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락주 고려대 교수, 버츄얼빌더스에 '이동식 3D실내지도 작성 장치' 통상실시권 이전
"제품화까지 기술지원 목표…경험 살려 학계와 산업계 아우르는 기준 기술 개발할 것"

도락주 교수의 연구실 한쪽 벽면은 칠판이다. 수식과 도형으로 가득했다. <사진=정윤하 기자>
도락주 교수의 연구실 한쪽 벽면은 칠판이다. 수식과 도형으로 가득했다. <사진=정윤하 기자>
"로봇의 공간인지 분야는 다행히도 학계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산업계의 요구가 일치하는 분야입니다. 정밀도와 위치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는데 실제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서 주목을 많이 받게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학생들이 고생을 많이 해서 일단 연구자 몫의 기술이전료 중 절반을 학생들과 나누기로 했는데, 제몫에 대해서는 아직 어떻게 쓸지 결정을 못 했어요. 아내와 상의해봐야죠.(웃음)"

북극한파가 매섭게 몰아친 1월 셋째 주, 도락주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의 인지로봇연구실에 들어서자 바깥 날씨와는 정반대의 따뜻한 표정과 훈훈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얼마 전 6년간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첫 번째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공간정보서비스 전문기업인 (주)버츄얼빌더스(대표 최진원)는 지난 1월 19일 도락주 교수의 '실내 공간용 이동식 3D 환경 스캐너 및 지도 작성 기술'에 대해 기술이전 협약식을 진행했다. 해당 기술은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론티어사업 중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단장 유범재)의 과제를 통해 개발한 것으로, 선급기술료는 10억 원, 경상기술료는 계약제품 총 매출액의 5%를 받는 조건이다.

도락주 교수는 "연구자로서 개발한 기술이 산업에 활용되는 것은 큰 보람"이라며 "가능성을 보고 이전된 기술이 실제 제품으로 탄생하도록 지원하는 과정을 통해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도 교수의 인지로봇연구실은 로봇의 공간인지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구실 중 하나다. 도 교수는 해당 분야의 인기 여부와 관계없이 2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파며 선도적인 논문과 기술들을 선보였는데 최근 실내지도 제작 및 가상현실 구축 등 관련 산업이 상용화 급물살을 타며 처음으로 억대 규모의 기술이전을 체결한 것이다.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아 향후 추가적인 기술이전 전망도 밝다.

이번 기술개발을 지원한 유범재 연구단장은 "개발된 기술은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2차원 실내지도를 3차원 지도로 대체할 수 있는 혁신형 원천기술로, 아직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같은 세계적 기업에서도 상용화하지 못했다"며 "이번 기술이전은 개발된 기술의 상용화에 한 걸음 나아간 것으로 글로벌 기업에 앞서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 통신 없이 위치·환경 파악…실내지도 제작의 핵심 원천기술 개발

<사진=도락주 교수 제공>
<사진=도락주 교수 제공>
이번에 이전된 기술은 라이더(light detection and ranging)센서를 사용해서 실내 구조물을 실시간으로 스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실내 환경에 대한 3D 지도를 고속으로 작성하는 기술로 구성돼 있다. 보다 간단히 설명하면, 사람 혹은 이동로봇이 센서가 장착된 가방을 매고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면 시스템이 영상과 거리정보를 빠르게 스캔해 3차원 실내 지도를 만들어낸다.

특히 도락주 교수 연구팀의 기술은 위치정확도와 정밀도 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다. 기존의 기술은 실내 와이파이(Wireless Fidelity) 신호를 이용해서 이동장비의 위치를 추적, 1~2m의 오차가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실생활에 이용 가능한 지도를 제작하기에는 부족한 수준.

반면 도 교수 연구팀의 기술은 로봇이 외부의 도움 없이 센서만으로 자신의 위치를 측정하고 주변 환경 지도를 작성하는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Building)' 기술을 활용, 10cm 이하의 오차범위에서 장비의 위치와 이동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함으로써 정확한 실내지도 작성이 가능하다.

