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지식 잔치 AAAS 연차 대회
182년 역사 자랑…1만 여명 참가 5일간 '열공'
하루 12시간 강행군…미생물에서 우주까지 주제 다양

전미과학진흥협회(AAAS,The 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순수 민간단체로 미국뿐 아니라 세계 최대의 과학단체이다. 매년 2월 중순에 5일간의 연차대회를 열어 과학자들에게는 폭 넓고 깊이 있는 지식을 교류하도록 하는 한편 일반인에게는 과학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는 2월 11일부터 15일까지 워싱턴 DC에서 제 182회 연차대회를 열었다. 세계 최대의 학술잔치라 할 연차대회를 참가하면서 미국 과학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전통이 있기에 끊임없이 혁신을 하고 인공지능 등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 지식 잔치의 현장 분위기와 함께 미국 과학과 사회를 지탱하는 요소에 대해 6회에 걸쳐 알아본다. ①세계 최대의 지식 잔치 AAAS 연차 대회 ②AAAS란 조직은 무엇? 민간이 주도하는 미 과학 정책 ③한국 과학과 AAAS 연계, 글로벌화 지름길 ④스미소니안 박물관, 미국 자부심의 원천 ⑤미국 탐구정신의 출발점, 독립정신 ⑥화보 [편집자 주]

한 세미나실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바로 옆 세미나실에서는 아프리카에서의 과학 교육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는 등 다양한 주제로 지식 잔치가 열렸다.<사진=이석봉 기자>
한 세미나실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바로 옆 세미나실에서는 아프리카에서의 과학 교육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는 등 다양한 주제로 지식 잔치가 열렸다.<사진=이석봉 기자>
한 강의실에서는 인공지능(AI)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과학자와 경제학자, 인문학자 등이 자신의 견해를 발표한다. 80석 규모의 강의실에는 청중이 빼곡히 앉아 열심히 듣고 메모하며 묻고 토론한다.

벽을 같이하고 있는 옆 강의실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박사가 아프리카에서의 이공계 인재 육성 현황과 애로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런 강의장이 2층에만 6개가 연달아 있고, 다른 건물에도 여러 강의장들이 있다. 각 강의장에서 새로운 지식을 섭취하고 소화하는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참가자들은 1시간 30분 단위로 다른 주제가 펼쳐지는 강의장을 여기저기 꿀벌처럼 찾아다니며 지식 쇼핑을 한다.

세계 최대의 지식잔치인 AAAS의 연례 모임의 한 장면이다.

한 세미나실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바로 옆 세미나실에서는 아프리카에서의 과학 교육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는 등 다양한 주제로 지식 잔치가 열렸다.<사진=이석봉 기자>
한 세미나실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바로 옆 세미나실에서는 아프리카에서의 과학 교육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는 등 다양한 주제로 지식 잔치가 열렸다.<사진=이석봉 기자>

미국 수도 워싱턴 DC내 워싱턴 매리엇 워드만 파크 호텔과 옴니 쇼람 호텔의 컨벤션 센터에서 5일간 열린 연차 모임은 한마디로 세계 최대 지식 축제였다. 다뤄진 주제만 해도 지구 온난화, 혁신, 국제협력, 스마트 시티, 우주 탐구, 과학 글쓰기 등 과학과 사회 전반이 망라되며 150개가 넘었다.

매일 오후 5시에는 전체 참가자들에게 오픈된 특별 강좌가 마련되는데 1000여명을 수용하는 넓은 회의장이 가득 찬다. 특별 강연 주제는 전염병과 싸움, 게놈 편집의 혁명인 크리스퍼 가위, 라디오를 통한 과학 놀이 등 전문적인 부분에서 과학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매일 오후 1시에는 주제 강연이 진행됐다. 자세히 보면 ▲초대형 블랙홀과 우주의 진화 국립공원에서의 과학 활동 ▲뇌, 우주, 기억 ▲재난 관리:로봇 정보 사람 ▲연대 혹은 분리:21세기에 있어 종 관계에 대한 심리학적 견해 ▲당신을 늙게 혹은 젊게 하는 라이프 스타일 ▲은유로 본 소통 ▲아인슈타인의 유산:전쟁과 평화에서의 중력 연구 ▲지식의 기원 ▲수사 과학, 조직 범죄, 상아 불법 거래:방안의 코끼리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AAAS 연례 모임은 매해 주제가 정해지는데 올해는 지구적 차원에서의 과학 참여(Global Science Engagement).

AAAS의 회장인 Geraldine Richmond가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이석봉 기자>
AAAS의 회장인 Geraldine Richmond가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이석봉 기자>

회장인 제랄딘 리치몬드(Geraldine Richmond)는 개막 연설에서 과학을 통해 세계 발전을 이야기하며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다. 리치몬드 회장은 남미와 아프리카, 동남아, 인도지나 등 세계의 개발도상국을 방문하며 만난 현장에서의 과학자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과학을 하고, 과학을 활용해 지역과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야 말로 영웅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선진국에 사는 과학자들은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후원하며 인류가 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리치몬드 회장은 이를 위해 신뢰를 구축하고, 배우려 경청하고, 모든 곳에 재능이 있음을 알고, 당신이 갖고 있는 편견과 싸우고,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http://www.aaas.org/page/am16-videos)

이와함께 여러 학회가 연례모임 기간 중에 총회를 실시하고 노벨상 수상자와의 만남, 스파이와 과학 등의 특별 행사도 열렸다. 그 가운데는 한국과학창의재단 주최로 공학과 과학 분야 재외 인력들의 네트워킹이란 세미나도 있었다. 고등학교 및 대학에 재학중인 미래 과학자를 위한 다양한 후원행사도 진행됐다.

