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아카데미③]8개 지역 한림원들의 본부 '독일레오폴디나한림원'
"지역 간 협력은 발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

[편집자 주] 최근 과학기술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 중 하나가 국경을 뛰어넘는 '오픈사이언스(Open Science)'입니다. 또 우리가 염원하고 있는 노벨상을 위해선 뛰어난 연구성과에 더해 해외 석학들과의 교류도 중요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에 대덕넷은 국내 대표 석학단체 중의 하나로서 해외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함께 해외 학술기구들의 운영 현황과 비전, 교류 활동 등을 소개하고, 그들에게 한국의 국제교류에 대한 의견도 들어보고자 합니다. 

독일레오폴디나한림원(German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Leopoldina·이하 레오폴디나)은 이학·의약학분야에서 전 세계 가장 오래된 한림원 중 하나로 1652년 1월 슈바인푸르트(Schweinfurt)시에 '자연에 대한 탐구 아카데미(Academy of the Curious as to Nature)'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네 명의 설립멤버는 물리학자들이었다.

1670년 그들은 의약이나 식물학, 생리학 등과 관련한 초창기 과학 논문을 출판하기 시작했고, 1677년 신성 로마 제국의 레오폴디나 1세 황제시대에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처음에 레오폴디나는 대표가 일하는 곳에 위치하며 교류를 주도해왔으나 1878년부터는 할레(Halle)에 영구적으로 머물렀다. 

1933년 히틀러가 독일의 수상이 되자, 레오폴디나는 유태인 회원들을 제명하기 시작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첫 번째 희생자 중의 하나였고, 1938년까지 70여명 이상이 제명됐으며, 그들 중 8명은 나치에 의해 살해됐다.

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후, 할레시의 아카데미 건물은 동독 정부에 소속되었으나 독일 전체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1991년 독일통일 이후 레오폴디나는 비영리단체로 승인 받았으며, 2008년 독일연방한림원으로 지정되어 베를린(Berlin), 뒤셀도르프(Dusseldorf), 괴팅겐(Göttingen),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라이프치히(Leipzig), 마인츠(Mainz) 및 뮌헨(Munich) 등 독일 내 여러 지역의 한림원을 대표하고 있다.

▲레오폴디나 전경 <사진=레오폴디나 제공>
▲레오폴디나 전경 <사진=레오폴디나 제공>
현재 연방 및 각 주에서 각기 반씩 부담하여 자금이 투입되고 있으며, 각 주의 한림원 기본적인 시설은 각 소재 주의 자금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2002년 2월에 공익사단법인 'acatech-독일과학아카데미연합 공학그룹'(등록단체)이 설치되었는데 acatech는 기본적으로 경제계의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레오폴디나는 기초연구에 대해서 조정을 하면서 안팎에 있는 연구조직에 효과적으로 대항하고 있다. 레오폴디나를 비롯해 독일의 과학한림원들의 임무는 기본적으로 기초연구의 장기계획을 조정하고 학제적인 대화를 발전시키며 이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이들 한림원들은 자신의 활동분야에 대한 일반적인 문제 및 미래 문제에 대해 사회에 조언을 하며, 심포지엄 및 공적 시설에서 과학, 사회 및 경제간 집중적인 논의에 공헌한다. 또한 레오폴디나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을 통해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든 정책활동을 지원한다.

또한 레오폴디나는 과학사적 기록물들을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과 보관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종 출판물을 제작하고, 메달과 상 등을 수여해 학자들의 연구 활동을 증진시키고 있다. 

▲레오폴디나 한림원 입구 <사진=레오폴디나 제공>
▲레오폴디나 한림원 입구 <사진=레오폴디나 제공>
8개 한림원에는 정회원 또는 통신회원 및 특별회원으로서 각 전문분야별 약 1561명의 과학자가 선임되어 있다. 그 중 75%는 독일 및 독일어권 국가의 회원들이며, 25%는 그 외 30여 개국의 외국인 회원들이다. 신규 회원은 기존 회원들이 직접 선출한다.

레오폴디나는 다윈(Charles Darwin),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막스플랑크(Max Planck), 오스트발트(Wilhelm Ostwald),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에르틀(Gerhard Ertl),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한(Otto Hahn), 핸슈(Theodor W. Hänsch) 등을 비롯해 17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레오폴디나 회원이 되는 것은 독일 연구자들에게 최고의 영예다.

레오폴디나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2012년 과학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13년부터 매년 양국을 오가며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해오고 있다.

