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계 기득권, 젊은연구자 위해 희생하자"

과기한림원, '대한민국 과학기술 미래50년의 도전과 대응' 주제 100회 원탁토론회 개최
김도연·문길주·김빛내리·송종국·심재억·최종배 등 각계 전문가 토론 참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8일 오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림원탁토론회 100회를 개최했다.<사진=정윤하 기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8일 오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림원탁토론회 100회를 개최했다.<사진=정윤하 기자>

"최근 보면 톱다운(Top-down)방식의 연구사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창의력과 융합을 위해선 바톰업(Bottom-up)을 늘리고 연구비 심사 분야는 통합해야 합니다. 희망은 미래세대에 있는데 그들의 의견을 수렴할 통로가 없습니다. 차세대 연구자들을 키우려면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40·50대 기득권을 가진 세대가 조금 희생해서라도 20·30대 연구자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김빛내리 서울대학교 교수)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자들이 몇 년 전만 해도 정부 핑계를 대며 이렇게 저렇게 주장을 하더니, 요새는 주장도 안 합니다. 임계점에 도달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연구자들 스스로가 생계형 과제에 매달리고 있지 않은지, 연구 성과의 부진을 남 탓으로 돌리고 있지 않은지 반성하고 정부연구비 사용에 규제와 제약을 걷어내고 연구자들이 책임지는 과학기술시스템을 위해 도전해야 합니다."(문길주 UST 총장)

대한민국 과학기술 미래 50년의 도전과 대응을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펼쳤다. 과기계 전문가들은 50년 전에도, 50년 후에도 과기계의 미래는 '사람'에 있다며 '창의력을 키워주는 교육과 연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명철)은 18일 오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림원탁토론회 100회 행사를 개최했다. 150여명의 석학들이 참석, 진지한 토론을 펼쳤다.

이날 주제발표는 김도연 포스텍 총장이 맡았다.<사진=정윤하 기자> 이날 주제발표는 김도연 포스텍 총장이 맡았다.<사진=정윤하 기자>
먼저 주제발표는 김도연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이 맡았다. 김 총장은 발제에 앞서 지난 50여 년 간 국내 주요 사건들을 뉴스와 사진 등 멀티미디어 자료를 통해 돌아봤다. 포항제철에서 첫 쇳물을 생산하던 사진부터 벽돌만한 휴대폰이 날렵한 스마트폰으로 변화하는 사진들이 소개됐다. 특히 포항제철에 대해선 "침체와 위기라는 말이 나오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기술을 갖고 있어 10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 총장이 사진들을 통해 강조하는 핵심은 '가속화되는 변화'였다. 그는 "사회를 바꾼 혁신기술이자 제품을 보면 1900년대 자동차 이후 1960년대 컴퓨터가 등장하기 까지 60년이 걸렸지만, 이후 30년 만인 1990년대 인터넷이 만들어지고, 다시 10년 만에 스마트폰이 등장했다"며 "과학기술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의 교육이나 대응은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그는 "오늘의 대학생들은 120세까지 살아갈 것이고 현재 7세 어린이의 65%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는 50년 전과 동일한 대학교육과 연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도연 총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개방'과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과학기술특성화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가 핵심대상이었다. 그는 "MIT와 조지아공대 등은 온라인 융합 강의시스템인 'MOOC'를 이용해 정규 학위를 수여하고 있는데 국내 대학들은 아직까지 서로 개방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과학기술 대학들도 그동안의 기득권과 관행을 버리고 서로 간의 통합을 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정부출연연구소 역시 융합연구를 위해 담장을 허물고 예산을 같이 쓸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연구소 체제가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지 되돌아 보고 변화와 도전을 받아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열띤 지정토론···"미래를 위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한 목소리

지정토론 모습. 왼쪽부터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문길주 UST 총장, 송종국 STEPI 원장, 김승조 한림원 정책부원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심재억 한국과학기자협회장, 최종배 미래부 과학기술전략본부장.<사진=정윤하 기자>  지정토론 모습. 왼쪽부터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문길주 UST 총장, 송종국 STEPI 원장, 김승조 한림원 정책부원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심재억 한국과학기자협회장, 최종배 미래부 과학기술전략본부장.<사진=정윤하 기자>

지정토론은 김승조 한림원 정책부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이 좌장을 맡고,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문길주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총장, 송종국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심재억 한국과학기자협회장, 최종배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전략본부장 등이 참여했다.

