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배워야 할 모델"

[세계의 아카데미④]아프리카 42개국 과학 석학들의 한림원 'AAS'

[편집자 주] 최근 과학기술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 중 하나가 국경을 뛰어넘는 '오픈사이언스(Open Science)'입니다. 또 우리가 염원하고 있는 노벨상을 위해선 뛰어난 연구성과에 더해 해외 석학들과의 교류도 중요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에 대덕넷은 국내 대표 석학단체 중의 하나로서 해외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함께 해외 학술기구들의 운영 현황과 비전, 교류 활동 등을 소개하고, 그들에게 한국의 국제교류에 대한 의견도 들어보고자 합니다.  

아프리카의 과학기술발전을 이끌기 위해 만들어진 아프리카한림원(The African Academy of Sciences: AAS)은 1985년, 개발도상국 과학기술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TWAS(Third World Academy of Sciences)와 같은 해에 설립됐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Trieste)에 위치한 국제이론물리센터(ICTP:International Centre for Theoretical Physics)는 개발도상국에게 금전적, 학문적 지원을 함으로써, 선진국과의 과학 발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ICT는 전세계 다양한 국적의 과학자들을 트리에스테에 초청, TWAS의 설립을 논의했고, 트리에스테 총회에 참석한 제3세계 과학한림원과 과학자들이 TWAS의 설립회원으로 구성됐다. 아프리카 국가들과 국립아카데미의 영향력 있는 과학기술자들 33인이 TWAS에 참여했고, 또한 AAS의 설립회원이 됐다.

AAS는 42개국의 회원들로 구성된 하나의 범아프리카과학한림원이다. 참여하는 국가들은 AAS에 참여하는 개인회원들을 통해 함께 일한다. 아프리카에는 별도의 한림원 네트워크인 NASAC(Network of African Science Academies)이 있는데 AAS는 NASAC의 설립에 산파 역할을 했고, 현재 NASAC의 회원이기도 하다. AAS 정회원에는 아프리카의 뛰어난 석학들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의 한림원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AAS 본부 전경 <사진=AAS 제공>AAS 본부 전경 <사진=AAS 제공>

AAS본부는 케냐 나이로비 남서부 외곽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 나이지리아 출신 수학자인 쿠쿠(Aderemi Kuku) 박사가 4대 원장을 맡고 있다. 원장, 부원장 5인 등 임원 13명은 전자투표로 선출되며, 부원장 5인은 남부, 북부, 서부, 동부 및 중부아프리카의 지역을 대표하여 선출된다.

AAS의 정회원(Fellows)은 국제적으로 우수한 연구성과를 낸 아프리카 과학자들 사이에서 회원 투표로 선출되며, 준회원과 명예회원은 아프리카인이 아닌 해외 석학들 중 투표를 통해 선정된다. 현재 아프리카 42개국과 인도, 미국, 덴마크, 영국, 독일, 이탈리아, 파키스탄 등에서 350여명이 AAS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그 중에는 아프리카출신 12명의 과학자들을 포함한 노벨상 수상자들도 있다. AAS는 2018년까지 600명으로 회원을 확대할 계획이며, 특히 그 중 최소 15% 이상을 여성회원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AAS는 IAP(세계과학아카데미연합회)와 함께 이공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사진=AAS 제공>AAS는 IAP(세계과학아카데미연합회)와 함께 이공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사진=AAS 제공>

AAS는 1989년부터 2005년까지 임업 연구개발, 생명공학, 토양과 물 관리, 식량개선 등 4가지 전략을 구현했고, 현재는 △기후 영향 연구 능력 및 리더십 향상(CIRCLE) △아프리카 과학 발전을 위한 동맹(AESA) △세포생물학 및 재생의학 연구(CBRM) △과학장비 정책사업 등을 핵심 프로그램으로 진행 중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지난 2000년 10월 AAS와 과학기술분야 협력 촉진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 참석차 내한한 쿠쿠(Aderemi Kuku) AAS 원장과 업무협력 회의를 통해 공동심포지엄을 매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제1회 공동심포지엄은 지난 2015년 7월 케냐 나이로비 AAS사무국에서 '사회경제 발전을 위한 첨단 바이오과학기술(Recent Advances in Biosciences and Biotechnology for Socio-economic Development)을 주제로 개최됐으며, 올해 4월 우리나라에서 제2회 공동심포지엄이 예정돼 있다.

◆[인터뷰]쿠쿠(Aderemi Kuku) AAS 원장, "한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배워야 할 모델"

쿠쿠 AAS 원장 <사진=AAS 제공>쿠쿠 AAS 원장 <사진=AAS 제공>
- AAS전략계획(Strategic Plan of the AAS(2013-2018)에 따르면 ASS는 전세계적인 이슈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AAS의 목표와 프로그램, 주요 활동 등을 소개해 달라.

