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S를 이용한 의학의 새 시대' 주제 세계과학기자대회 기조강연
iPS세포의 특징과 활용범위, 연구현황 등 소개

기조강연에서 자기소개를 하고 있는 야마나카 박사. 뒤로 보이는 사진은 미국 유학시절 모습이다. <사진=정윤하 기자>
기조강연에서 자기소개를 하고 있는 야마나카 박사. 뒤로 보이는 사진은 미국 유학시절 모습이다. <사진=정윤하 기자>
"저희 연구팀은 국립대학에 속해있는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논문을 쓰고 이를 발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최종목표는 연구 결과가 의학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자인 야마나카 신야(山中 伸弥) 박사(일본 교토대학 교수 겸 iPS세포연구소장)가 9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5 세계과학기자대회(World Conference of Science Journalists 2015)'의 첫 번째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iPS를 이용한 의학의 새 시대'를 주제로 최근 연구현황 등을 소개했다.  

지난 2012년 50세의 젊은 나이에 노벨상 수상자가 된 야마나카 박사는 2006년 쥐의 피부세포를 어떤 조직으로도 분화가 가능한 배아줄기세포로 되돌린 유도만능줄기세포(iPS: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를 만들어 순식간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07년에는 성인의 피부세포로 만든 iPS로 특허를 받아 난치병 치료의 길을 열었고 현재 관련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야마나카 박사는 "부친의 뜻에 따라 정형외과 의사가 되려고 했으나 부친이 일찍 돌아가시면서 아픈 사람을 도와주는 연구를 하고 싶어서 과학자가 되었다"며 "실제 의학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세포치료와 신약개발 적용 연구 중…실제 도입은 최소 10년 후 가능"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 후 약 5~6일째가 되면 '배아'는 '배반포(Blastocyst)'가 되는데, 이는 세포들이 공 모양으로 모여있고 가운데는 비어있는 모습이다. 이때 이 빈 공간 일부에 모여있는 세포덩어리를 다능성 줄기세포라고 한다. 다능성 줄기세포 하나 하나는 차후 심장, 뇌 등으로 분화한다. 

기존의 줄기세포연구는 난자에서 추출하거나 인간으로 분화할 수도 있는 수정체를 파괴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생명윤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또 태반 등에서 분리한 성체줄기세포는 한 종류의 세포로만 분화할 수 있는 제한된 능력의 줄기세포라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기존 줄기세포 확보 기술의 문제점들을 해결한 것이 야마나카 박사의 연구업적인 유도만능줄기세포다. 

야마나카 박사는 미국 유학 이후 1999년 일본 나라의 첨단과학기술대학원에 근무하면서 본격적인 줄기세포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교토대학교에서 연구를 지속하게 된 야마나카 박사는 체세포에 4개의 유전자를 도입함으로써 피부세포를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현재는 교토대학이 iPS 세포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2010년 설립한 iPS세포연구소(CiRA:Center for iPS cell Research and Application)의 소장으로 실제 적용기술을 연구 중이다. 

언론노출을 즐기지 않는 야마나카 박사지만 과학언론의 역할과 중요성을 당부하기 위해 세계과학기자대회에 참석했다. <사진=정윤하 기자>
언론노출을 즐기지 않는 야마나카 박사지만 과학언론의 역할과 중요성을 당부하기 위해 세계과학기자대회에 참석했다. <사진=정윤하 기자>
그는 "이제는 5ml의 혈액만으로도 iPS세포를 만들어 심장세포와 뇌세포 등 모든 부분으로 분화시킬 수 있다"며 "크게 세포치료와 신약개발 두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야마나카 박사에 따르면, 최근 iPS 세포 기술을 응용하는 여러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임상실험에 돌입한 것은 안과의사이자 과학자인 마사요 타카시(Masayo Takahashi) 박사와의 안구질환 연구. 망막색소 상피세포는 나이가 들면서 두꺼워지거나 파열이 생기고 그에 따라 시력을 잃게 된다. 연구팀은 iPS를 망막색소 상피세포로 분화시켜 노화된 세포를 대체하는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야마나카 박사는 "지난 9월 iPS를 이용해 새롭게 생성한 망막색소 상피세포를 수술한 환자의 경우 7개월이 지난 지금 부작용 없이 시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 년 간 더 관찰해야 확실히 얘기할 수 있지만 환자의 시력 상실 진행을 멈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나 한국처럼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의 경우 노령층의 안질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며 "연구의 중요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뇌과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준 타카하시(Jun Takahashi) 박사와는 파킨슨 병에 iPS 세포 기술을 응용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움직임이 불편하고 말도 잘 할 수 없어지는데 이는 흑질-선조체계 도파민작동성(dopaminergic neuron)의 변성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iPS세포로 순도가 높고 기능성이 높은 세포를 만들어 환자에게 개시하기 위한 임상실험을 신청 중이다. 야마나카 박사는 "일단 원숭이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실험하고 있는데 내년 중 임상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지 에토(Koji Eto) 박사와는 iPS세포로부터 적아세포(erythroblast)를 만들어 적혈구와 혈소판 등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야마나카 박사는 "일본은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5년 후면 수혈할 혈액이 부족해서 죽는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일본 적십자사와 협력해서 추진 중으로 향후 1~2년 안에 임상실험 단계로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 치료 연구자인 신 카네코(Shin Kaneko) 박사와 진행 중인 T림프구 재생 연구도 거론됐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다양한 바이러스 뿐 아니라 암세포도 공격하는데 T림프구는 나이가 들면서 같이 노화돼 암세포를 이겨내지 못한다. 그러나 iPS로 만든 T림프구에 암세포를 넣어 면역반응을 확인한 후 그것을 다시 몸에 넣어주면, 암세포를 공격하는 걸 기억하는 T림프구가 몸 안에서 다시 암세포를 공격한다.

