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를 가다下]日자동차왕국 동남아…라오스 발판 삼아 우리도 진출
한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 53% "철저한 현지화 주효"

라오스의 하루는 매우 일찍 시작된다. 오전 5시 탁발식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에 거리를 나와 보면 그 시간에 현지인들은 공양할 찰밥까지 지어서 자리를 잡고 앉아있고, 오전 7시면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등교를 한다. '라오스 타임'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근로자들의 지각이 잦고 사람들이 시간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평판도 있으나 그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른 시간부터 활동한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도 마찬가지다. 월요일 아침의 활기참이 더해진 도시는 제법 한 나라의 수도다운 모습을 뽐낸다. 왕복 8차선의 큰 도로에 아침부터 차량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고 거리와 건물마다 사람들의 드나듦이 분주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국 자동차들. 라오스의 한국자동차 점유율은 4륜차 기준으로 53%, 세단형만 놓고보면 80%에 달하니 도로 위의 자동차 2대 중 1대 이상이 한국차다. 대형 간판에 우리나라 제품 광고가 걸려있고, 길 위에는 한국차가 즐비하니 이국의 수도에서 친숙함마저 느껴진다.

라오스사람들에게 1년 소득의 10배가 넘는 가격의 자동차는 전재산과 다름 없다. 그들은 자동차 수리를 맡기면 대체로 끝날 때까지 전 과정을 다 지켜본다.<사진=김요셉 기자>
라오스사람들에게 1년 소득의 10배가 넘는 가격의 자동차는 전재산과 다름 없다. 그들은 자동차 수리를 맡기면 대체로 끝날 때까지 전 과정을 다 지켜본다.<사진=김요셉 기자>

라오스에서 한국차 점유율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미쯔비시,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1970년대부터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현지생산 및 공급망을 구축해왔고, 동남아시아의 자동차산업은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주요국 모두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조립 생산으로부터 시작, 발전되어 왔기 때문에 사실상 일본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경우 일본자동차의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또 최근 중국도 저가소형차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자동차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으며 상하이자동차는 태국 CP그룹과 함께 생산 공장 설립을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동남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쯤되면 라오스에서 한국차의 점유율은 기적에 가까운데, 그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는 곳이 바로 코라오(KOLAO)그룹이다. 1997년 설립된 코라오는 종업원 수가 3000명이 넘고 2010년 10월 한상기업 최초로 코스피(KOSPI)에 상장한 라오스 최대 민간 기업이다. 중고차 판매를 시작으로 자동차 유통 사업에 진출했고, 현재는 자동차, 오토바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과 유통, 건설, 레저, 바이오에너지, 금융 등 총 13개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코라오그룹 중 코라오 디벨로핑(KOLAO DEVELOPING CO.)에서 현대·기아차를 독점 수입해 판매하고 있으니 한국산 자동차의 높은 점유율에는 코라오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현대기아차 서비스센터에서는 고객대기실에서 통유리 너머로 자신의 차가 수리되는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요셉 기자>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현대기아차 서비스센터에서는 고객대기실에서 통유리 너머로 자신의 차가 수리되는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요셉 기자>

이현호 코라오홀딩스 전략기획실 이사는 "철저한 현지화가 코라오의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라오스의 포장도로 비율은 13.7%(2009년 기준)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고, 이 때문에 자동차의 잔고장이 많았다. 이에 2002년 코라오는 라오스 최초로 애프터서비스센터를 만들었다.

이 이사는 "전국에 50여개의 센터를 두고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를 해주고 있다"며 "일본차의 경우 중대 결함이 있을시 태국으로 보내서 A/S를 받아야 하는데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코라오 자체 제작 자동차의 경우 신차에서 부품을 빼서 고객들의 차를 수리해줄 정도로 AS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라오스인들에게 차는 전재산에 가깝기 때문에 코라오의 AS전략은 고객들의 신뢰를 얻고 점유율을 높이는데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코라오는 2003년에는 오토바이 생산을 시작했다.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어차피 최고 속도 60㎞ 이상 못 달리니 싸고 잔고장이 없으며 수납공간은 많은 오토바이가 유용하다고 판단, 주변 6개국에서 부품을 가져다 맞춤형 오토바이로 만들어 팔았더니 단번에 시장점유율 35%를 넘어섰다. 현재 210개의 소매점에서 연간 4만대가 팔리고 있다.

코라오의 오토바이들은 현대기아차 모델명을 따서 이름을 붙였다. '이 오토바이를 타다가 다음엔 소나타를 타라'는 의미라는데 반응이 좋다. <사진=김요셉 기자>
코라오의 오토바이들은 현대기아차 모델명을 따서 이름을 붙였다. '이 오토바이를 타다가 다음엔 소나타를 타라'는 의미라는데 반응이 좋다. <사진=김요셉 기자>

또 2008년에는 자동차 할부금융을 도입할 수 있도록 인도차이나뱅크를 설립, 선수금 10%를 내고 나머지 금액은 매월 저리로 나눠 내게 하자 신차 판매에서 다시 한 번 돌풍을 일으켰다.

인도차이나뱅크의 경우 기존 라오스 은행들과 달리 한국식의 쾌적한 공간과 신속한 업무 처리를 도입, 4년 만에 예금과 대출금액이 각각 2억달러를 넘겨 현지 최고 민간은행으로 성장했다.