또 실제 모습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달고 환경과 장애물을 구분하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유동인구가 많고 가판이나 홍보물이 설치된 실생활에서도 손쉽게 장소 및 위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1만 5000㎡ 이상의 대형 건물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큰 경쟁력이다.

도 교수 연구팀의 기술은 와이파이 통신 및 전기가 들어오지 않거나 낙후된 시설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며, 전체 시스템이 들어있는 측정 장비 가방의 무게는 약 8㎏이다.

<사진=도락주 교수 제공>
<사진=도락주 교수 제공>

◆ 기술이전 통해 공간정보서비스 완전체 탄생…"3D실내지도, 쉽게 만들고 빠르게 반영한다"

이번 기술이전을 통해 연구팀의 기술을 가장 먼저 활용하게 된 버츄얼빌더스는 건설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공간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2003년 설립 이후 공장, 빌딩, 공공시설 등의 사실적인 3차원 지도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시설물 운영상황 모니터링 및 재난·안전시스템 등을 제공하며 해당분야에서 입지를 다져 왔으며, 2014년 자체 기술로 개발한 국산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솔루션을 발표해 주목을 받은 업계 선도업체다. 서울시 및 SK텔레콤과 '실내 위치 기반 서비스(LBS)' 사업을 진행했고, 국토부가 주관하는 '3차원 실내 공간 정보 표준화 사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 서울시 공공건물 및 지하철 역사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해외진출에도 관심이 많았던 최진원 대표는 한국과 이스라엘의 공동워크숍에 참석했다가 도락주 교수 연구팀의 기술 발표를 듣게 됐고, 이후 직접 연구실을 방문해 기술 시연을 본 후 적극적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했다.

도 교수는 "우리의 기술은 환경 제약 없이 3D실내지도를 쉽고, 정확하게 만드는 기술이라면, 버츄얼빌더스는 실내지도를 바탕으로 필요한 공간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탁월한 제품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며 "두 기술이 연동되면 시너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츄얼빌더스 역시 기술이전에 기대감이 크다. 이전에는 캐드(Computer Aided Design) 결과물이 있는 건축물만 실내지도 제작이 가능했고, 직접 수작업으로 작성하던 것을 이제는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제작기간을 단축시킴으로써 변경부분에 대해서 빠른 갱신도 가능하다.

도 교수는 "협약 과정에서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과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의 기술이전 전문가들과 지원프로그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기술의 가치를 평가하고 조건 등을 정하는 부분을 맡아서 해주니 연구자와 기업은 이후 해야 할 기술적인 지원과 표준 통일 등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도 교수 연구팀의 기술은 이번 기술가치평가에서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점수와 기대를 얻었다. 최근 삼성전자와 구글 등을 비롯해 IT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가상현실(VR) 서비스에서도 활용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구팀의 기술을 고성능 카메라, HMD(head mounted display: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등과 접목시키면 정밀하고 생생한 가상현실 체험이 가능하다.

도 교수는 "구글과 삼성이 유사한 장비를 만들었지만, 한 지점에 고정된 상태에서 작동하는 만큼 측정하는 사람과 함께 이동하며 건물 전체의 3차원 지도를 만들기는 어려웠다"며 "이 기술을 이용해 만든 3차원 지도에 최근 각광 받는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하면 서비스 사용자가 실제 그곳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연구한 성과가 결실을 맺게 되어 보람 된다"며 "기술이 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세계무대에서 주도할 수 있는 연구결과들을 내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도락주 교수 연구실 구성원들. 맨 앞의 로봇은 현존하는 기계 중 가장 길도 잘 찾고 지도도 잘 그린다. <사진=정윤하 기자>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도락주 교수 연구실 구성원들. 맨 앞의 로봇은 현존하는 기계 중 가장 길도 잘 찾고 지도도 잘 그린다. <사진=정윤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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