강연에서는 신약연구 개발에 iPS가 활용되는 부분도 소개됐다. 신약개발에서 중요한 부분은 독성평가이다. 부정맥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면 해당의약품은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 현재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위해 많은 제약사들이 심장에서 채취한 종양세포를 사용해왔는데, iPS 세포를 사용하면 인간에서 얻은 심장세포 자체를 사용해 부작용 관련 연구가 가능하다. 

한편 iPS를 이용한 세포치료술은 환자 자신의 세포로부터 만들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고, 이론적으로 면역거부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다. 그러나 실질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환자 1인당 100만 달러(약 10억원)에 달하는 비용과 5~6개월의 분화과정은 실제 치료에 적용시킬 때 한계로 작용한다.  

야마나카 박사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iPS Cell Stock(유도만능줄기세포 저장은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일본을 기준으로 특수한 HLA(인체 백혈구 항원) 기증자 140명이 있으면 일본전체 인구의 90% 이상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마나카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면역거부반응이 있는 것은 HLA이라는 일종의 세포 혈액형이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HLA는 굉장히 복잡다단해서 1000종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500명 중의 한 명, 혹은 1000명 중의 한 명 꼴로 두 개의 같은 형질로 구성된 특수한 HLA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를 가지고 있는 건강한 공여자를 찾아 미리 iPS를 만들어 놓으면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치료에 적용시킬 수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 저장은행은 이를 위한 프로젝트다.

강연을 마치며 야마나카 박사는 iPS세포연구에 대한 주변의 우려와 부정적인 부분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iPS세포의 활용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방법이 간혹 환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고 바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아주 많이 받게 된다"며 "더 많은 환자들에게 확산되기 위해선 1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고백했다.

이어 "현재로서 줄기세포 치료는 불가능한데 몇몇 국가의 일부 병원들은 환자들에게 많은 돈을 받고 효과 없는 줄기세포 치료를 하는 곳도 있다"며 "연구자들보다는 과학언론에서 그런 부분들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또 "과학자들은 실험과 논문에 대해서 정성을 갖고 하고 있지만 과학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교육은 받지 못했다"며 "연구결과에 대한 대중들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과학언론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연 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과학기자들이 야마나카 박사에게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줄기세포 치료와 관련한 전문적인 견해를 묻는 질문도 있었고, SNS 등에 범람하는 과학정보에 대한 문제를 묻기도 했다. 

한국 과학기자에게는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질문으로 나왔는데, 야마나카 박사는 이에 대해 "사실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창의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 어려운 문제"라며 "그래도 할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예상했던 것과 실험결과가 매우 다를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이 기회가 되기도 하므로 항상 실험 결과물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컨퍼런스 전경. 야마나카 박사의 강연이 끝나자 많은 기자들이 질문하기 위해 마이크 앞에 줄을 서고 있다. <사진=정윤하 기자>
컨퍼런스 전경. 야마나카 박사의 강연이 끝나자 많은 기자들이 질문하기 위해 마이크 앞에 줄을 서고 있다. <사진=정윤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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