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科技정책대학원,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방침 긴급 정책토론회' 개최
국방부 졸속 행정 추진 비판 속 자료 확보 등 관련 연구 활성화 강조

"전문연구요원제도와 관련해 과학기술계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그동안 연구과정에서 제대로 된 자료도 없었으며, 과기특성화대학도 관심이 저조했습니다. 과학계 스스로가 이번 기회에 객관적 자료를 통해 가치를 입증해야 합니다."(엄미정 STEPI 전략기획실장)

"국방부가 국방 R&D 확대를 추구하면서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듭니다. 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하는데 정책의 일관성이 없어 아쉽습니다."(한혜정 KAIST 학부 총학생회 사회참여국장)

국방부가 이공계 병역특례제도를 2023년까지 폐지키로 발표한 가운데 KAIST(총장 강성모)는 24일 오후 4시 본교 창의학습관에서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방침' 관련 긴급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포럼에는 약 70명의 학생 등이 참석해 토론회 내내 집중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토론회는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의 주제 발표와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문미옥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엄미정 STEPI 전략기획실장, 허대녕 IBS 전략정책팀장, 한혜정 KAIST 총학생회 사회참여국장의 패널 토론으로 진행됐다. 

김소영 원장은 병역제도의 소개와 연혁, 전문연구요원제도 효과분석, 주요 쟁점에 대해 발표했다. 

김 원장은 이번 이슈의 주요 쟁점으로 ▲병역자원 감소 문제 ▲병역의무 형평성 ▲복무 관리·감독 문제 ▲이공계 인력 유출 ▲과학기술·국가 경쟁력 저하 ▲정책의 비일관성 등을 들었다.

김 원장은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 제도는 초미의 관심사였다"면서 "이번 정책 추진의 주요 쟁점에 대해 돌아보면서 토론을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론에서 엄미정 전략기획실장은 "병특 문제는 대상자 뿐만 아니라 R&D 혁신 방안, 중소기업 인력 부족 등과 연결된 문제로서 저출산 시대에서 불가피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 실장은 과학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15년 전에는 산업전문기능요원 폐지가 우선이었지만 경제 성장률 감소, 고용률 하락 등 문제로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가 우선으로 바뀌었다"면서 "이는 과학계를 지지했던 국민이 돌아서고 있다는 반증으로 국가 전략 우선순위가 과학계보다 산업계가 우위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가 특혜라고 인식하면 그렇게 봐야 하며, 이를 반박하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길어야 5년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전문연구요원제도의 필요성을 입증하고, 과학계에서 논의 자리를 종종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대녕 IBS 전략정책팀장은 병역특례제도 폐지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병특은 해외 두뇌유출방지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으며, 병특 혜택이 없어지면 국적 포기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신진연구자 양성 측면에서도 학생들이 중소기업 등 관련 산업분야에 종사하면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한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상민 국회의원은 국방부의 발표에 대해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미래 국방은 첨단 과학기술이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군대 인력의 정병화와 파격 대우를 통한 전문성 강화, 이공계 대학생들의 첨단 과학기술 역량 강화 기여 등이 국방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며, 이러한 역할에 대해 과학계에서도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행정적 신뢰 문제도 지적됐다. 문미옥 국회의원 당선인은 "병특 폐지 추진은 국방부의 행정적 신뢰성을 떨어뜨렸으며, 정부부처 등 이해 당사자와의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것이 문제"라면서 "현재 국방인력 배치 권한이 병무청장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러한 정책 추진도 각 유관 부처가 국가적 인력운영과 맞물려 협의할 수 있도록 권한 이양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문 당선인은 "국방개혁에 대해 국민을 이해시켜야 하며, 군 내부 뿐만 아니라 민간과 연계되어 첨단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경제력, 외교력, 과학기술력을 고려하면서 군의 역할에 대한 재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혜정 KAIST 사회참여국장은 "국방부의 국방 R&D 예산 확대와 전문연구요원 폐지는 상반되는 정책"이라면서 "학생들이 국가 발전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주체로서 창의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인적자원, 인력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이어 진행된 플로어 토론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박한 총학생회 부회장은 "관련 논란이 일주일 지나는 동안 실제 군입대를 앞둔 학생들이 혼란에 빠졌다"면서 "서명운동, 국민감사청구제도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의 많은 역할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김현진 학생은 "민생문제 차원에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병특문제를 이슈화해줬으면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한솔 박사과정생은 "전문연구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사회적으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복무하고 있다"면서 "전문 연구요원 폐지 정책 여부도 중요하지만 일반 장병 처후 개선 문제도 함께 고려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 방침 긴급토론회 참석자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 방침 긴급토론회 참석자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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