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술 준비부터 현장 경험 통한 정책, 학습과 외국 정보공유 까지 다양

공부가 즐겁다? 학사, 석사에 이어 박사까지 마치며 공부라면 할만큼 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학습 모임을 구성해 다시 공부에 돌입했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도전적인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다. 모임 종류도 다양하다. 미래과학기술 정보공유를 위한 모임부터 과학기술 정책과 바이오 분야 학습, 외국 연구자들과의 네트워크 활성화 등 각각의 목적으로 시작돼 참여자들의 호응 속에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연구자들의 활동은 단순히 공부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인류에게 필요한 연구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공동의 가치를 위한 정책 마련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죠"…'새통사·동아시아 연구회' 등

새통사, 동아시아 연구회, 과학기술 정책 모임 등.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과학자들의 모임이다.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준비하는 사람들)는 ETRI 연구자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모임. 도래하는 초연결시대의 본질을 통찰하면서, 새로운 디지털혁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술의 신기축을 탐색하고자 약 일년전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새로운 통신방식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논의가 진행되며 사회 트렌드, 문화를 반영해야 한다는데 중지가 모아졌다. 이후 새통사는 '새로운 통찰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기치로 과학기술, 인문사회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며 참여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새통사는 주제를 선정하고 모임 일정에 대해 당일 원내 게시판과 SNS에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외부 연구자들의 참여도 가능하다. 최근 열린 바둑분야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구단의 대결을 새통사 참여 연구자들이 과학자의 안목으로 분석, 설명하며 시민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 참여자는 "일년동안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브레인이 찢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무척 성숙한 느낌"이라면서 "많은 연구자들이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매회 활발한 토론을 통해 연구 아이디어를 건진 참석자도 있다"고 살짝 공개했다.  

동아시아 연구회는 대표적인 미래 공부 모임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각분야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이 중심축이다. 지난해 6월, 2045년 광복 100년을 맞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상상하며 '미래 30년 공부모임'을 주제로 첫 공부를 시작했다.

첫 모임은 일본 NHK 미래 다큐프로그램 '넥스트 월드 5부작'을 참고서로 삼고 바이오, 인공지능 등 30년 뒤 미래 기술을 예측하고 논의했다. 5회에 걸친 1부 학습으로 마무리되는 듯 했던 모임은 지속성이 필요하다는 참여자들의 의견이 모아지며 지난해 9월 인간의 수명 예측을 주제로 2부 모임을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매월 1회씩 정례 모임을 갖고 있다. 정용환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함께 공부하는데 의의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연구분야와 다른 주제지만 함께 논의하니 시너지 효과도 큰것 같다. 같이 공부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어 좋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학정책을 공부하는 모임도 있다. 정부의 톱다운식 정책이 아닌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의 관점에서 제대로된 로드맵을 수립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자는데 의기투합한 연구자들이 지난해 12월 조성했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로 모임 횟수가 많지 않지만 이들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관료 중심의 정책에 그대로 따르는 정체된 과학자로 남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이다.

이모임의 구성원은 4명이다(과기정책에 관심있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항공, 전자, 광통신 부품 등 연구분야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현장 연구자로서 사회적 관점에서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철학을 담겠다는 의지는 같다. 또 과학기술정책의 핵심을 만들어 가기 위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 전문분야 산학연관 관계자의 정보 공유…'혁신신약 살롱' '메디바이오 지식연구회'

지난 2월에 열린 혁신살롱 모임도 강연자였던 구렐 박사와 참석자들이 만찬을 들며 다양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사진=유진산 파멥신 대표 제공>
지난 2월에 열린 혁신살롱 모임도 강연자였던 구렐 박사와 참석자들이 만찬을 들며 다양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사진=유진산 파멥신 대표 제공>
혁신신약살롱은 바이오와 신약분야 기업, 대학,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정보공유와 학습을 위해 2012년부터 자발적으로 시작됐다. 바이오와 신약분야 연구자들은 한달에 한번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최신 연구동향과 정보를 나눈다.