AAS의 전략계획은 AAS의 활력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고 AAS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을 강조한다. 또 물과 공중위생, 지속가능한 에너지, 식량안보와 영양, 건강관리와 웰빙, STEM(Science ,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기후변화 등 주요 분야에서의 과학기술 혁신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학자들과 과학단체들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고, 과학기술혁신(STI: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 촉진을 위해 아프리카의 정부와 정책입안자들과의 관계를 만드는 것도 주요 역할 중 하나다. 이 중 몇몇은 아프리카 전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것들이다.

또 전략계획의 내용들을 넘어 새로운 계획들도 추진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14년 아프리카 내에서 AAS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AAS는 △과학교육위원회 △범아프리카 사이언스 올림피아드(Pan-African Science Olympiads) 위원회 △아프리카 과학유산 위원회 △아프리카 여성과학자 위원회 등 네 개의 위원회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범아프리카 사이언스 올림피아드가 2015년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개최됐고, 다른 위원회들도 행사를 계획 중이다. 이에 대해 매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지난해 첫번째 공동심포지엄을 나이로비에서 개최했고, 올해는 서울에서 2회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것도 우리의 전략계획에는 없지만 중요하게 추진하는 것 중 하나다.

우리는 아프리카 과학기술혁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역량 강화를 통해 전략계획 안의 모든 것들을 중요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 아프리카 국가들과 AAS는 어떠한 협력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는가?

먼저 AAS는 아프리카에 있는 국가한림원들과 MOU를 맺었다. 나이지리아과학한림원, 가나과학예술한림원, 케냐과학한림원, 에디오피아과학한림원 등이 AAS 이름 아래 함께 공동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우리는 아프리카 연합 팀들과 전략적 파트너를 맺고 있다. 아프리카연합위원회(AUC:African Union Commission), 아프리카과학기술장관회의(AMCOST:African Minister’s Conference on Science and Technology), 아프리카발전연합(NEPAD:New Partnerships for Africa’s development), 범아프리카대학연합(PAU:Pan African University)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범아프리카 협력을 공고히 함으로써 우리는 많은 나라들에서 과학기술혁신 활동들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치고 있다.

- 현대과학은 매우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과학기술 투자와 경제발전 정책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을 어려워 한다. 아프리카의 과학투자 상황은 어떠한가?

아프리카는 아직 연구개발 투자와 경제발전 사이에 절충점을 찾고 있다. 사실 아프리카는 과학기술혁신 연구의 어느 분야에서도 일정 수준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과학분야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STI의 발전 없이는 경제발전도 있을 수 없다. 다양한 과학 분야 공개포럼들에서는 모든 아프리카 정부가 GDP의 1%를 과학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지지해왔으나 아프리카에서 해당 목표를 이룬 국가는 거의 없다.  

- 아프리카의 대학들도 고급인력유출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것은 아프리카 뿐 아니라 개도국 모두의 문제다. 여기에 대해 아프리카는 어떠한 해결책을 갖고 있는가?

그렇다, 아프리카의 대학들이 과학기술인재들의 해외유출에 대해 많이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현재 상황이 그런 재능 있는 과학기술자들을 필요한 만큼 양성하는 것은 어렵다.
최근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혁신 전문가들이 대륙 전역에 드문 드문 퍼져 활동을 하면서 정부와 이해당사자와의 균형 잡힌 투자 없이도 아프리카에 높은 수준의 교수, 양질의 연구시설과 장비들을 갖춘 대학들이 확산되고 있다. 가끔은 소위 말하는 두뇌유출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만약 정부가 충분히 지원할 수 있을만큼으로 대학의 수를 제한하고, 과학기술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한다면 두뇌유출 해결도 가능하다고 본다.

- 아프리카는 많은 천연자원과 인력으로 최근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이 아프리카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이며, 아프리카에서 발전과 협력의 우선순위에 놓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아프리카의 천연자원들이 세계에서 매우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난 시간 대륙의 빠른 발전을 가져오지는 않았다. 또 인구의 40%가 20세 미만의 젊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발전을 위해 결집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태다.

최근 공급과잉으로 인한 석유 가격 하락 때문에 아프리카의 석유생산국들은 다른 광물생산으로 전환하거나 그들의 넓은 경작지를 활용할 수 있는 농업에 투자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몇몇 국가들은 산업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옳은 방향으로 첫 발을 내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산업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과학기술 분야를 발전시키려면 가야할 길이 멀다. 선진국들이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경험의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한 궁극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독립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국의 과학기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한국이 지난 40년간 과학기술의 전 분야에서 이뤄낸 거대한 발전과 선진국으로 발돋움 한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또 아프리카는 한국을 모델로 배울 것이 많다. 한국과 MOU를 맺은지는 꽤 시간이 지났지만 양국 간 공동심포지엄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최근 관계 진전이 이루어져 매우 기쁘다. 앞으로 협력관계가 공고해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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