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 기능성식품평가연구실 권오란 교수…"음식 '어떻게' 좋은지 설명 가능"
실험 통해 천연물 기능 및 효과, 섭취법 등 연구

"약의 기능성 연구는 역사가 오래 됐지만, 식품에 대한 것은 10년 남짓입니다. 웰빙(well-being) 열풍으로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실제로 소재에 대한 효과 검증은 없이 상업화되다보니 매번 'OOO 파동'이 일어나는 거죠. 오랫동안 몸에 좋다고 여겨졌던 식품의 기능을 과학으로 해석해주고자 합니다."

권오란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약품이든 식품이든 결국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 과정이 있어야 상품으로써 가치가 있기 때문에 과학을 통해 관련 분야 산업발전을 돕고 더불어 국민건강도 지키겠다"고 피력했다.

동의보감에서는 '식약동원(食藥同原)'이라 하여 음식과 약은 그 근원이 같다고 했다. 우리 선조들은 음식에서 얻는 힘은 약에서 얻는 힘의 절반 이상이 된다고 보고 몸이 아플 때 약을 먹기 전에 먼저 음식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썼다.

서양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도 이와 비슷한 가르침을 남겼다. 건강에 있어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그는 "식품은 약이 되고, 약은 식품이 되게 하라"며 섭취하는 음식의 효과를 강조했다.

전통천연물 연구를 통해 삶의 질 향상을 꿈꾸는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단장 이도헌) 역시 이 부분의 중요성을 간파, 권오란 교수의 기능성식품평가연구실과 함께 해당 분야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능성식품 분야 연구의 권위자인 권오란 교수는 최근 현대병 예방의 중요한 소재로 손꼽히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가 비타민C 및 포도당 등 영양소 흡수를 조절하는 기전을 밝히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세포·동물·인체 수준에서 천연물에 함유된 다양한 기능성분의 작용 및 그 기전에 대한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또 국립보건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18년간 식품정책을 연구하며 건강기능식품법 및 관련 규정 제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바이오식품 신소재 시험평가 및 인증 통합지원사업 등을 진행하는 지식경제부 산하  '바이오푸드 네트워크(RIS사업단)'을 이끌고 있으며, 연구결과의 기술이전 성과가 이어지는 등 관련 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권 교수는 "식품의 영양에 대한 기존 연구에서 나아가 기능성을 구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생물정보학적 기법을 활용하는 오믹스(OMICS)와 시스템스 바이올로지(systems biology)를 도입,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지난 3년간 전통천연물 소재의 기능 검증 시험모델을 구축하는데 힘썼고, 향후에는 사업단 내에서 협업을 통해 사람마다 맞춤형 섭식 방법을 조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식품은 건강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더 큰 영향"

권오란 교수 연구팀은 기능성 소재의 검증을 위해 세포실험부터 동물실험, 임상실험까지 모두 진행한다. 식품 추출물을 세포에 투입해서 일어나는 변화를 수치화해 1차 자료를 얻고, 2차 동물모델에서 같은 효과를 보이는지 확인한 후, 3차에서 마지막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검증한다.

연구자가 세포실험에 필요한 과정을 진행 중이다.<사진=정윤하 기자>
연구자가 세포실험에 필요한 과정을 진행 중이다.<사진=정윤하 기자>

연구팀의 김유진 박사는 "건강한 사람, 건강하지만 스트레스 등 위험요소가 있는 사람, 질환에 가까운 상태에 있는 사람 등 현재 상태에 따라서 식품효과가 모두 다르고, 또 소비자에게 항상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는 제조 혹은 섭취 방법 역시 연구대상"이라며 "기능성식품 연구에는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유진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들은 자가 회복 능력이 있어 대체로 전통천연물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반면 운동 등으로 신체에 스트레스를 준 상태에서 실험을 진행하면, 식품을 섭취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반응과 회복속도 등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볼 수 있다. 최근 심혈관 질환, 당뇨병, 만성염증 등 현대질환들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지속적인 산화스트레스임을 감안할 때 스트레스 상태에서의 식품 섭취 효과는 해당 식품의 기능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김유진 박사가 세포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연구실 동료에게 실험방법 및 결과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사진=정윤하 기자>
김유진 박사가 세포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연구실 동료에게 실험방법 및 결과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사진=정윤하 기자>
김 박사는 "지질이나 혈당 등 혈액을 통해 나타날 수 있는 지표를 가지고 유전체와 대사체 수준의 변화를 추적, 전통천연물 소재의 기능성을 검증하는 시험모델 구축을 마친 상태"라며 "기능성식품연구에 오믹스 신기술을 접목시키는 연구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전자동의보감 사업을 통해 최근 기능성식품으로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석류'의 비만예방 효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구축된 근거자료는 관련 업계에 기술이전 됐다. 

김 박사는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 과제 참여 중에 배출된 첫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여러 가지 성분을 갖고 있는 식품이 복합적으로 신체에 미치는 영향과 메커니즘 연구를 통해 항산화에 약한 체질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 논문과 포스터 등을 발표하며 최근 관련 분야 세계적인 학회에서 주목 받고 있다.

한편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 내의 다른 연구팀들과의 협업은 한정된 시간에서 최상의 성과를 내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권오란 교수는 "김호철 경희대 교수 연구팀에서 한의학적 경험과 동의보감의 소재 등을 제공하고, KIST 강릉분원에서는 성분 분석을 진행해주는 등 사업단 내 전문가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최상의 역할을 담당해주기 때문에 연구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상품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산업화 가능성 확인을 맡고 있는 만큼 전통천연물을 현대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연구팀 단체 사진. 여성들 특유의 부드럽고 활기찬 분위기가 좋은 연구성과를 내는데 도움이 된다.<사진=정윤하 기자>
연구팀 단체 사진. 여성들 특유의 부드럽고 활기찬 분위기가 좋은 연구성과를 내는데 도움이 된다.<사진=정윤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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