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규 KAIST 교수·한마음교육봉사단장 인터뷰
"다문화엄마·자녀 교육프로그램 개발해 전국 프랜차이즈 만들어 갈 것"

"사회생태계의 문제는 국가와 기업이 돈을 지원한다고 근본적인 것을 해결하기 어렵다. 문제에 대해 잘못을 탓할 것이 아니라 안목을 갖고 원인과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해법을 찾았다면 정부가 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나서야 한다."

KAIST 산업공학과 명예교수이자 (사)한마음교육봉사단장을 맡고 있는 최병규 교수. 그는 2년 전 은퇴를 한 후 다문화 가정의 엄마와 자녀 교육에 눈을 떴다.

최 교수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문제를 인식하게 된 후 적극적으로 다문화 가정을 위한 봉사에 나서기 시작했고, 2014년 한마음교육봉사단을 발족했다.

최 교수는 경영학자 피터드러커의 책을 읽고 난 후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됐다. 그는 "이전에는 정부의 지원이 사회문제 해결에 필수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국가, 민간기업, 단체 이외에 '제 3의 소셜 섹터(social sector)'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가 다문화 가정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은 방법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직접 발로 뛰는 것이었다. 그는 한마음교육봉사단을 이끌며 아이들에게는 과외 교수로 엄마들에게는 엄마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자발적인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병규 KAIST 명예교수. 그의 연구실 책상에는 초등·중등 수학 문제집 여러 권이 놓여 있었다. 책장에 붙어 있는 것은 다문화 엄마·자녀 교육 스케쥴표와 사진들. <사진=한효정 기자>
최병규 KAIST 명예교수. 그의 연구실 책상에는 초등·중등 수학 문제집 여러 권이 놓여 있었다. 책장에 붙어 있는 것은 다문화 엄마·자녀 교육 스케쥴표와 사진들. <사진=한효정 기자>
최 교수는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다문화 자녀는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방황이 시작된다. 한국어에 서툴고 우리의 초등교육 내용을 알지 못하는 엄마는 자녀의 가정학습을 도울 능력이 없고 교사와 소통이 어렵다. 이 상황에서 아이들은 엄마를 무시하게 되고 공부는 물론이고 일상생활까지 어려워진다.

그는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한번 낙오되면 헤어날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된다"며 "결국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상태에서 아이들은 방치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의 자녀수는 20만명에 이른다. 이주노동자의 자녀들을 제외하고도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한다. 이들은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노동업종에 종사하며 사회를 유지시키고 있으며 저출산 시대에 인적 자산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을 돕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정부와 기업 등 여러 단체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이 많이 있지만 보여 지는 것에 치중하기 쉬우며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하여 다문화가정 자녀가 활용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이 프로그램들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작 다문화 가정에 혜택이 돌아가는지 모르겠다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해 사회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이다. 최 교수는 "다문화 가정 문제를 풀기 위해 국회의원을 만나보는 등 노력을 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사회 문제를 쉽게 생각한다"며 "국가와 민간기업의 경제적 지원, 기부 활동 등으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한 우리가 하는 교육은 시간이 남을 때 한 번씩 하는 봉사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교육 봉사는 기분 좋을 때만 하는 일이 아니며 사회에 진정한 도움이 되려면 NGO 활동도 직장만큼 생각하고 일해야 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신념이다.

봉사단은 다문화 자녀와 엄마 모두를 교육한다. 최 교수는 "다문화 엄마가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자신감을 갖고 자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초등 교과과정을 제대로 익혀야 하기 때문"이라며 "배움이 있으면 가정에서도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교사와도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문화 엄마와 자녀들은 2주 동안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난 후 현장 수업에 참여하는 플립 티칭(flipped teaching) 방식을 따른다. 최 교수는 그동안 프로그램과 교재 개발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논의하고 조언을 들었다.

그는 "교육에 파고들다보니 교육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지 않으면 답이 안 나오더라"며 "공대 교수로서 과학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 교수 연구실 옆에는 한마음교육봉사단 사무실에는 다문화 학생들의 공부 공간이 마련됐다. <사진=한효정 기자>
최 교수 연구실 옆에는 한마음교육봉사단 사무실에는 다문화 학생들의 공부 공간이 마련됐다. <사진=한효정 기자>
최 교수를 비롯해 KAIST 학생과 학교 선생님들은 금요일과 토요일 번갈아가며 교육을 담당한다. 현장 수업 외에 온라인 강의를 하는 학생, 시험문제를 관리하는 학생 등 KAIST 학생들 10여명 정도가 봉사에 참여한다.

한마음교육봉사단의 최종 목표는 전국의 200여개의 모든 기초자치단체에 교육봉사단 가맹점 만들기다. 기업에도 부설 연구소가 있듯이 대전에서는 다문화 교육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하고 각 지역에서는 교육활동을 실천하자는 취지다. 최 교수는 "앞으로 한마음교육봉사단 다문화가족학교 가맹점들(franchisees)을 전국에 만들어가고 싶다"며 "특히 시골로 갈수록 더 많은 다문화 가정이 있는데 그곳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그는 요즘 고등학생인 남학생 민수(다문화 자녀, 가명)와 함께 갑천 산책로에서 달리기를 한다. 최 교수는 이 학생이 중학교 3학년, 게임중독에 빠지고 삶을 자포자기했을 때 만나 공부를 가르쳤고 민수는 변화된 모습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했다. 그러다 고등학교에서 또 좌절감을 느낀 민수를 발견했고 최근 함께 운동도 하며 다시 공부를 지도하고 있다.

최근 최 교수는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리틀빅히어로'에 출연해 한마음교육봉사단 활동과 다문화 가정 이슈를 널리 전파했다. 최 교수는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페이스북에 내 방송 영상이 업로드됐는데 현재 ‘좋아요’ 2만 건을 기록하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게시글에는 '수단과 방법은 다르겠지만 이런 삶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던 삶이 아닐까', '이런 교육자가 많아져야 한다', '지성인들의 참된 모습이다' 등의 다양한 응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은퇴 후 더 바빠진 것 같다"는 최 교수는 앞으로도 기쁜 마음으로 다문화 가정을 위해 활동하겠다며 훈훈한 미소로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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