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특 폐지, '무분별한 박사 양산' 막는 계기 될수도"

[방담]사병 복무 마친 KAIST 학생들, 병특 이슈 관련 솔직 심정 토로
과학계 이성적 대응 필요성 강조···"軍 생활 통해 사회성 기르고 연구 의지 다져"
"찍어낸다는 표현까지 사용할 정도로 박사가 과도하게 양산되고 있습니다. KAIST 출신의 박사도 넘칩니다. 정말 학업에 뜻이 있는 인재만 박사과정에 진학하고, 연구와 성격이 맞지 않는 학생들은 최대한 빨리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는 박사학위를 싼값에 취급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 양질의 박사급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KAIST 학생 A)

"최전방에서 복무하면서 심신이 고생했지만 군생활은 사회성 뿐만 아니라 인내심을 키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틀 밤을 꼬박 새면서 훈련하고, 100km를 행군했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부모님 곁을 처음으로 떠나 자립심을 길렀고, 이때의 경험들은 현재 학업과 연구를 끈질기게 지속하는 밑바탕이 됐습니다."(KAIST 학생 B)

"과학고, KAIST를 거치면서 한정된 사람만을 만나왔는데 타산지석,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면서 사회성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KAIST 학생 C)

국방부의 병역특례 폐지가 과학기술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병역의무를 마치고 KAIST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 병특 폐지와 관련 방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군생활이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성, 인내심, 독립심을 기를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등 긍정적 측면도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병특 폐지가 현재 무분별한 박사 양산 실태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등 제도변화에 따라 여러가지 새로운 사회적 발전 기회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들은 최근 학내의 서명운동 등 제도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객관적 자료 확보 등을 통해 이성적으로 정부와 국민을 설득하고, 40년이 넘은 제도를 점검·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번 방담회에 참석한 KAIST 학생들은 아래와 같다. 
▲김OO(석사 2년차, 육군 정비병)▲박OO(석사 1년차, 육군 관제병) ▲양OO(박사 2년차, 육군 박격포병) ▲윤OO(박사 1년차, 육군 대공포병) ▲이OO(석사 2년차, 육군 소총수)(이름 가나다순)

◆ "인생 돌아 보는 시간···군생활 통해 배운 사회성, 인내심 등 연구에 도움" 

학생 A : 군생활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쉬지 않고 학업만 계속해 왔는데 잠시 제동을 걸어서 인생을 되돌아 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 후배들에게는 군대도 선진병영화가 되고 있기 때문에 겁 먹지 말고 자원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학생 C : 기계공학을 배워도 도구를 만지는 일은 드물다. 정비병으로 배치되면서 그동안 역학이론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던 것을 체득할 수 있었다. 도구를 사용하면서 배웠던 경험들이 학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학생 D : 사격 정비를 하면서 예방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연구와 학업 과정에서도 사전에 발생할 사고에 주의하고, 평소에 준비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뭐 인내심 기른 것은 기본이죠.

학생 B : 학부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는데 육군 관제 특기병을 지원해서 근무하면서 실제 관제탑에서 군사헬기 운용 등 방공체계와 전반적인 항공관제 시스템을 배울 수 있었다.

학생들은 객관적 자료 확보 등을 통해 이성적으로 정부와 국민을 설득하고, 40년이 넘은 제도를 점검·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사진=강민구 기자>학생들은 객관적 자료 확보 등을 통해 이성적으로 정부와 국민을 설득하고, 40년이 넘은 제도를 점검·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사진=강민구 기자>

◆ 군생활 2년 부담이지만, 학부 1~2년 때 다녀오면 연구에 큰 지장없어

학생 C : 학부 1, 2학년때는 일반적 교양 수업이나 기초 전공지식을 듣는다.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깊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연령대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군대를 가는데 큰 걸림돌은 없다고 본다. 보통 대학에서는 병역을 해결하고 대학원에 진학한다.

학생 A : 군대에 갔다 오면 기본적인 방정식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웃음). 20대 초반의 무시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인 것은 맞다. 되도록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인식이 있는 이유다. 

학생 E : 석박사급이 입대하지 않는 이상 2년의 시간은 큰 타격이 아니다. 학부 1,2학년 때는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다. 군대 다녀와도 좋다고 생각한다.