쥬니어 과학자와 현역 과학자와의 조찬, 장애를 가진 학생과 과학자들의 오찬, 미국 과학저술가 협회 펠로우십 모임, 과학 윤리 종교 수용성 관련 대화, 과학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모임, 소수민족과 여성 과학자 및 공학자를 위한 네트워킹 조찬, 과학 사서(司書) 미팅, 성적 소수 과학자를 위한 리셉션 등등의 행사도 열렸다.

대회 기간 내내 매일 오후 5시에는 특별 연사가 전체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진행했다. 다양한 주제에 전문적 수준임에도 강의장이 가득 차 일반인들의 높은 과학 수준을 엿보게 했다.<사진=이석봉 기자>
대회 기간 내내 매일 오후 5시에는 특별 연사가 전체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진행했다. 다양한 주제에 전문적 수준임에도 강의장이 가득 차 일반인들의 높은 과학 수준을 엿보게 했다.<사진=이석봉 기자>

행사 끝나기 직전 저녁인 일요일 밤에는 일반인들을 위한 시사회도 개최됐다. 사랑을 나누면 뇌가 활성화되며 수명도 연장되고, 아인슈타인의 뇌를 연구한 것으로 유명한 여성 뇌과학자인 마리안 다이아몬드의 일생을 다룬 "My Love Affair With the Brain"이란 영화(http://lunaproductions.com/all-episodes-marian-diamond/)가 상영됐고, 관련자들의 이야기가 밤늦게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폐막행사로는 AAAS가 발간하는 과학잡지인 'Science'의 편집진이 나와 과학자들과의 대화를 갖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각종 과학단체를 알리는 전시회와 학생들의 연구 성과를 알리는 포스터 대회가 대회 기간 내내 열렸다. 또 일반인들을 위한 행사로 과학자와의 만남(Family days-Meet the Scientists)이 토·일 이틀간 무료로 진행돼 일반인들과 어린이들의 과학을 다양하게 체험하도록 했다.

특히 나사에서는 우주인을 파견해 우주에서의 경험을 아이들과 공유하도록 하며 우주에 대한 관심을 더욱 크게 갖도록 만들었다. 참석자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소감을 밝혔다. 그 중 몇개를 보면 소개한다.

"모든 연령, 인종, 성을 대표하는 과학자들이 있어서 딸과 함께 여러 체험을 하며 즐거웠다."

"모든 코너가 즐거워서 오전 11시 시작 시간에 들어가 오후 4시 마감 시간까지 있었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과학 실험들을 해보고 나서는 과학자가 되겠다고 이야기한다."

"전문가와 함께하며 아이들이 실험하면서 배우는 것은 매우 유익했다."

주최측에서는 언론을 위해 매일 4, 5건씩의 브리핑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때문인지 뉴스룸에는 세계 각국에서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등록해 기자 회견장이 연일 만원을 이뤘다. 우리나라에서는 IBS가 조찬을 통해 그동안의 성과를 홍보하기도 했다.

특강 연사 가운데 한 명인 WHO Christopher Dye 박사의 강연을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다. 1000명 규모의 강의장이 빈자리가 없이 가득 찼다.<사진=이석봉 기자>
특강 연사 가운데 한 명인 WHO Christopher Dye 박사의 강연을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다. 1000명 규모의 강의장이 빈자리가 없이 가득 찼다.<사진=이석봉 기자>
 
세계 각국에서 많이 참가하는데 주최국인 미국 다음으로 많이 참가하는 나라는 단연 일본이다. 100명 가량의 과학자와 과학정책가, 홍보 담당자, 기자 등등이 참가해 최근의 연구동향 습득은 물론 기관 교류, 과학관련자와의 네트워킹 등의 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일본 미래정책 연구소의 히라사와 류 소장은 "30년 이상 매년 참석하고 있다"며 "과학 정책의 최근 동향을 알고 미국과의 협력에 매우 중요한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원로 과학자이면서 코멘테이터 역할을 하는 맥도널드씨는 "NIH(미 국립 보건연구원) 연구원 출신으로 40년 넘게 AAAS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현재 86세의 노령으로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에는 가지 못하지만 격년으로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대회는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학과 일상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며 "동네 근처에 새로운 주택지가 들어오려는 것이 하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수치로 입증해 막기도 했다"고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AAAS 스탭의 일원으로 과학과 일반인들의 연계를 담당하고 있는 티파니 로하터(Tiffany Lohater)씨는 "워싱턴 DC는 정책 결정 중심지라 많은 정책가와 언론인, 연방기관 공무원, 국회의원 및 보좌관, 국무부 관계자 등이 대회에 참가해 정책 방향에 대해 소통하며 현장 의견을 듣기도 한다"면서 "AAAS 연례 대회는 미국의 과학정책 여론 형성 및 펀딩, 과학외교 등에 있어 중요한 자리"라고 연례모임의 의의를 설명했다.

내년 대회는 보스턴에서 과학정책(Serving Society through Science Policy)란 주제로 2월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AAAS는 이와 관련해 4월 22일까지 세션이나 발표, 미팅 제안 등을 받는다. (http://aaas.org/meetings)

기자회견장에도 많은 기자들이 참석해 대회의 수준을 짐작하게 했다.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 관련 기자 회견 모습.<사진=이석봉 기자>
기자회견장에도 많은 기자들이 참석해 대회의 수준을 짐작하게 했다.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 관련 기자 회견 모습.<사진=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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