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는 기득권 아닌 특별 혜택...일부 학생 감정적 반응 유감
공동체 및 인류 중시 과학 교육과 인재상 마련 전기 삼아야

국방부가 폐지를 예고한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가 강력 반발하며 대안 마련이 검토되는 등 병역 특례제도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 논란을 계기로 병역 특례 제도와 관련해 근본 취지에서부터 재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병역특례 제도가 시행된 것은 1973년. 올해로 43년째를 맞이한다. 하나의 정책이 10년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한 세대를 넘어 40년 넘게 제도가 유지됐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더군다나 1948년 출발해 나이가 70년도 안된 국가가 전체 수명의 반을 넘을 정도로 한 제도를 일관되게 시행했다는 것은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하지만 제도를 지속한다고만 될 일은 아니고 그 제도의 유용성을 중간 점검하고 더 진화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번 국방부의 발표는 그런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물론 발표 과정에서 다른 부처와 조율이 안되고 더군다나 대통령이 바로 직전에 과학기술 발전 전략을 밝힌 상황이라 더욱 아쉽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현장에서의 반응을 보면 다소 실망감이 느껴진다. 우선 대상인 학생들이다. 폐지 기사에 달린 댓글이나 만나본 학생들의 대다수는 병특제도 폐지에 대해 다소 우려할만한 반응을 보인다. 젊은이들 특유의 헬조선을 넘어 행동으로 구체화되는 '탈(脫)조선'을 공공연히 밝힌다. 병특이란 제도는 우수한 자신들을 위해 국가가 당연히 제공해야할 특권이 아닌 기득권으로 생각하는듯 하다.

"잘됐다, 그렇잖아도 해외로 갈까말까 하고 고민했는데 그 고민을 단번에 해결에 주었다, 이번 일로 우수 이공계 학생은 더더욱 한국 이탈이 심해질 것이다, 의전 간 사람들이 현명함을 다시금 알겠다,국가가 잘못 판단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자, 국가 장래 안봐도 훤하다" 등등 극단적이라고 볼 수 있는 표현이 줄을 잇는다. 일부에서 좀 우수 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전체에 더 이익이 될 터인데 단견이 아쉽다는 이성적 반응도 있으나 대다수는 격앙된 반응이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과연 이 제도가 지속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라라는 국가 공동체는 우수한 사람들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덜 우수한 사람도 자기 자리에서 자부심을 갖고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할 때 국가란 공동체는 유지되고, 더 나아가 발전할 수 있다. 오히려 우수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더 대접을 받는 만큼 공동체 유지 및 발전에 더 큰 역할을 해야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나라는 공부 성적에 엄청난 가점을 준다.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지능뿐 아니라 체력, 인간관계, 자기관리, 정신력 등등이 필요하다. 이른바 다중지능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시험 성적이 압도적인 잣대로 간주되고 있다. 해방과 전쟁의 폐허에서 새롭게 일어서기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했고, 시험성적은 그 지표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KAIST를 비롯해 SKY대학의 이공계 생들은 병역특례 제도의 일차적 수혜자들이다. 이 사람들의 성장 과정을 보면 초중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이어 과학고나 영재고를 간다.그곳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거쳐 KAIST 등에 들어가고, 대학에서도 우수한 학생들끼리의 경쟁을 거쳐 또 좋은 학점을 받고, 대학원에 진학한다. 그 과정에서 본인들은 스스로가 엘리트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사회에서도 인정해주면서 알게 모르게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다르다는 의식도 형성되는 듯 하다.

공부를 잘하는 만큼 사회가 세금으로 학비는 물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들을 하면서 차차 그런 혜택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나라의 제도와 비교하며 부족하다고 여기는 부분에서는 더 안해준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이공계생 모두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재라고 말하는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다.

"(교육의 목표는)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생각하지만 공동체를 위해서 일하는 것을 인생에서 가장 고귀한 업적으로 여기는 개인을 길러내는 것이다. 개인을 가르친다는 것은 그의 타고난 재주를 북돋는 것 외에도 그가 현 사회에서의 권력과 성공을 찬미하는 대신 다른 인간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도록 만들려는 시도여야 한다. 우리는 이웃을 이해하고 그들을 늘 공정하게 대하고 남들을 기꺼이 돕는 것으로만 사회의 영속과 개개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조영탁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 중)

아인슈타인은 우수한 사람일수록 공동체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는 이런 말도 했다. 국가와 인간의 관계와 관련해 국가가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지 인간이 국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인간이 국가에 대해 특별한 기여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혜택을 받았으면 그만큼의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병역특례 폐지에 대한 과학계의 반응도 다소 실망스럽다. 대부분의 경우가 무조건 반대이다. 지난 40여년간 실시해온 제도라면 그동안의 성과가 있을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폐지를 반대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높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우수 인재의 해외유출과 그로인한 연구 및 산업기반 붕괴란 우려 혹은 위협(?)이 주된 논거이다. 40년간 해온 제도라면 구체적으로 사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대덕단지에만 해도 병특제도에 따라 연구소 등에서 병역을 복무하고 벤처기업을 창업해, 훌륭하게 이익을 실현해 후배들을 위해 재단을 만든 사람 등등 좋은 사례가 많다. 이런 사례 등을 거론하며 지속 필요성을 제기할 수도 있을 듯한데 현재 과학계에서 내놓은 논리는 '연구 및 산업 기반이 무너진다'는 류의 주장이 대부분이다.