◆ 각각의 한림원들은 특별한 역사와 임무가 있다…"협력은 발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
[인터뷰] 요르그 하커(Jorg Hacker) 독일한림원장

▲요르그 하커 독일한림원장 <사진=과학기술한림원 제공>
▲요르그 하커 독일한림원장 <사진=과학기술한림원 제공>

- 레오폴디나는 2008년부터 독일과학한림원의 본부로서 활동하고 있다. 각 지역의 한림원과의 협력과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독일에는 레오폴디나 외에도 10년 전 설립된 공학(technical science) 분야 한림원인 'acatech'를 비롯해 8개의 지역 아카데미가 운영되고 있는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 다수의 한림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국가한림원으로서 레오폴디나의 역할은 다른 아카데미들과 강한 협력을 유지하고, 연합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책 조언과 관련해서는 레오폴디나의 조직(leadership) 아래 상설위원회(Standing Committee)가 설립돼 있는데, 여기서 각 지역 한림원 대표들과 공학한림원, 레오폴디나가 함께 일한다. 우리는 함께 컨퍼런스를 조직하고 과학사 프로젝트를 같이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레오폴디나를 포함한 모든 한림원들이 각각의 특별한 역사와 임무를 갖고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협력은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 레오폴디나에서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는 목표와 활동, 사업은 무엇인가?

레오폴디나는 국가한림원으로서 두 가지 큰 목표를 갖고 있다. 먼저 새로운 발견이나 발명 등 과학연구 분야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정책 조언을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세계 과학 네트워크에서 독일을 대표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활동을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매우 중요하고 특별한 세계의 한림원들과 협력한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도 그런 우리 파트너 중 하나다.

- 레오폴디나는 현재 1561명의 회원들이 선임돼 있으며, 그 중 25%는 독일 혹은 독일어권 국가를 제외한 30여 개국의 외국인 회원들이다. 그 중에는 아시아 국가 회원들도 있으며, 7명의 중국인 회원, 13명의 일본인 회원이 있는데 한국인 회원은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국제적인 한림원이다. 대다수 회원들이 독일어권 국가의 과학자들이긴 하지만, 우리는 외국회원들도 선출한다. 독일과 한국 과학자들 사이의 협력은 지난 몇 년간 상당히 발전됐다. 게다가 레오폴디나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최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나는 미래에 한국인 과학자들 역시 레오폴디나 회원이 될 것으로 낙관한다. 

- 독일의 강한 중소기업과 경제발전은 많은 국가들의 모델이 되고 있다. 레오폴디나는 기초연구 분야의 석학들인데 산업과의 연관은 무엇인가?

독일에서는 전통적으로 특별히 기술 영역에서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강한 중소기업들이 있다. 연구기관과 기업들 간의 상호교류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독일의 연구개발비 예산 중 2/3가 민간 부문에서 이루어지며, 오직 1/3만 정부기관에서 제공한다. 즉, 독일의 강한 중소기업들의 힘은 과학에 기반 한다는 의미다.  
우리 한림원 회원들의 대다수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이 사실이나 공학 부문을 운영하고 있고, 몇몇 회원들은 현재 기업에 소속되어 있다. 물론 그들은 학문적인 배경을 갖고 있거나 과거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나는 산업과 학문 연구기관 양쪽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이 더 많아질거라 확신하며, 그들을 통해 초학문적인 연구들이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

-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최근 독일의 과학기술과 경제성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독일내부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던 연구개발 부분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독일 산업의 기반은 여전히 강하다. 독일 경제·정치계 리더들 사이에서도 독일이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기반을 유지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폭스바겐 사태는 조사가 진행 중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회사 지배구조의 변화가 이행될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투명성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 노벨상시즌이 되면 한국인들은 매우 깊은 좌절감을 느낀다. 동북아시아의 한중일 중 한국만 노벨상을 아직 수상하지 못했다. 레오폴디나는 174명의 노벨상 수상 회원(독일국적만 83명)을 배출했다. 노벨상을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노벨상 수상자들의 대다수가 기초 과학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올해 노벨상을 봐도 알 수 있듯 의학 및 생리학 부문에서는 보다 응용분야에서 일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한국은 최근 기초과학 분야를 점점 더 강조하고 있고, 응용과학에서 성장을 이어가는 만큼 기초 분야에서의 국제 협력도 늘어나고 있다. 나는 한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미래에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 최근 일본이 노벨상을 연속해서 수상 중이다. 일본의 활약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본은 매우 강력한 과학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기초과학 분야가 강력하다. 또한 일본 과학자들은 전세계적으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박사후과정을 포함한 많은 일본 과학자들이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의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일본이 노벨상 수상의 기회를 점점 더 높이는 데는 강한 기초과학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활동이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 한국의 과학기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 20년간 한국은 매우 강력한 과학기술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한국은 GDP의 4%를 과학 분야에 투자하며, 이러한 흐름을 이끌고 있다. 이것은 한국의 과학시스템을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개발이다. 과거 투자는 응용과학 분야에 집중되었지만 이제 기초과학분야도 점점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다양한 정책이 더 큰 이익과 발전을 이끌 것으로 생각한다.

-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유럽의 한림원들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아시아한림원의 리더로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국제협력에 대해 조언해 달라.

국제협력을 위해 과학자들은 보다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한림원 활동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매우 매력적인 파트너이나 다른 한림원들과 상호 간의 패널로 활동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더 굳건하게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레오폴디나를 비롯해 전세계 한림원들과 이미 강력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매우 유망한 발전을 이끌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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