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명자 과총 차기 회장, 내년 3월 임기 시작
"과총 회장, 내 생애 마지막 프로젝트…전국 과기인 실체적 구심체로"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이 과총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1년 간 인수기간을 거쳐 내년 3월 임기를 시작한다.<사진=김지영 기자>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이 과총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1년 간 인수기간을 거쳐 내년 3월 임기를 시작한다.<사진=김지영 기자>
"과총이 원로 중심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이 참여하다 보니 그런 점도 있지요. 이제 젊은 과학기술인도 모여들 수 있는 '매력 과총'을 만드는  것이 우리 과제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월, 제19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열린 과총'을 강조했다. 김 차기 회장은 "소통과 융합의 강화로 신뢰의 조직이 되고, 전국 과학기술인의 실체적 구심체가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966년 출범한 과총은 500만 명(2005년 기준) 과학기술인을 대표하는 연합체로 800개 학술단체(회원 40만 명)와 공공·민간 연구단체, 12개 시·도의 지역연합회, 해외 17개국 한인 과학기술인 단체로 구성돼 있다. 올해 출범 50주년, 여성 회장이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차기 회장은 1년 간의 인수기간을 거쳐 내년 3월부터 3년 임기로 활동하게 된다.

글로벌 격동기에서 한국 과학산업계가 도약과 좌절의 기로에 선 가운데 김 차기 회장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역사와 궤를 함께 한 과총이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고 국가발전의 싱크탱크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한다. "시대 변화에 따라 과총의 사회적 역할이 매우 커졌다. 우리 회원 모두의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분야 간 세대 간 지역 간의 벽을 허물고 자율적, 창의적으로 참여해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 과총의 시대적 과업"이므로 "회원과 단체가 과총의 주인이 되고, 과총이 현장 중심의 정책 대안 도출의 플랫폼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 "사이버 이사회 등 신설…현장 목소리 수렴"

김 차기 회장은 2013년 과총 회장 선거에도 도전한 바 있다. '과총 역사 반백 년에 여성 회장은 후보조차 없었다. 어느 세월에 또 여성 후보를 내겠냐'는 후배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 남녀를 따지면서 일해본 적은 없지만, 정부와 국회 등 공공 부문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일종의 책임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회장 선출에서 2위로 석패했다.

이번 선거운동도 2013년과 마찬가지로 e-메일 운동이 기조였다. '선거운동은 직접 만나는 스킨십이 중요하다'는 주위의 조언도 있었지만, 약 40여 통의 콘텐츠를 생산했다. 그동안 지나온 커리어의 총결산으로, 대통령 자문위원 활동, 집필한 저역서, 프로젝트 보고서 리스크, ‘내가 본 김명자’, ‘언론이 김명자’, 과총의 비전과 추진과제, 최근 강연자료, 언론보도 리스크 등의 방대한 내용을 담았다.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그 결과는 놀라웠다. 이 낯선 선거 방식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표 차로 신임 회장에 선출된 것이다.

김명자 차기 회장은 5가지 추진과제를 제안했다. 특히 '따뜻한 과학기술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과총'을 강조했다.<사진=김지영 기자>
김명자 차기 회장은 5가지 추진과제를 제안했다. 특히 '따뜻한 과학기술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과총'을 강조했다.<사진=김지영 기자>
김 차기 회장은 5가지 추진과제를 제안했다. 그 중 하나가 회원 간의 소통과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이버 이사회의 신설이다. 또한 분야별 평의원회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과총이 현장 중심의 정책 대안 도출의 플랫폼이 되고, 그로써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는 과총이 된다는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따뜻한 과학기술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과총'을 강조한다. 첨단기술의 연구개발도 정책적으로 중요하지만, 사회적 기술, 공익 차원의 연구개발, 일자리 창출, 고령화 등 사회적 이슈의 해법을 찾는 사회혁신 형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데 과총이 기여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그는 "과총의 거대한 조직을 이용, 600여개 학회와 산업기술 단체, 직능단체를 통틀어 '분야 별로 무엇을 어떻게 하면 새로운 프론티어를 열 수 있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투자 대비 성과를 올릴 수 있는가'의 절실한 과제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로부터 해법을 찾겠다"며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와의 상생관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인공지능의 충격, 선도기술 선도 "해외 네트워크에 적극 참여"

월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경기는 과학기술계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처음 대국에서 현장에 갔던 그는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된다고 하는 격동기 속에서 과학기술계의 막중한 역할에 대해 새삼 숙연해졌다"고 말했다.