김빛내리 교수 역시 미래 50년 대응을 위해서 인재양성을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여전히 교육은 전공지식을 전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미래 인재들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 발견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지식은 온라인강의를 통해 습득하고 수업시간에는 토론하고 질의하는 방식으로 문제 발굴과 해결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최근 연구들은 수 천 명이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한다"며 "학부 때부터 타 분야 학생들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융합 연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영어교육을 강화하고 해외 교환학생 지원을 늘려 학부생 수준에서도 국제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차세대 연구자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자율적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학의 교무방식을 비롯해 전반적인 연구 지원시스템이 연구자 개인의 독창적 아이디어를 지원하고 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길주 UST 총장은 "지난 25년간 우리나라에 새로운 대기업이 없다는 것을 보면 국가R&D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우리 세대가 1에서 2를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면 미래 세대는 0에서 1을 만드는 걸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총장은 "특히 공공부문의 R&D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출연연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며 "최근 KIST에서 제한 없는 50억원 연구비를 바탕으로 3300억원의 기술이전 성과를 낸 것처럼 출연연이 자율성과 책임을 갖고 R&D를 할 수 있도록 믿고 맡겨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송종국 STEPI 원장은 정부연구개발의 영역과 민간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원장은 "국방, 재난, 안전, 보건, 환경, 우주개발, 에너지 등의 공공분야는 출연연을 중심으로 공공부분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며 "우리도 미국의 국방고등기술개발(DARPA) 프로그램처럼 공공분야에서도 목적을 분명히 한 장기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송 원장은 "연구자들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연구관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연구개발은 성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식과 과학기술의 경계를 허물며 축적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금전적인 인센티브 위주의 연구과리제도에서 연구자의 자아실현을 높이지는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재억 과학기자협회장은 "과학적 성과를 언론을 통해 전파하고 활용해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며 "언론이 제기하는 문제를 적대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개방적인 태도를 통해 발전적으로 수용하고 힘을 합쳐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배 미래부 과학기술전략본부장 역시 연구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최 본부장은 "현재 연구 시스템의 부정적인 부분들 중 일부는 관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인정하지만 최근에는 정부도 변화의 필요성을 동감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제안들이 정부 중심으로 제기되면 반발이 더 큰 만큼 오늘 나온 이야기들이 연구자들에게서 먼저 제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R&D 혁신방안을 수립 중에 있으며 대통령 주재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해서 강력한 추진력으로 국가R&D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림원탁토론회는 국가 과학기술의 장기적 비전과 발전전략을 세우고, 동시에 과학기술 현안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한림원의 대표적인 정책토론 행사다.

지난 1996년 2월 '초중등 과학교육의 문제점'을 주제로 1회 토론회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100회에 걸쳐 초중등 과학교육, 문·이과 통합문제, 국가발전에 미치는 기초과학 등 과학기술분야의 기본문제는 물론 정부출연연구소의 발전방안, 광우병의 진실, 방사능, 안전 방제 등 국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지난 20여 년 간의 토론 주제들을 보면 과학기술 분야 이슈들의 변화를 알 수 있을 만큼 현안에 대해 석학들이 함께 의견을 모았으며, 토론 결과는 책자로 발간돼 정부와 국회 및 관련기관에 배포됐다.

이명철 원장은 행사에서 "100회를 맞아 큰 주제로 준비하게 되었다"며 "미래 50년 대한민국 과학기술이 가야할 길을 조망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말 했다.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축사에서 "우리나라는 건국 당시부터 '과학기술입국'을 기조정책으로 삼았다"며 "과학기술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처럼 향후 50년도 우리나라를 풍요롭게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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