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계절, 창의력 팡팡 터지는 한가을의 '과학축제'
대구·광주·수원·국립중앙과학관·과천과학관 등 전국 곳곳 다채로운 행사 개최

가을에 아름다운 것들…하늘, 단풍, 그리고 '과학'

사색의 계절, 창의력 팡팡 터지는 한가을의 '과학축제'
대구·광주·수원·국립중앙과학관·과천과학관 등 전국 곳곳 다채로운 행사 개최

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 김대규 '가을의 노래'

늘 그 자리에 있는 하늘이건만, 문득 올려다본 하늘의 높고 푸르름에 감탄이 나온다면.
어느새 찬 기운이 스며든 바람이 좋아 조금 거닐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온통 초록이던 거리의 나무들이 어떻게 홍조를 띠고 있는지 문득 궁금증이 인다면.
그렇다면 그렇다. 모두가 사랑하는 그 계절, 가을이 온 것이다.

가을엔 봄과 여름의 어수선함이 정리되고, 정적이지만 충만한 감성으로 가만히 사색을 하고 싶어진다. 시인은 사색의 결과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쓰고, 음악가는 노래로 부르듯이, 과학자들은 탁월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으로 표현한다. 뉴턴이 앞뜰의 사과나무 아래에서 '왜 사과는 항상 밑으로 떨어질까'를 고민하다 만유인력의 법칙까지 생각을 발전시킨 것처럼, 가을에 이는 일상에 대한 호기심은 과학 활동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소리로 전달되는 과학을 체험하고 있는 과학꿈나무들의 모습.<사진=부산과학축전 제공>
소리로 전달되는 과학을 체험하고 있는 과학꿈나무들의 모습.<사진=부산과학축전 제공>

그래서일까, 영국 과학 축제(British Science Festival), 덴마크 과학주간(Science Week), 독일 과학의 날(Science Days) 등 과학축제를 통해 가을을 맞이하고 과학문화를 발전시키는 나라들이 꽤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 국립중앙과학관의 '사이언스데이'을 비롯해 지자체와 과학관을 중심으로 과학꿈나무들의 창의력을 발산시킬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 과학과 함께라면 혼자여도 즐겁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하면 그대로 추억이 쌓이는 전국의 과학축제 현장을 소개한다.

◆ 우리나라 대표 과학축제, 중앙과학관의 '사이언스데이'

국립중앙과학관은 10월 17일부터 이틀 간 과학관 중앙광장과 사이언스홀, 세미나실 등에서 '제35회 사이언스데이'를 개최한다.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과학체험과 문화행사 등을 제공하는 행사로 매회 6만 여명이 참여하는 등 국내에선 대표적인 과학축제다. 올해 초 국내 최초로 아시아태평양과학관협회가 수여하는 '창의적 과학소통상(ASPAC) 2015'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이언스데이에서는 과학에 대해 체험하면서 배우는 과학 체험부스가 마련되며, 과학에 대한 저변 확산을 위한 과학 대중화 강연, 과학과 예술의 만남, 보고 느끼고 즐기는 과학이벤트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80여개 학교와 40여 곳의 과학계 유관기관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는 과학체험부스는 축제의 백미. 그 중 '스쿨존(school zone)'에서는 과학꿈나무들이 직접 과학 원리를 설명, 발표한다. 지난해에는 학생들이 단순한 원통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합주하기도 하고 직접 만든 드론을 선보이기도 했다. 각 연구기관에서 진행하는 첨단기술 체험도 신기하지만,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매번 참석한 어른들의 기대 이상을 보여준다. 올해는 참여한 학교들 중 우수한 곳을 선정, 최초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시상할 계획이다.

또 600여명이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사이언스홀에서는 이틀 간 총 6회의 과학을 주제로 예술을 융합한 공연이 펼쳐진다. 지난해에는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기 위해 타임머신을 개발하는 과정을 마술과 LED퍼포먼스, 복고댄스 등을 결합,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선보였다.

지난 봄 개최된 국립중앙과학관 '사이언스데이' 현장.<사진=국립중앙과학관 제공>
지난 봄 개최된 국립중앙과학관 '사이언스데이' 현장.<사진=국립중앙과학관 제공>

한편 올해는 '2015년 세계과학정상회의'과 관련해 특별한 행사도 진행된다. 세계과학정상회의는 OECD 회원국 간 과학기술분야 협력 증진을 위해 1972년부터 3~4년마다 개최되고 있으며 국제과학기술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회의다. 올해는 사이언스데이와 연이어 10월 19일에서 23일까지 대전에서 열린다. 이에 국립중앙과학관에서는 22일과 23일 이틀 간 ‘상상력과 창의력 기반의 과학문화 확산’을 주제로 '제5회 세계과학관심포지엄(International Symposium of Science Museums 2015)'을 개최한다. 과학관 종사자 및 과학교사, 과학관 관련 12개 학회 회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기조강연, 주제강연, 학술대회, 워크숍, 네트워킹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 과천과학관 '골드버그대회'…"과학적 탐구력과 창의성 경연 보러 오세요"

국립과천과학관은 11월 7일 '제4회 골드버그대회'를 개최한다. 올해 주제는 우주의 탄생과정에서 이루어진 '공간의 확장' 개념을 골드버그장치를 통해 표현해 보는 것. 초·중·고등부로 나뉘어 진행되며 4인이 한 팀을 구성해 대회에 참가한다.

골드버그 장치는 퓰리처 상을 수상한 만화가 골드버그(Rube Goldberg)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골드버그는 만화에서 아주 단순한 일을 매우 복잡하게 하는 장치를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풍자했는데, 여기서 착안된 것이 골드버그 장치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활용품을 재료로 다양하고 복잡한 단계를 설계해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창의성과 탐구력을 키울 수 있어 최근 이를 소재로 한 많은 대회가 열리고 있다.

◆ 우리가 바로 '과학도시'…"여기서 미래를 보라"

'과학수도'를 표방한 각 지자체에서 열리는 과학축전들도 가을에 집중돼 있다. 최근에는 지역별 특색을 드러낼 수 있는 전시물과 체험행사가 중심이 되므로 그 차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대구광역시와 대구광역시교육청, 국립대구과학관 등은 9월 5일부터 6일까지 2일간 EXCO에서 '과학, 문화와 만나다'를 주제로 '2015 대구과학축전'을 진행한다. 대구과학축전은 지역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축제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학생들이 직접 꾸미는 과학싹 잔치관, 과학자와의 대화하는 과학멘토링체험관, 연구기관 체험존, 생활과학 체험존 등 체험 위주 행사가 주를 이룬다.

수원시와 수원교육지원청은 10월 16일부터 17일까지 2일간 수원종합운동장 일원에서 '미래과학을 현실에서 만나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2015 수원정보과학축제'를 개최한다. 삼성전자 ICT센터와 KT ICT구장이 위치한 수원은 ICT 산업기술과 로봇 산업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ICT 융복합 아이디어 공모전', '정보올림피아드', 로봇대회 'STEAM CUP', '로봇 체험 행사' 등에 주력한다. 특히 로봇 체험 행사에서는 200억원 상당의 ‘똘망 2호’와 세계로봇 월드컵 우승 로봇들을 볼 수 있다.

광주광역시청과 교육청, 교육과학연구원은 10월 30일부터 31일까지 2일간 염주종합체육관 및 빛고을체육관 등에서 '2015 광주과학문화축전'을 연다. '물음과 느낌이 있는 과학, 미래를 펼치다'를 주제로 진행될 예정인 이번 행사에서는 과학체험마당, 이공계진로체험마당, 가족탐구마당, 과학문화공연마당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