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S는 어떤 단체?…세계 최대 민간 과학자 모임
과학과 사회의 가교 역할…깊은 뿌리만큼 미래도 지향

지난 2월 11일 저녁 6시 미 워싱턴 DC 내 매리엇 워드만 파크 호텔. 20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연회장이 가득찬 가운데 노구의 한 신사가 연단에 서더니 외친다.

"지금부터 제 182회 연례 모임을 개최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다시금 반복한다. "1백번 하고도 82번을 더했습니다."

우리로서는 대표적 연구기관인 KIST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180회가 넘는 연례 미팅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오랜 역사를 통해 과학을 발전시키고, 사회와의 교류를 통해 국가 발전에도 기여한 것이리라.

오늘날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자 단체인 AAAS는 언제 시작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가?

AAAS가 시작한 것은 1848년 필라델피아. 미국의 자연과학 학회에서 주창됐다. 그로부터 매년 연례 미팅을 열어 182회에 이르게 된 것이다. 미 남북전쟁 시기와 세계 2차 대전 기간 동안은 열리지 않았다. 창립된 것은 168년이 되었으나 연례미팅이 182회인 것은 자연과학 학회 등의 연례미팅도 포함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AAAS는 과학 진흥과 사회에 대한 기여를 목표로 설립된 세계 최대 민간 조직이다. 큰 역할 가운데 하나는 과학과 사회를 잇는 것이다. 사진은 AAAS 연차 총회에서 있는 과학자와의 만남 가족 행사 장면의 하나로 국립 공원 보안관이 암석과 동물 알 등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해 설명해주는 모습.<사진=이석봉 기자>
AAAS는 과학 진흥과 사회에 대한 기여를 목표로 설립된 세계 최대 민간 조직이다. 큰 역할 가운데 하나는 과학과 사회를 잇는 것이다. 사진은 AAAS 연차 총회에서 있는 과학자와의 만남 가족 행사 장면의 하나로 국립 공원 보안관이 암석과 동물 알 등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해 설명해주는 모습.<사진=이석봉 기자>
과학진흥협회는 자신들의 사명을 '과학 진흥과 사회 봉사'(advance science and serve society)로 규정한다. 연구 자율성 확보와 지식 교류 등을 통해 과학을 발전시키고, 그를 기반으로 사회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AAAS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과학자 조직 시민단체이다. 영국 왕립학회가 1660년에 만들어지고, 프랑스 과학아카데미가 1666년에 설립돼 그에 비해 연륜은 짧지만 규모와 내용면에서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0여년 역사의 AAAS는 발전 단계를 크게 4시기로 구분한다. 초창기인 1848년부터 1899년까지는 조직을 확충하는 단계였다. 이때의 정신은 1851년의 Alexander Dallas Bache의 말로 축약된다. "과학은 조직되어야지만 비로서 힘을 갖는다."(While science is without organization, it is without power.)

두 번째는 1900년에서 1940년에 이르는 시기로 확충기였고 비약적 발전기였다. 이때는 아인슈타인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며 과학을 통해 미국 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하며 과학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시기였다.

1925년 회장이었던 James McKeen Cattell은 "과학의 진흥은 국민의 생명을 보존하고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국가의 가장 중요한 관심 사항이다"(The advancement of science should be the chief concern of a nation that would concern and increase of its people)라고 밝혔다.

AAAS의 이사회 모습. 연차 총회 중에 협회의 살림과 미래 방향 등에 대해 숙의를 하고 모든 회원들에게 공개돼 있다.<사진=이석봉 기자>
AAAS의 이사회 모습. 연차 총회 중에 협회의 살림과 미래 방향 등에 대해 숙의를 하고 모든 회원들에게 공개돼 있다.<사진=이석봉 기자>
세번째는 1941년부터 1970년으로 미국 과학의 황금기이다. 2차 세계 대전으로 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미국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확실한 세계 최강 국가로 자리매김한다. 이 시기 AAAS는 과학 교육과 냉전하에서의 연구 자유의 확충을 위해 매진하게 된다. 1955년 Warren Weaver는 회장 취임사에서 '과학은 모든 사람들의 것'(Science belongs to all the people)이라고 선언하며 과학 교육을 더욱 충실히 할 것을 밝혔다.

1971년부터 현재까지는 과학과 사회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시키는 시기였다. 과학을 인권에 적용시키고,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과학 성장을 지원하며, 과학과 윤리 법 등의 조화를 모색했으며 과학자와 공학자의 정계·정부 진출을 추구했다.

또 이 때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과학교육을 강화하는 2061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Mina Rees 회장은 1971년 "대학과 과학자들은 함께 변환기 미국의 정치적, 조직적, 경제적 부문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방법을 찾고 적용해야 한다"(...universities and scientists alike must find ways to influence and adjust to the political, organizational, and economic realities of America in transition)고 밝혔다.

AAAS는 미국뿐 아니라 북미 지역과 아시아 등으로 활동 영역을 펼쳐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사진=이석봉 기자>
AAAS는 미국뿐 아니라 북미 지역과 아시아 등으로 활동 영역을 펼쳐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사진=이석봉 기자>
AAAS는 자신들의 역할을 '과학과 공학의 진보와 혁신을 통한 인류에의 기여'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학자, 공학자와 대중의 소통 강화 ▲연구 자율성 확보를 위한 방어, 투명성 증대 ▲과학·기술 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사회 이슈에 대한 과학계 의견 개진 ▲공공정책에서의 과학적 지식의 활용 ▲과학·기술 인력의 다양성 강화 ▲일반인을 위한 과학·기술 교육 강화 ▲과학과 기술의 공적 분야에서의 활용 강화 ▲과학에 있어서의 국제협력 증진 등의 목표를 갖고 움직이고 있다. 

