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농문 서울대 교수, 과학계 우상으로부터 인정 받고 '눈물'
학계 최고봉 John Cahn 박사와 몇시간 문답…'당신 최고' 대미

한 국가는 어떻게 해야 생존이 가능하고 발전하는 것인가?
대가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 그 대답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대가는 누구인가? 이미 존재하는 그 분야의 대가가 인정하면 대가 반열에 들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문, 특히 과학은 정말 어렵고 명징하기에 대가 반열에 오르기가 최고난도가 아닐까 합니다. 어렵다는 것은, 수백년간 쌓인 지식의 결과이기 때문에, 최고에 도달하는 것은 히말라야 등반과는 또다른 차원이라고 봅니다. 명징한 것은 수식으로,실험으로 팩트가 바로 확인돼 거짓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황농문 교수(서울대 재료공학과)란 분이 계십니다.
최근 이 분을 만나뵙고 이야기 나누는 가운데 최고로부터 최고로 인정받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회상하면서 눈을 깜빡이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모습에서 그 감동이 전달됐습니다.

저는 과학도가 아니기에 이론은 모릅니다. 하지만 인문학도이기에 느낌은 나름 예민한 대목이 있습니다.

그 일이 최근의 일이 아니고 10년전의 일임에도 어제 일어난 것처럼 감정이 가슴 밑에서 치고 올라오시 것을 보면서 삶에 있어서, 학문의 세계에서 대가로부터 대가로 인정받는 것의 희열을 조금이나마 전달 받을수 있었습니다.

그 느낌을 독자분들과 거칠게 나마 나누고 싶어 간단히 정리합니다.

재료 분야에 연구하시는 분들은 아실만하다고 하는데 혹 John Cahn이란 분을 아시는지요?
재료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이 분의 논문은 하나하나가 작품이라고 칭해진답니다. 논문에서 단물이 나오고, 문장이 우아한. 재료 분야의 플래그쉽 역할을 하시는 분이라고 하네요.

황 교수 입장에서는 우상이었다고 합니다. 저 분처럼 되고 싶다는.
연구를 하면서도 세계 최고인 Cahn 박사는 어떻게 이 문제를 생각할까 하고도 상상하구요.

황 교수는 연구를 하면서 문제를 풀기 위해 목숨 걸고 매달리다보니 '몰입'이란 것을 경험한 분입니다.
그래서 푼 문제도 많습니다. 보통 문제가 아니라 재료 분야에서 몇 십년간 못푼 난제를.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저는 잘모르지만 '하전된 나노입자'란 이론이라고 합니다.
국제 학회에서 Cahn 박사가 황 교수의 논문을 읽고 찾아와 발표를 듣고 별도로 자신의 연구실로 특별 세미나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특별 세미나에서는 발표만 듣고 끝낸 것이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청중은 돌아가는데 이 분은 남아 황 교수에게 계속 질문을 했답니다.
질문과 대답이 이어진 것이 몇 시간. 저는 상상이 잘 안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서야 질문을 멈췄는데 그 때 Cahn 박사가 황 교수께 이 말을 했답니다.
"I was overwhelmed by your talk!"
우상이었던 분께 이런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황 교수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날이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고 말합니다.

하나의 국가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대가가 아닌 다른 대가가 인정하는 그런 인물들이 많아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 사회가 장래가 불안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그런 가운데 이런 희망의 징후가 보면 우리도 저력이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다시 고동치기도 합니다.

황 교수의 연구 업적은 스프링거와 엘스비어란 세계적 출판사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스프링거에는 5백 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넘겼고 곧 출판될 예정입니다.
엘스비어에서는 재료 분야 백과 사전을 만드는데 황 교수에게 집필을 부탁했습니다.
스프링거와 엘스비어는 과학관련 출판 및 잡지의 세계 양대 산맥이죠.
아무에게나 집필 의뢰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두 곳이 다 황 교수에게 부탁했다네요.

국민의 한 사람이란 입장에서 볼 때 국민들은 과학으로부터 감동을 받고 싶어합니다.그 감동은 단순합니다. 우리도 잘 하고 있고, 수준도 꽤 올라왔다는 것을 느끼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데 장벽이 있습니다. 잘 모릅니다. 재료 공학이 무엇인지, 이것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거기에 대가는 누구이고 우리는 어느 수준인지 등등을.
과학자가 전문가니 알아서 잘하겠지 하고 믿고 맡기는 한편 미루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도,과학자도 바뀌어야 합니다. 남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야 하는 단계에서는 국민들의 수준도 상당해야 합니다.

지식의 수준을 높혀야 합니다.국민들의 수준이 낮으면 분명 중요한 일임에도 그냥 넘어가게 됩니다.의미를 모르는 것이죠. 기뻐할 일도 무덤덤하게 가는 것이죠.

국민들의 수준이 높아지려면 과학자들의 자세 변화가 필요합니다.
발신을 많이 해야 합니다. 연구의 중요성을 알려야 하고, 그것이 어디에 쓰이는지 쉽게 설명해주어야 하고, 세계적 흐름과 그 가운데 우리의 위상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황 교수 말씀을 듣으며 우리가 모르는 '연구 벌레'들이 있구나 하고 새삼 알았고, 이를 주변에 알리는 것도 의무라고 생각해 횡설수설이지만 적어보았습니다.
 

