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 어디로 가고 있는가' 주제 제5회 과총 국가발전포럼 개최
"경제·안보 위기 중첩 상황…'실현성' 있는 대책 강구하자"

제5회 과총 국가발전포럼에는 22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정윤하 기자>
제5회 과총 국가발전포럼에는 22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정윤하 기자>
"민간은 정부 눈치를 보고, 정부는 대중 눈치를 보는 비합리적인 시스템이 고착되고 있다. 국가 미래를 위해 민간분야에서 스스로가 도덕적으로 '높은길(High road)'을 가는 사회적 가치관과 공동체 신뢰가 만들어져야 한다."(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경제성장률 둔화와 북한의 핵무기 위협 등 안팎의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각계 리더들이 중지(衆智)를 모으는 자리를 가졌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부섭·이하 과총)는 26일 오후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한국의 미래,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제5회 과총 국가발전포럼(위원장 박성현)'을 개최했다.

5회 포럼은 노대래 성균관대학교 석좌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노 교수는 "우리나라가 힘들지 않은 적이 없지만 지금처럼 경제위기와 안보위기가 중첩된 상황은 없었다"며 "위기 현황과 문제 원인을 진단하고 타개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고 주제 선정 이유를 밝혔다.

포럼에서는 먼저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한국경제와 국정 거버넌스(Governance)'을 주제로 경제성장을 위한 국내 인적자원과 국정운영시스템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발표했다.

박재완 이사장은 "최근 매우 많은 포럼의 주제가 경제에 대한 부분"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현황을 알고 해결책을 같이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진=정윤하 기자>
박재완 이사장은 "최근 매우 많은 포럼의 주제가 경제에 대한 부분"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현황을 알고 해결책을 같이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진=정윤하 기자>
박재완 이사장은 지난 60년과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중진국 함정은 극복한 상태"로 진단했다. 소득불평등과 세대 이동성과 관련한 지표들이 여타 개발 국가에 비해 양호하기 때문. 박 이사장은 이를 인적자원과 국정운영 덕분으로 해석했다. 베이비붐과 교육열 등에 따라 산업화에 적합한 표준인력이 대거 배출됐고, 발전단계별 시의 적절한 국가 비전과 전략이 있었다는 것.

그러나 향후 60년에 대해선 저성장기조와 대물림의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발표된 OECD의 장기 잠재성장률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 2034년 이후로는 일본과 독일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상위 1%의 소득점유율 역시 1981년 7.14%에서 2012년 12.23%로 확대됐다.

박 이사장은 "인구는 고령화되지만 직장 학습과 평생교육이 취약해 인적 역량은 떨어지고 있고 창의력 함양은 걸음마 단계"라며 "또 시장을 주도해나가야 할 민간 분야는 여전히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고, 정부는 대중들의 눈치를 보는 비합리적인 시스템이 고착되며 정부·정치권 과잉 의존과 '신뢰 적자' 누적상태에 와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우리에게 닥친 상황과 변화에 대해서 언급했다. 박 이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한국경제는 ▲고령사회 진입 ▲통일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근접에 따른 기회와 위험 ▲쌓이는 국가 및 가계 부채와 거품 ▲4차 산업혁명과 최상위 편중 심화 ▲기후변화와 갈색빈곤함정 위험 ▲지구촌 통합 기조와 리더십 퇴조 등을 맞닥뜨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박 이사장은 "정부 입김에 좌우되는 기업 경영이나 시대 흐름에 뒤진 관행 등 '큰 정부'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간의 자율적인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며 "또한 민간분야에서 차명 계좌, 주식과 해외자산, 지하경제 양성화 등 스스로가 도덕적으로 '높은길(High road)'을 가는 사회적 가치관과 공동체 신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으로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안보 차원에서의 한반도 미래:북한 핵관리-한반도 미래 결정적 변수'를 주제로 20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비핵화에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실효적인 대한민국 생존책을 제시했다.

