연합체 파트너가 되면 NASA 과학자들과 직접적인 화상회의(Teleconference) 참가와 함께 NASA가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는 2단계 정보까지 접근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허블망원경이나 뉴호라이즌호 총책임자 등의 웹세미나를 듣고,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또한, NASA 파트너 기관이라는 브랜드 네이밍을 통해 기관의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한국협의회는 NASA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의 한글화를 작업해 대표 프로그램을 선별하고, 회원기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폴 교수는 "국내 참가 기관이 NASA 박물관연합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협의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ASA 박물관 협의체에 한국은 1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사진캡쳐=강민구 기자>
NASA 박물관 협의체에 한국은 1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사진캡쳐=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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