또 같은 분야 연구자로서 음식을 나누며 친목을 도모하고 연구분야에 대한 토론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지난 2월에는  삼성서울병원의 오갠 구렐(Ogan Gurel) 박사를 초청해 신약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행사 후 참석자 간 식사를 나누며 활발한 논의를 펼치기도 했다. 

신약과 바이오 분야에 특화된 이들 모임은 논의된 내용으로 공동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도 한다.

유진산 파멥신 대표는 "해외에서 많은 바이오와 신약 행사들이 열리지만 매번 다 참석하기 어려운데 각 연구자들이 다녀온 후 해외 동향을 소개하고 정보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서로 윈윈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한국의 혁신 신약 개발 생태계 한마당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메디바이오 지식연구회는 자페프리즘연구회를 중심으로 연구자, 자폐아동을 둔 학부모 등이 모여 전문 분야를 밀도있게 공부하는 모임이다.<사진=길애경 기자>
메디바이오 지식연구회는 자페프리즘연구회를 중심으로 연구자, 자폐아동을 둔 학부모 등이 모여 전문 분야를 밀도있게 공부하는 모임이다.<사진=길애경 기자>
메디바이오 지식연구회(이하 지식연구회)는 전문 분야를 밀도있게 공부하는 모임이다. 바이오 분야 산·학·연·관 관계자부터 자폐 자녀를 둔 부모 등 일반인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자폐프리즘연구회와 KISTI 충청지원를 주축으로 발족했다. 지식연구회는 정보 교류와 공동연구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유전체 진단, 치료, 신약개발과 산업발전에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 29일 KISTI 국제회의실에서 올해 첫 모임을 가졌다. 이날 모임에서 신희섭 IBS 연구단장이 'Studying neuro-psychiatric disorders in the mouse'를 주제로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EMDR)을 통한 쥐의 신경장애 치료효과 실험결과를 공유했다.

공부 모임에 참여한 남영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고문은 "어렵지만 기초연구 분야 지식을 접할 수 있어 신세계를 만난듯  기쁘다"며 "4월 2일 세계 자폐증 인식 개선의 날을 맞아 기억해주고 함께 해줘 감사하다"고 모임 발족에 의미를 부여했다.

자폐프리즘연구회 회장인 김철희 충남대 생물과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미약품의 성과를 시작으로 국내외 바이오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며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 "앞으로 '자폐증과 같은 신경정신질환' 분야의 바이오산업화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를 이해하는 학습모임…'중국연구회'

중국연구회는 과학자들이 중국어를 비롯해 문화·경제·시장·바이오 등을 학습하며 중국 자체를 연구하는 학습모임이다. 초대 회장은 중국과 사막화 방지 생명공학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곽상수 생명공학연구원 박사다.

중국에 관심 있는 과학자들이 자발적으로 지난달 29일 중국연구회를 발족했으며 정부·기관 등의 지원없이 순수 회비로만 운영되고 있다. 특히 연구회 30여명의 회원들은 중국을 이해하기에 앞서 중국어 공부에 몰입하고 있다.

7명의 생명연 중국 유학생들이 '중국어 선생님'이 된 것. 매일 점심 시간(12시 30분부터 30분간)을 활용해 기초 중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국어 핵심 교육내용을 중국 유학생들이 직접 준비한다. 또 생명연에 소속된 6명의 중국방문과학자들이 중국 현황을 설명하기 위해 강단에 서기도 한다.

중국연구회는 직급·전공분야·연령의 구분없이 연구직·행적직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 학습을 비롯해 정보공유·친목도모 등의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회원들은 매월 말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해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며 자유로운 소통을 꾀하고 있다.  

곽상수 회장은 "한국과 중국은 환경, 에너지, 보건안보 등 여러 관점에서 공동운명체다"며 "중국인들과의 교류·학습을 통해 중국을 이해하고, 양국의 공통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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