학생 B : 군생활로 2년을 보내면 인생설계도 2년이 지연된다. 박사를 마치면 30대 중반이 된다. 군대가 아무리 좋아진다고 해도 2년의 시간은 길다. 차라리 병특을 이공계 특정대상이 아닌 전 분야 대상으로 하는게 어떨까 싶다.

학생 D : 병역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의욕도 없고 개인적인 낭비라고 생각한다. 전문연구요원으로 활동하면서 힘들어 하는 선배들을 많이 지켜 봤다. 

◆ 싼값 박사 찍어내지 말고, 양질의 박사 육성…전문연구요원? 성과 평가 통해 국민신뢰 구축을

학생 E : 개인적으로 병역특례 폐지에 찬성한다. 군대 경험도 유익해 지인들에게는 군대 가라고 추천한다. 무엇보다 병특을 폐지하면 지금 찍어내다시피하는 박사 양산을 막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현재 박사 4명 중 1명이 백수일 정도로 고급인력이 과도하게 양산된다. KAIST 출신의 박사도 넘친다. 연구를 제대로 밀어줘야 할 사람을 못 밀어주는 시스템이다. 전문연구요원은 값싸게 부려먹는 고급 인력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차라리 전문연구요원을 없애고 박사를 유도하도록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정말 학업에 뜻이 있는 인재만 박사과정에 진학하고, 연구와 성격이 맞지 않는 학생들은 최대한 빨리 나가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좋다. 사회 구조상 박사급 인재가 많을 필요가 없으며, 학사나 석사로도 충분하다. 이제 사회적으로 박사에 대한 처우를 제대로 할 때가 됐다. 싼값 박사를 양산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양질의 박사를 제대로 대우하는 문화를 확립해야 한다.

학생 A : 전문연구요원의 도입 취지는 국가·산업계 기여이지만 모든 요원이 산업계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수인재가 지속적으로 관련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하면서 성과가 없는 인재는 퇴출할 수 있어야 한다. 평가 제도 구축이 쉽지 않겠지만 이러한 검증 절차를 통해 국민이 신뢰하고, 제도 가치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방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병력인구 축소 문제는 최첨단 무기 개발, 예비군 체계화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 B :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을 버리는 시간으로만 간주하는 시각이 안타깝다. 군대에 대한 국민들의 피해적 시각을 해소하기 위해 국방부가 합리적인 병영사례를 제시하고, 국민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 C :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전문연구요원제도가 형평성에서 어긋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형평성과 적절성 사이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국방부가 제도의 폐지·존속 시의 이해 득실을 충분히 검증하고, 관계 부처와 대국민 설득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 정부 발표에 감정적 대응? '이성적, 합리적 접근 필요'···"폐지여부 떠나 유예 기간은 필요"

학생 D : 개인에게 국가의식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각 개인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학내에서도 병특폐지 반대 서명운동 등 감정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선임 연구자와 교수님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움직임이 없어 아쉽다. 무엇보다 우리가 연구자인 만큼 이성적인 주장을 전개할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국방부와 국민 등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학생 E : 병특과정에서 논문이나 기술개발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반 사병과 전문요원의 대비 효과와 성과를 면밀히 비교해야 한다. 폐지 여부를 떠나 조사·평가·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이 선행돼야 한다. 

학생 A : 전문연구요원 제도 수혜자와 비수혜자의 싸움인데 사회적 이슈가 안되고 금새 사그라드는 것 같아 아쉽다. 국가 경쟁력 문제인데 말이다.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 유예는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폐지돼야 한다. 

학생 B : 직접적인 대상인 석사 1년차부터 예비대상인 학부 3,4학년 학생들까지 혼란에 빠져 있다. 폐지여부와 관계 없이 일정 기간의 유예 기간은 필요하다.  

학생 C : 역사적으로 전문연구요원 개개인들이 연구실적을 통해 국가가치와 산업경쟁력을 향상시켰다. 제도가 폐지되면 국내 연구인력이 일부 해외로 유출되어 인력 인프라가 하락할 것이다.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인력이 전문연구요원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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