세계에서 징병제를 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성공적으로 병역 의무제도를 국가 구성원의 훈련 및 양성과정으로 하는 나라 가운데는 우리나라도 속한다. 주변에 보면 군대 제도를 통해 사회를 더 폭넓게 보고 개인적 성장을 이루었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일부 부정적 측면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요성을 인정한다. 징병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는 이스라엘이다. 이 나라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의무적으로 군대에 다녀온다. 그런 가운데 우수 인력들은 탈피오트라 하여 정보 및 전산 관련 일을 하는 특수부대로 선발된다. 탈피오트 출신으로 창업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명단이 위키피디아에 올라 있을 정도이다. (참고: 위키피디아)

이 명단 가운데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상을 받은 적이 없는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받은 사람도 포함돼 있다. (아래 명단, Uri Alon, professor of systems biology at the Weizmann Institute
Arik Czerniak, one of the founders of Metacafe, a Palo Alto company that has user posted videos.[3]
Yoav Freund, professor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and Gödel Prize winner
Amit Klein, web security expert and CTO of Trusteer, Ltd, a consumer transaction security company
Uri Rokni, neuroscientist and algorithm team leader at Mobileye [4]
Elon Lindenstrauss, professor of mathematics at the Hebrew University and winner of the 2010 Fields Medal
Abraham (Avi) Loeb, American/Israeli theoretical physicist at Harvard University
Shlomo Dubnov, composer and researcher, professor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Marius Nacht, one of the co-founders of Check Point Software Technologies
Eli Mintz, Simchon Faigler and Amir Natan, founders of Compugen Ltd.)

이스라엘의 우수 과학 영재로 이뤄진 특수 부대에 대해서는 아래 기사도 참조하면 좋겠다.(한국경제 기사 참고: 이스라엘 비밀부대 '유닛 8200', 이제는 스타트업 양성부대)

우리나라는 국방에 대해 유독 부정적인 나라이다. 특히 가진 사람들은 국방의 의무에 종사하는 것을 손해나는 일은 물론이고 수치로까지 받아들이는 듯 하다. 그 뿌리는 조선시대에 있기도 하다. 조선의 양반은 명예와 부, 권력 등 모든 것을 가진 계급이었으나 국방과 세금 등 나라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담당하지 않은 부패한 집단이었다. 한마디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부도덕한 집단이었다. 그러기에 나라가 망한 것이다. 망국 이후에도 힘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영향력을 이용해 살아나기에 급급했지 망한 나라를 구하려 한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였다.

6.25란 전쟁을 거치면서도 배경인 백이 없는 사람은 전쟁터에서 죽었고, 배경이 있는 사람은 후방에 배치되거나 군대를 안갔다. 이런 선례가 강렬한 학습효과를 주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해서든 군대를 안가려하고, 썩는 기간으로 여기며 아까워한다. 필자의 경우도 군대를 면제받았다. 80년대 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면제를 받도록 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음을 시인한다.그러나 그 이후 사회 생활하면서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것이 정말 후회됐고, 늦었지만 다른 형태로라도 국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번 논란으로 우리가 다시금 점검해봐야 할 내용의 하나는 인재상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노벨상을 받은 두 사람의 과학자는 그간 우리가 인재로 여겨왔던 사람들과는 많은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두 나라의 수준차를 고려하기도 해야하지만 생각거리는 우리에게 준다. 오무라 사토시 의학상 수상자는 고등학교때 스키선수였고, 지방 고교와 대학을 나왔다. 성적 우수자가 아닌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5년을 야간고교 선생을 하며 이른바 경력의 단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공장이 끝나자 마자 손에 묻은 기름을 닦을 틈도 없이 달려와 공부하는 제자들을 보며 다시금 자극을 받아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에 몰두하게 됐고 그 결과 노벨상도 수상하는 영광을 안게됐다고 말한다.

가지타 다카아키 물리학상 수상자는 고교 때 성적이 405명 가운데 250등이었다.
(연합뉴스 기사 참고: [단독]노벨상 가지타 일문일답…"日기초과학 장래 걱정안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열등생으로 연구자가 되기 어려운 사람이다. 이 사람도 지방 고교에 대학을 나와 도쿄대 대학원에서 학업하며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됐다.

두 사람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과학계가 이야기하는 과학자들의 기준인 수월성이 이제는 다시금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학업 성적이 수월성의 기준이었고, 그 맥락에서 경력 단절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아마 패스트 팔로워 시대에는 빨리 베껴야 하니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이 수월성도 높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창의적 연구를 해야하는 시대에 이르러서는 머리 회전 보다는 문제 의식과 지속적 열정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의 학업 성적 기준이 맞는지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또 두 사람을 비롯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바가 있다. 유행을 따르지 말고 흥미로운 주제를 택해 깊이 파고들면서 인류를 위해 연구하라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 우리 과학계는 어느 정도 맞을까?

과학고 출신이면서 KAIST를 나와 미국 명문대에도 유학을 다녀왔지만 일반 기업에 취업한 사람으로부터 창업한 친구도 있으나 안정적 생활을 위해 한의대에 다시 진학한 친구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바 있다. 그러면서 우리 과학자 육성 프로그램의 유효성을 고민해 보게 된다. 과연 우리는 공동체를 생각하고, 인류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며, 자신의 재능을 이웃과 함께하려는 사람들을 키우고 있는가 아님 그저 공부만 잘하고, 자신들의 생활에만 관심있는 개인주의자들을 키우고 있는가 하는.
 
병역 특례제도 폐지 논란은 거꾸로 우리 과학 교육과 인재상에 대해 영(零)에서 부터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대상이 되는 학생이나 경험자,국민 등등이 소통하며 지혜를 모아 공동체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성숙함이 이제는 우리 사회에 가능하다고 본다. 공동체와 개인,인류라는 큰 개념이 바탕이 된 가운데 차별적 연구로 성과를 내는 제대로된 인재가 양성되고 자라는 새로운 토대가 조성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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