AAAS는 자신들의 미션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앞서 소개한 연례 모임이다.

'사이언스 & 테크놀로지 포럼'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내 최고의 전문가와 연방 정부·의회의 의사결정권자들이 만나 과학계의 현안은 물론이고 국가적 미래를 위해 과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할 것인가를 논의한다.

올해로 41번째 열리는 이 포럼은 매년 4월 미 의회와 연방정부가 있는 워싱턴 DC에서 열린다. 올해 모임에서는 2017년 예산에서 과학 분야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연구자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은 무엇이며, 중요 정책 결정자와의 만남을 통해 과학계의 앞날을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와 클린턴의 격돌이 예상되는 대통령 선거에서 과학분야의 앞날에 대해서도 논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AAAS는 또한 과학자들의 중요 정책결정과정 참여를 위해 'S&T 정책 펠로우십'이란 것도 운영하고 있다. 과학도 출신으로 정책에 관심 있는 인재를 1년 동안 각종 과학단체와 의회, 연방 정부, 국제 기구 등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들이 인턴이나 연구원 등으로 경력을 쌓고, 그 경험을 기반으로 중요 기관에서 스탭이 되고, 그것이 과학 발전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자는 취지이다. 실제로 의회 등에서는 펠로우십 출신자들이 현업에서 많이 활동하며 과학 진흥에 기여하고 있다.

대중과의 소통도 중요한 활동의 하나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이뤄진다. 하나는 지구환경변화 등 과학적 현안에 대해 과학자와 정책결정자 등이 참가하는 포럼 등을 조직해 사회에 미칠 영향 등을 공유하고 대안 마련에 고민한다.

다른 하나는 과학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코멘트를 발표하고 기사화시키는 것이다. 국제 연구 협력과 과학연구 증진, 과학 연구 권리와 책임, 자유 등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코멘트를 발료해 연구자들의 활동 영역을 더욱 넓게 해주고 있다.

AAAS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갖고 있는 과학학술지 SCIENCE를 발간하고 있다.이 잡지는 AAAS의 운영비 마련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사진=이석봉 기자>
AAAS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갖고 있는 과학학술지 SCIENCE를 발간하고 있다.이 잡지는 AAAS의 운영비 마련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사진=이석봉 기자>
과학자들이 대중과 소통력을 높이도록 마련된 프로그램도 있다. 대중 매체 과학·공학 펠로우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는 과학도들에게 언론사 경험을 제공해 글쓰기 능력은 물론 공동체와의 소통 기능을 익히도록 해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경력을 관리해주고, 다른 한 편으로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를 증진시킨다.

10주간 AAAS와 협약을 맺은 언론사로 학부생이나 대학원생, 포닥 혹은 과학자들을 보내 언론사들이 어떻게 주제를 잡고, 복잡한 과학·기술 이슈를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하는가를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41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655명의 과학도가 거쳐갔다. 지금까지 참여한 언론사들은 LA times, WIRED, NPR, Chicaro Tribune, National Geographic 등등이다.

이와 함께 과학자들의 직업을 찾아주고, 경력을 관리해주며 장래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는 활동도 한다.

학생 때부터 과학을 접해 일반인이 됐을 때 과학과 친근하게 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프로젝트 2061'이 그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헬리 혜성이 나타난 1985년에 시작됐다.

헬리 혜성이 다시 지구에서 관측되는 2061년에는 사람들이 우주의 신비를 이해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됐다. 과학과 공학, 기술에 대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가르쳐 과학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반 대중이 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Science for All Americans'란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과학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과학 교육 매뉴얼 등도 포함하고 있다. 스페인어와 일본어로도 번역되어 있기도 하다.
(http://www.project2061.org/publications/sfaa/sfaajapanese.htm).

STEM 교육에 있어서도 AAAS는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AAAS가 강점으로 삼는 것 가운데 하나가 과학외교이다. 국가 외교를 뒷받침하며 과학으로 친선 관계의 가교를 놓기도 한다. 이란과의 관계 개선이나 쿠바와의 국교 수립에 있어 과학자들이 먼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교류하면서 신뢰를 쌓고 이것이 국교 재개로도 이어지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동시에 남미와 동남아, 태평양 지역 등의 환경 연구 등을 미국과의 유대를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AAAS가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가장 큰 힘은 막강한 회원들이다. 총 12만여명으로 미국의 중요 과학·공학자는 다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교사와 정책 전문가 등 지원자들도 회원들로 활동하고 있다.

향후 아시아 태평양 지역 등 외국과의 교류를 강화하며 이들도 회원으로 만들고 범세계적인 과학자 조직을 만들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AAAS의 예산은 2014년의 경우 1억2천만 달러(1천4백억원)로 회비 수입이 10분의 1, Science 구독료가 50%, 정부 보조 및 기부금이 40% 정도로 구성돼 있다. 지출은 출판에 50%,교육 등 프로그램 진행에 40%,나머지는 운영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AAAS의 회장 임기는 1년으로 당선인 신분으로 1년, 회장으로 1년, 이사회 의장으로 1년 등 총 3년에 걸쳐 활동을 하는 시스템이다.

AAAS는 미국의 대표적 과학자 단체로서만이 아니라 그 활동 영역을 남미와 아프리카, 동남아 등 전세계로 넓히며 과학자들의 교류와 일반인들이 과학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AAAS가 활발하게 활동하며 미국의 과학 저변은 넓어지고 단단해지며 오늘은 물론 다가올 내일에도 미국이 과학강국의 위상을 갖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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