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상]한일 관계, 이제는 과학이다

22일 양국 수교 50주년…우여곡절 많지만 발전
보다 지속가능한 관계 되려면 과학 교류 및 협력 많아야

한국과 일본이 수교한지 22일로 50주년이 된다.

지금은 위안부 문제로 두 나라 정상이 단독 회담을 취임이래 한 번도 안할 정도로 양국관계가 꼬일대로 꼬여있지만 금명간 가시적 성과를 기대해본다. 8월에 있을 아베 수상의 담화와 9월로 거론되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 10월로 예상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등의 정치 일정을 통해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된다.

한·일간에는 이전에도 티격태격하며 관계가 악화된 적이 많았다. 우리는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에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는 경향이 반복됐다. 일본은 독도 문제와 교과서 문제 등등에 각료 등의 과거사에 대한 망언 등이 주기적으로 발생해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길게 보면 두 나라 관계는 윈윈 양상으로 진행돼 왔다. 두 나라 발전에 모두 도움된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도약에 일본의 지원은 절대불가결했다. 한국이 성장하며 일본도 수출과 기술개발을 통해 더욱 고도화될 수 있었다. 50년전 2억 달러이던 교역액은 지난해 859억 달러로 4백배 이상 늘었다. 무역 내용도 수직적에서 수평적 관계로 변했다.

특히 한국의 발전은 비약적이었다. 50년전 두 나라의 국력 차이가 20배 정도였는데 지금은 5배 정도로 좁혀졌다. 일부 제품 분야에서는 한국이 앞서가는 경우도 생기면서 과거 일방적 관계에서 쌍무적 관계로 변하고 있다.

길게 보아 두 나라는 100년전 주종관계에서 50년전 사제관계, 최근 동반자 관계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가장 큰 변수는 경제와 과학기술을 통한 한국의 자립 기반 확대이다. 한국의 성장은 일본에도 나쁠 것이 없다. 아베 내각에서 한국에 대해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는 표현을 뺐지만 한국의 성장으로 일본은 사회주의권의 확장에서 방파제를 확보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통해 안보 위기에서 벗어나 경제에만 전력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호 의존 관계는 이후로도 지속될 필요가 있다.

100년전 조선이 일본의 속국이 된 가장 큰 배경의 하나는 당시의 신분제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국민 개개인이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 급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당시 조선은 지배층이 10% 내외이고 나머지는 신분에 종속돼 자신의 재능을 펼수 있는 체제가 아니었다. 이로 인해 외세에 대항하는 힘이 약화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식민지로 전락했다.

그러나 식민지 시기를 거치며 신분제는 약화됐고, 해방 이후 6.25로 신분제는 완전히 사라졌으며, 민주주의가 정착되며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재능을 펼수 있는 체제가 되었다. 이것이 국가 발전의 큰 원동력이 되었고, 앞으로 일본과 협력하며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는 가장 큰 자원이기도 하다.

일본은 식민지 시대에 한국의 인재를 키우지 않았다. 과학사가(科學史家)들은 말한다. 1945년 해방시기에 한국인 이공계 박사는 10명 정도였다고. 일본이 식민지 조선의 인재들에게는 기초 학문과 이공계 공부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설사 공부를 해서 학위를 따도 이후 전공 관련 일자리를 얻을 수 없어 연구를 계속할 수 없었다. 거의 유일한 길이 식민지에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뉴턴의 무정한 세계, 정인경 著)

해방이 되고 경제개발을 우리 손으로 시작하며 이공계 인재 양성을 힘을 쏟아 2010년 현재 한국의 이공계 박사는 10만 명이 되었다. 해방 당시 인구가 2300만이고 지금은 5000만인데 인구가 두 배 늘 시기에 박사는 1만배가 증가한 것이다. 그 힘으로 우리는 80달러 국가가 3만 달러 가까운 국가가 됐다. 일본의 지원도 크게 작용했지만 우리들의 노력도 작다고 볼수는 없다.

두 나라 관계는 이후로도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며 미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과학기술을 통한 협력이 기반을 더욱 튼실하게 할 것으로 보이나 장래는 낙관하기 힘든게 현실이다. 한·일간의 과학교류가 문화나 경제 교류에 비해 그닥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면에서는 일본 소설과 만화 등의 붐이 한국에서 일고, 일본에서는 한국 아이돌 공연 등이 인기가 있어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올라 있다고 하겠다.

경제면에서도 경쟁하는 한편 협력 사례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본경제신문과 한국경제신문 등에 의하면 한국가스공사와 도쿄 가스가 지난해 9월 협력 협정을 맺었다. LNG 조달량이 세계 최대인 한국 가스공사와 힘을 합치면 구미보다 싼 가격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남부 빈투앙 지역에 건설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미쓰비시 상사와 두산 중공업이 공동으로 수주했다. 여기에 도시바가 기간설비를 공급한다. 서울 주재 일본계 은행은 글로벌 코리아 부대를 만들어 한국 기업들의 세계 진출을 거들고 있다. 구미에 있는 도레이의 가동과 1조 소송을 접고 협력 관계를 모색하는 도시바와 SK하이닉스의 관계도 주목을 받고 있다.

문화나 경제 분야는 이외에도 많은 사례가 있다. 그러나 과학분야는 손에 꼽는다. 일본에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한국에서 만나는 한일연구자교류회가 2008년 이래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덕에서 일본 NHK의 'NEXT WORLD'란 다큐를 갖고 미래 30년을 연구하는 모임이 한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외에는 별다른 교류가 없다.

최근 제주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45세 미만 유망한 과학자가 만나 교류하는 KFoS 공동심포지엄이 열렸다. 아직 2회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한국의 과학한림원과 미국의 과학한림원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이다.

하지만 한·일 두 나라 사이에는 이런 행사가 아직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양국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들 현황도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실정이다. 대덕특구에는  최근 일본인 과학자가 정식 연구원 혹은 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게 증가 추세이다. 또한 일본에서 활약하는 한국 연구원들도 수는 작지만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고, 상대 나라에서 활동하며 양국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들 간의 교류도 없다.

EU 사례에서 보듯이 과학은 당장의 이해를 떠나 인류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며 장기적으로 국가와 지역간의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만들고 기반을 튼실히하는 역할을 한다.

두 나라가 워낙 정치 문제에 현안이 걸려 있고, 과학은 당장 돈되는 경제에 비해서도 우선 순위에 밀릴 수 있지만 어느 분야보다 양국의 인재가 교류하는 것을 통해 장기적으로 성과를 볼 수 있는 분야인만큼 과학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두 나라가 이전 같으면 교류도 없고 냉랭해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양국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여전히 호감도가 높은 것(최근 중앙일보-일본경제신문 여론 조사. 미래지향적 노력 필요 항목에 한국 92%, 일본 84% 동의)은 왜 일까? 국교 수교 이전에는 연간 1만 명에서 지난해 5백만명에 이른다는 사람의 교류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경험적으로도 들었던 것과 눈으로 본 것은 차이가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상대의 나라에 가서 눈으로 보고 체험을 하니 오해가 끼어들 여지가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 과학자들간의 교류가 필요한 이유도 같다. 두 나라는 협력을 통해 상호 얻게될 이익이 크다. 일본의 연구자들은 수준이 높고, 한국의 연구자들은 열의가 있다. 분명 교류하며 알게되면 함께 인류를 위해 공헌할 일들도 많아질 것으로 본다. 미래 50년뿐만 아니라 5백년을 내다보며 두 나라 과학자들이 인류를 위해 공헌할 수 있도록 과학계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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