비엔티엔 코라오그룹 본사 건물 1층에 입점한 인도차이나뱅크 내부. 서울에 있는 은행지점 못지 않게 넓고 화려하다. <사진=김요셉 기자>
비엔티엔 코라오그룹 본사 건물 1층에 입점한 인도차이나뱅크 내부. 서울에 있는 은행지점 못지 않게 넓고 화려하다. <사진=김요셉 기자>

2013년에는 오랜기간 CKD 오토바이 제조 기술 및 글로벌 소싱능력을 바탕으로 트럭 시장에 'DAEHAN' 브랜드로 진출했다.

이 이사는 "라오스에서는 트럭과 픽업 수요가 높은 편이나 수입으로는 물량을 확보할 수 없어 제조를 시작했다"며 "현대의 엔진에 중국의 부품을 조립해서 중가모델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라오스의 자동차 시장은 매년 8% 이상씩 성장하고 있어 코라오의 잘 갖춰진 공급체인과 판매네트워크는 앞으로도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코라오그룹은 보라색을 대표 색으로 사용 중이다. 인도차이나뱅크와 대한 매장 모두 짙은 보라색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전달한다. <사진=김요셉 기자>
코라오그룹은 보라색을 대표 색으로 사용 중이다. 인도차이나뱅크와 대한 매장 모두 짙은 보라색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전달한다. <사진=김요셉 기자>

코라오의 트럭들. 예비타이어 및 후방센서 등을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제공한다. <사진=김요셉 기자>
코라오의 트럭들. 예비타이어 및 후방센서 등을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제공한다. <사진=김요셉 기자>

코라오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진출 등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14년 미얀마 수도 양곤에 최대 규모의 자동차 전시장을 개소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차 붐을 준비하는 중이다. 라오스 기업이지만 한국식 기업 문화를 도입, 낙후된 동남아시아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인도차이나 반도의 절반을 한국차로 뒤덮는 게 목표다.

코리도는 Transport Corridor(교통인프라 구축), Logistics Corridor(물류환경 개선), Economic Corridor(민간투자 촉진) 등 3단계로 발달한다. 현재는 1단계가 진행되는 중이다.
코리도는 Transport Corridor(교통인프라 구축), Logistics Corridor(물류환경 개선), Economic Corridor(민간투자 촉진) 등 3단계로 발달한다. 현재는 1단계가 진행되는 중이다.
한편 최근 인도차이나반도의 경제벨트 '코리도(Corridor)' 개발이 진행되는 것은 코라오에도 호재다. 메콩강 유역 국가들(GMS)을 도로와 철도로 13억 인구의 중국과 9억 인구의 인도와 연결, 개발해서 EU와 같은 경제협력벨트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코리도가 구축되면 현재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자동차 보유대수가 더욱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남북코리도(South-North Corridor)를 중심으로 쿤밍-라오스-방콕을 연결하는 남북고속도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는 물류망 연결로 메콩강 유역에 중국 주도의 경제벨트를 구축하려는 목적이다. 일본은 동서코리도(East-West Corridor)의 미얀마-태국-라오스-베트남 4개국을 횡단하는 동서고속도로 구축과 제2 동서고속도로 정비에 거대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메콩강 주변의 통합 물류망 구축을 둘러싸고 일본과 중국 간 주도권 싸움이 거센 가운데 한국의 약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라오스에서 현지화에 성공, 동남아시아 진출의 발판을 다져놓은 한상기업 코라오가 있어서다.

◆ 한명규 부회장, "AEC 출범하면 라오스는 새로운 기회의 땅 부상"

"아세안경제공동체(AEC:ASEAN Economic Community)가 출범되면 그동안 라오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조건들이 장점이 될 겁니다. GMS(광역메콩강지대) 경제권이 앞으로 중국을 대신하는 생산기지가 된다면 5개국과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내륙국가 라오스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는 거죠."

어느새 라오스인의 '평화로운 미소'를 갖게된 한명규 부회장. <사진=김요셉 기자>
어느새 라오스인의 '평화로운 미소'를 갖게된 한명규 부회장. <사진=김요셉 기자>
한명규 코라오그룹 부회장은 "교육과 기술 분야에서 훈련된 인력이 없다는 것이 라오스의 최대 약점이지만 그만큼 앞으로 외국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과 전라북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한 부회장은 2002년 세계한상대회에서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과 인연을 맺었고, 2009년 공직을 떠난 뒤 라오스 최초의 민간 신문 '라오경제신문'을 창간하기 위해 라오스에 정착했다. 낙후된 문화·경제·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 출판과 미디어 분야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오 회장이 한 부회장을 설득, 영입한 것이다. 한 부회장은 란상미디어 대표로 해당 분야를 이끌고 있다.

한 부회장은 "라오스에는 정보를 만들어내는 곳이 거의 없다"며 "태국 방송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고, 신문 역시 정부기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이상의 기사는 없다"고 현지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문화와 교육에 중점을 두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담는 경제신문을 표방, 라오경제신문을 발행하고 있다"며 "출판분야 인프라가 전혀 없어 한국에서 윤전기, 제본기 등을 들여오고 신문에 적합한 서체를 개발, 매일 1만부를 전국적으로 배포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란상미디어에 대한 현지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개발한 서체는 라오스 교육청에서도 사용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고, 란상미디어에서 출판한 동화책, 교통안전책자 등은 정부와 교육기관에서 수요가 많다.

한 부회장은 "코라오의 현지화 전략은 단순히 투자와 매출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실제 라오스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란상미디어는 사회를 위한 지식창고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지난 4월 라오스에서의 6년 여정을 담아 '비밀의 라오스'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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