사이언스 픽션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과학기술, 사회적 혁신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과학기술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 속에서 과총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그는 "이런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한다"며 "아마도 첨단기술 개발에서 우리가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과 국제협력에 더 주목해야 할 것"이라 보았다.

절대적 재원 투입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한계가 있으므로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할 것이고,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임을 인정한다면, 국제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더 크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의미에서 과총이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와 우수 인재가 과학기술 영토 확장에 기여하고 과학기술 외교에서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에게는 재외 과협(1만 8500여명) 네트워크가 있다. 만나서 아이디어와 정보를 교환하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이제 그 네트워크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우리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재외 과협과의 컨퍼런스 행사가 보다 시대적 요구에 맞게 진화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는 물론 유럽엔지니어연합(FEANI), 일본공학회(JFES), 호주과학기술단체연합회(FASTS), 독일과학기술조직연합(DVT), 영국과학협회(BSA), 국제과학협의회(ICSU), 북한의 조선과학기술총연맹 등을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기관으로 꼽았다.

더불어 그는 "국내에서도 과학기술 단체가 아닌 다른 인문사회 분야의 단체와도 보다 긴밀한 협력에 의해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과학기술이 제기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해법을 함께 모색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중시하는 건 또 있다. 과학기술인의 복지 증진과 사기 진작 방안이다. 그것을 현장에서 수렴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학회의 역량 강화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도 그의 계획에 들어있다.

과학기술계의 사기 진작과 복지 증진이 창의적 인적 기반 구축의 기본조건이란 것에 대한 그의 믿음은 확고했다. 김 차기 회장은 "평소 과학기술인의 복지 증진과 사기 진작이 막대한 연구개발 예산의 투입의 성과를 올리는 데 가장 기본조건이라고 생각해왔다"며 "안정된 여건이 조성돼야 하드웨어에 투입되는 막대한 연구개발 예산 투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창의적 인적 기반 구축은 과학기술 연구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 대목에서 과총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기반 조성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관련 신규 사업을 발굴해서 안정적 연구 여건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며 "이번 선거에서 과총 회원 여러분이 신뢰와 기대를 자산으로 제 생애 마지막 프로젝트에서 온 정성과 열정을 쏟겠다"고 마무리했다.

내년 3월 과총 회장 취임까지 1년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그는 벌써부터 바쁘다. 평소에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컴퓨터에 앉아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는 그는 "인수기간동안 미니 프로젝트 식으로 과총 사업에 대해 검토하고 의견을 모아 발전 방안에 대해 공부할 계획"이라며 거듭 현장 중심의 대안 도출을 강조했다. 그는 "과총의 많은 분들을 만나 어떤 프로그램을 설계할지 의견을 들을 것이다. 내년 3월부터 추진할 수 있도록 보고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차기 회장은 70년대부터 숙명여대 교수, 명지대 석좌교수, 서울대 CEO 초빙교수,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초빙특훈교수로 재직하며 화학, 과학사, 과학기술정책 등을 강의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으로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활동하다가 김대중 정부 최장수 장관, 헌정 최장수 여성장관의 기록을 세웠다. 또한 법적 근거에 의한 정부부처 업무평가에서 제1회, 2회 환경부를 최우수 부처로 끌어올려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또한 17대 국회의원으로 국방위 간사, 국회윤리특별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학계, 행정부, 입법부, 비정부기구 등의 수장을 두루 거쳤다.

2015년 제25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 2015 과학기술훈장 창조장, 2014년 제3회 자랑스러운 서울대 자연대인상, 2004년 청조근정훈장, 2002년 제1회 닮고싶고 되고싶은 과학기술인상, 1994년 대한민국 과학기술상 진흥상 대통령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과총 향후 5대 추진과제로 ▲ 과총 800여 학회·단체의 학술활동과 복지 지원 강화 ▲ 지역과총 역할 강화로 전국 단위의 싱크탱크 구현 ▲ 정부·국회·언론과의 협력으로 과학기술 리더십 강화와 재정 확충 ▲ 사회적 기술 등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는 ‘따뜻한 과학기술’ 선도 ▲ 과학기술 한류 확산과 글로벌 혁신 정책 플랫폼 기능 강화 등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