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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총' 현장과 괴리…"내년이 50주년인데"

[긴급진단]현장 과학자들, 과총 역할 심각한 고민 필요 촉구
"이부섭 회장체제 현장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 필요"

"대통령과 격의 없이 과학기술인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과총 회장이라면 과학기술계 현장이야기를 대통령에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과총이 관료보다 더 현장과 소통이 안되는 집단이 되어선 존재 의미가 없다. 국가 전체를 놓고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부섭, 이하 과총)가 내년이면 50주년을 맞는 가운데 정작 과학기술계에서는 과총이 현장과 멀어지면서 제대로 과학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총은 과학기술 학회와 협회,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590개의 과학기술 단체를 회원으로 보유, 500만 과학기술인을 대변하는 단체로 자처해 왔지만 현실은 연구현장과 괴리돼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많다.

정부연구소 A 박사는 "학술단체 모임 때문에 과총에 가본적은 있어도 그 외엔 특별히 잘 모르겠다"며 "과학기술계를 지원하는 단체인건 알지만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과총이라는 단체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학정책을 연구하는 한 박사는 "과총이 현장과 가까워져야하는데 정부에서 추진하는 과학기술 행정의 거버넌스 역할을 하려는 것 같다"며 "과총의 본연의 업무가 학회 지원을 통한 과학기술 육성인데 진짜 현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정부나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올해 정부가 R&D 혁신안을 추진하는 등 과학기술계 목소리를 모아야 하는 중요한 때에 과총의 역할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출연연 P 책임연구원은 "과총이 관료보다 더 관료 같은 집단이 되어선 의미가 없다"며 "국가 전체를 놓고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고민하기 위해 현장과 호흡을 같이 하며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연구소 L 박사는 "과학기술계 대변인으로서 과총이 현장 과학기술인과 소통하고 이를 통해 과학계가 발전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 "과학계 현장 목소리 내는 방안 고민해야"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받으면 끌려갈 수 밖에 없다. 과학기술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할 때다."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만큼 과총이 공공성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과학기술계도 기부문화를 창달해 사회로부터 수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현재 과총은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민간 단체이지만 정부로부터 500개에 이르는 과학기술 관련학술·공공단체 지원과 해외 과학자 지원을 명목으로 해마다 예산의 3분의 2 수준인 210억 원 정도 지원받고 있다. 나머지는 과총 회관을 운영하며 벌어들이는 임대료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는 만큼 과총은 '정부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현장에서는 과총이 정부가 하는 공적인 일 중에서도 과학전문성을 살린 일을 개발해 추진할 것과 중장기적으로 스스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 학회 한 관계자는 "과총이 공적인 일을 위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과학기술의 공공성과 필요성 등을 알려 기부문화를 창달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나 사회 등으로부터 풀뿌리 후원을 받아 자연스럽게 과학기술 학술단체를 지원할 수 있는 방향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회장단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힘이 있는 과총이 되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앞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아래 과총의 독립적인 경영 추진으로 과학계 전체를 아우르는 진정한 대변단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 끊이지 않은 과총 조직의 내홍…"이부섭 체제, 소통의 리더십 발휘해야"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과총은 복지컴플랙스와 과학기술진흥기금 특별법 등 대형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과총 역대 회장중 첫 민간기업 출신인 이부섭 회장은 임기 3년 내 모든 사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 단체를 지원하고 과학기술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과총 본연의 역할 보다는 대형사업 위주 행정에 과총의 조직력이 너무 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업무 균형의 쏠림현상으로 인해 기관 내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직원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회장 임기 내 사업을 마무리 하려다 보니 잡음이 발생하고 직원 징계로까지 이어지는 등 내부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내부 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직원을 대상으로 내려진 징계들이다. 과총은 회장 업무 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사무총장 직무정지를 내린 바 있으며, 지난 4월에는 학술진흥본부장에 보고 없이 일을 처리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과총 사상 가장 무거운 징계로 법정싸움까지 휘말릴 위기의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회장단은 직원에 대한 관리 규정을 대폭 늘려 신설하는 변경 안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여 과총 내부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진 상태다.

과총 관계자는 "기존 공적인 업무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최근에는 내부 직원들에게 토론이나 패널 등으로 참석하는 외부활동 자제까지 하는 실정"이라며 "과학기술계를 대변하는 과총이 회의나 토론, 패널 등으로 참석해 현장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공유하는 것은 공공단체의 역할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제지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내부 혼란에 대해 과총 회장단은 "그간 징계는 인사위원회(과총회장을 중심으로 부회장, 사무총장 등이 포함됨)에 맡겨져 다소 주관적으로 진행됐다"며 "이를 바로잡아 직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개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회장단은 대형사업 집중 이유에 대해 "포럼과 행사 등을 지원하는 것만이 공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과연 출범 등 공적인 일을 하고 있다. 작은 일 보다는 큰 사업을 통해 과학기술 지원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회장 퇴임과 동시에 차기 회장을 선임하자는 골자의 차기 회장 선임 개정안이 추진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과총은 지금까지 회장 임기가 1년 6개월 남았을 때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 현 회장 임기 1년 전 차기 회장 선임을 추진해왔다.

회장단 관계자에 따르면 회장 선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최근 관련 내용을 주제로 회의를 가졌으나 기존 원칙을 고수하자는 의견이 많아 기각했다. 곧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며, 8월 말 다음 회장을 뽑기 위한 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다.

과학기술 학회 관계자는 "과학기술을 대변하는 단체의 내부 잡음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자 과학자들의 사기도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과총은 과학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단체다. 내부 갈등이 빨리 마무리되고 과학기술계를 위한 진정한 움직임을 보이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한 원로 과학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는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과총이 내년 50주년이 되는 만큼 20~30년 후 과학기술계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현장과 소통하며 실질적인 개혁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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