공군 장군 출신인 송대성 소장은 탈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현황을 파악한 보고서를 작성한 안보전문가다 <사진=정윤하 기자>
공군 장군 출신인 송대성 소장은 탈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현황을 파악한 보고서를 작성한 안보전문가다 <사진=정윤하 기자>
송 전 소장은 강연 시작과 함께 북한 핵 관리 여부가 얼마나 한반도의 미래와 대한민국 생존에 영향 주는 결정적 변수인지를 강조했다. 그는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위에 15kt 핵이 투하된다고 가정하면, 이태원과 삼각지, 반포 등 반경 1.8km 내의 모든 것들 형체도 없이 증발해버리고, 광화문, 여의도 등 4.5km내의 모든 것은 휴지조각이 되어 버리는 등 총 125만명이 사망하는 대재앙이 발생한다"며 "현재 북한이 사실상 거의 핵보유국이 되어 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남북한 신뢰구축과 대북제재 사이에서 일관성 없는 관계 ▲6자회담 등 국제공조에 의존한 대응책 ▲북한의 변화는 반영하지 않고 추상적인 정치적인 용어들로 점철된 북한에 대한 막연한 정책 등을 북한 비핵화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끝으로 송 전 이사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해 실전배치할 경우를 전제로 했을 때 실효적인 대한민국 생존책으로 '공포의 균형잡기'를 꼽았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무효화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동맹국 미국 핵우산 환원 재배치를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모든 문제와 단점은 '대한민국 생존'이라는 가치보다 하위개념임을 명심하고 사생결단의 자제로 독자적인 생존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한국의 미래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이 이어졌다.

이승종 서울대 교수는 "그동안 정부R&D혁신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원론적인 방향만 있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만 연구비 관리 시스템을 포지티브(positive)에서 네거티브(negative)로, 해서 안 되는 큰 분야만 적시하고 나머지는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가는 것으로 바뀌는 것은 매우 큰 발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과학기술분야 큰 이슈 중의 하나가 병역특례 폐지인데, 과학기술인들도 당연히 병역을 하되, 국방과학기술 분야의 연구를 계속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으로 '과학장교'로 3년간 ADD에 근무하며 연구에 참여했는데 당시 성과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종선 상명대 석좌교수(전 육군사관학교장)는 북한의 핵문제 관련 이슈를 언급했다. 박 교수는 "현재 북한이 핵무기 공격을 감행할 때 무력화 방안으로 제시되는 두 가지 해법은 사실 불완전한 상태로 매우 불안한 상태"라며 "북한의 붕괴 등이 가까운 시기에 있을 수 있고, 급박한 상황이 닥치면 북한이 매우 폭력적이고 과격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실현성 있는 북한 핵무기 방지대책을 세우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과 접근이 필요하며, 특히 여기 모인 과학자들이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지혜를 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대래 성균관대 석좌교수는"우리나라 정부조직이 70~80년대 시스템이다. 선진국에는 기능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다. 또 정부가 규제완화를 외치지만 규제를 가장 많이 하는 게 정부"라며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많으니, 민간 부분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경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한국인의 66%가 핵을 만드는데 지지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도 있고, 몇몇 '자칭' 원자력 전문가들이 1년 반이면 핵무기를 만든다고 인터뷰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원자력 연구기관을 맡아보니 그건 현실성이 없다"며 "정말 극소량의 연구용 원자력 물질도 IAEA와 세세하게 협의하고 진행하지 않으면 외교적인 문제로까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에 대해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과총 국가발전포럼은 사회 각계 오피니언 리더들의 토론과 소통을 통해 국가발전에 요구되는 지혜를 집약, 과학기술 기반 대한민국의 미래설계를 위한 주요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60여명의 각계 리더들이 참여 중이며 기존의 일방향식 강의형 포럼을 지양하고 회원들 간 자유로운 강연 및 토론이 이루어지는 참여형 포럼이 특징이다. 

참석자들이 포럼에 앞서 차바이오컴플렉스를 둘러보며 시설에 감탄하고 있다 <사진=정윤하 기자>
참석자들이 포럼에 앞서 차바이오컴플렉스를 둘러보며 시설에 감탄하고 있다 <사진=정윤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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