이 사례 비슷한 다른 좋은 일들도 많다고 봅니다.
연구 현장에 계시면서 나름 업적을 이루신 분들이나, 그런 주변 분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저희가 찾아가서 말씀 듣고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는 과학은 모르지만 그 중요성은 알고 발신과 공유를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끝으로 황 교수께서 2014년에 재료분야 최고의 학술상을 받으시고 재료마당이란 잡지에 올린 글이 있습니다. 여기에도 앞의 내용이 일부 나오고, 연구 성과 거두는데 크게 기여한 몰입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 글을 전재합니다. 함 참조가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래는 LS학술상 수상자 황농문 교수 인터뷰 내용.

Q 이번 춘계학술대회 때 LS학술상을 수상 하셨는데, 수상하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훌륭한 연구를 수행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LS 학술상을 수상하게 되어 송구스럽고 분에 넘칩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것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Q 미세조직의 형성기구 관련된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쌓아 오셨는데요. 구체적으로 말씀 해주시겠어요? (190여 편의 SCI 논문 발표 등)

지금까지 미세조직 형성기구와 관련된 연구를 주로 수행하여 190여 편의 SCI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중에 세 가지 연구주제를 소개하겠습니다. 첫째는 단분산 나노입자의 형성원리에 관한 것입니다. 이 연구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의 현택환 교수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는데 1주일동안 몰입해서 원리를 찾아냈습니다. 단분산 나노입자의 형성원리를 현교수에게 알려주자, 그는 이를 이용해 단분산 나노입자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였습니다. 그와 함께 공저자로 쓴 논문이 2004년 Nature Materials에 발표되었는데 그 당시 이 내용이 CNN 뉴스에도 소개가 될 만큼 화제가 되었고 이 논문은 현재 1767회 인용이 되었습니다.

둘째는 소결체에서 흔히 나타나는 비정상입자성장인데 이 현상은 제가 대학원 시절부터 잘 알고 있었고 재료분야에서 1960년대부터 미해결 문제로 남아 있던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이 현상에서 하나의 특징이 있었는데, 둥그런 입자는 모두 정상입자성장을 하는 반면 비정상입자성장을 하는 입자는 예외 없이 각진 모양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비정상입자성장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문제의 핵심이라 생각하고 오로지 이문제에만 몇 달 동안 몰입한 결과 둥그런 입자는 원자가 쉽게 달라붙어 확산지배성장을 하는데 각진 입자는 성장할 때 원자가 달라붙기 힘들어 이차원핵생성에 의한 성장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차원핵생성에 의하여 성장한다면 비정상입자성장이 일어날 수 있음을 밝히고 이 결과를 1996년 Metall. Trans. A에 발표하였습니다. 이 논문은 현재 169회 인용이 되었습니다. 이후에 이와 관련하여30 여편의논문을발표하였고, 2006년에는 Journal of the American Ceramic Society에 특집논문 (Feature Article)을 발표하였습니다.

셋째는 금속의 2차재결정이라고 하는 현상입니다. 특히 Fe-3%Si강에서 Goss라는 방위를 갖는 특정 입자가 선택적으로 2차재결정을 일으키는데, 이렇게 되면 자성 특성이 크게 향상됩니다. 이 현상은 1933년 Goss가 처음으로 발견한 이래 계속 미해결로 남아 있는 아주 유명한 문제입니다. 이차재결정이 일어나려면, 입계가 빨리 이동하여야 하는데, 입계는 가장자리의 삼중선(Triple Junction Line)에 모두 걸려있습니다. 따라서 입계의 이동도가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삼중선이 빨리 움직여주지 않으면 입계가 빨리 이동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2차재결정이 일어나는 입자는 입계가 대단히 빨리 움직이므로, 여기에는 삼중선이 빨리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삼중선이 빨리 움직이는 조건이 2차재결정을 이해하는데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조건에서 삼중선이 빨리 움직일 수 있나에 대하여 또 몇 달 동안 몰입해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solid-state etting이 일어나면 삼중선이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2차 재결정이 solid-state wetting에 의하여 일어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 분야의 연구는 전기강판의 생산에 중요하므로 현재까지 POSCO 철강전문연구교수로 있으면서 POSCO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아 20여편의 관련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Q 가장 큰 업적 중의 하나는 '하전된 나노입자 이론'인데요. 이 이론이 좋은 평가를 받아 국제학회에 초청연사로 활동도 많이 하셨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강연은 어떤 것이 있나요?

2005년 미국 아리조나 피닉스서 PTM 2005 학회가 열렸는데, 그곳에서 대학원시절부터 저의 우상이었던 재료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고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의 Senior Fellow로 있던 John Cahn 박사를 만났습니다. 그분에게 '하전된 나노입자 이론'에대해서 간략히 소개를 했는데 그분이 흥미를 보이면서 NIST에 와서 세미나를 해줄 수 있냐고 해서 그해 8월 NIST에서 이 내용에 대한 세미나를 했습니다. 제 방문과 관련하여 그 당시 NIST에 계셨던 문길원 박사님이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세미나가 끝나서 참석했던 청중들은 모두 돌아갔는데, Cahn 박사는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질문을 하더군요. 그분의 질문과 저의 대답은 몇 시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서야 그 분이 질문을 멈추더군요. 그러면서 "I was overwhelmedby your talk!"이라고 하더군요. 그 날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었습니다. 사진은 그때 세미나 끝나고 NIST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했는데 식사하기 전에 John Cahn박사와 NIST의또다른Fellow인William Boettinger 박사와 함께 찍은 것입니다. 참고로 John Cahn 박사는 2011년 일본 이나모리 재단에서 재정한 교토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하 인터뷰 내용 첨부파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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