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임기 5년으로…R&D총괄조정 '科技전략본부' 신설
ETRI 등 6개 출연연 '한국형 프라운호퍼' 개편…행정간소화, 평가 개선 추진

ETRI·기계연 등 6개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산업현장을 중시하는 '한국형 프라운호퍼 연구소'로 개편된다.

R&D총괄조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과학기술전략본부가 탄생하고, 과학기술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과학기술정책원이 설립된다.

연구자들의 융합연구에 발목을 잡아왔던 정부과제수주(PBS) 비중을 축소하고, 기관장 임기가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논문 중심 평가를 폐지하고, 연구자들의 행정부담을 대폭 완화키로 했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 R&D 혁신방안'을 13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공식 발표했다. 이번 R&D혁신방안은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가 공동 수립한 방안으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폭적인 R&D분야 개선 방안을 담아 발표한 것이다.

◆ '나홀로 연구' 출연연 혁신…경쟁에서 협력으로

정부는 이번 혁신방안에서 출연연의 혁신을 주요골자로 삼았다. 핵심개선안은 PBS로 정부과제 수주경쟁에 몰두하면서 각자 나홀로 연구에 치중돼 있는 현상을 타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예산구조를 연구소 특성에 맞게 PBS 비중을 축소하고 민간수탁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기술연구 중심기관(ETRI, 기계연, 화학연, 전기연, 생산기술원, 재료연)은 한국형 프라운호퍼 연구소로 혁신하면서 예산배분과 인력운영, 관리방식 등의 차별화를 꾀할 방침이다. 민간수탁 실적과 출연금 지원을 연계해 민간수탁을 현재 14.2%에서 2018년 21%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대형·공공연구 중심기관(항우연, 원자력연, 건설연, 철도연, 핵융합연)은 정부수탁사업을 정책지정사업으로 전환해 안정적 예산을 확보하는데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으며, 기초·원천연구 중심기관(KIST, 생명연, 기초연, 표준연, 에너지연)은 출연금으로 수행되는 연구사업을 기관 미션 중심으로 재정비하고 기업이나 대학과의 협력을 강화시킬 예정이다.

연구자들간 경쟁에서 협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여러 출연연이 참여하는 일몰형 융합연구단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내 10개 연구단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융합연구단의 평가와 운영 등에 대한 콘트롤타워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수행하게 된다.

연구소의 책임경영을 위해 기관장의 임기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 정부R&D콘트롤타워 기능 강화…과기전략본부, 과기정책원 신설

정부는 연구개발 총괄조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내 별도조직으로 과학기술전략본부를 분리·설치하기로 했다. 과거 통상교섭본부 형태처럼 인사와 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형태다.

또한 싱크탱크 역할을 위해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KISTI의 일부 정보수집·분석 기능을 통합해 과학기술정책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책원은 국가과학기술심의회와 과학기술전략본부에 대한 정책지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각 부처별로 분산된 총 18개 연구개발 전문관리기관의 효율적 개편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 중장기 R&D투자전략을 마련해 재원배분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술개발의 적시성 확보를 위해서는 현재 예비타당성 제도를 개선해 신속한 추진이 필요한 주요 연구개발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와 Fast Track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이 제도는 기존 사업 구조조정으로 우선 사업을 추진하고 3년 내 타당성 조사를 통해 계속 여부를 판단하는 내용이다.

◆ R&D혁신안, 산업현장 지원 초점

혁신방안에 따르면 우선 정부 R&D지원체계가 산업현장 중심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출연연이 보유한 인력과 연구개발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 출연연 내 중소기업 공동연구실을 확대할 계획이다. 출연연에서 기업으로 파견되는 인력을 별도정원으로 인정하고, 파견 후 복귀시 인사우대와 파견수당 등의 인센티브 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다. 출연연의 중소기업 맞춤형 개발 연구과제도 확대한다.

특히 정부는 민간영역에서 하기 힘든 재난·우주·국방·에너지 등의 분야와 중장기 성장동력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분야에 R&D재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상용화 연구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투자하고 대기업의 직접 지원도 올해 900억원, 내년 1200억원, 2017년 1400억원을 삭감하는 등 지속적으로 축소시켜 나갈 예정이다. 

산학연 역할 차별화를 위해 사업 공고시 기초·원천·상용화 연구별로 지원대상을 명확히 설정해 상용화 연구과제 수행기관은 중소·중견기업으로 하고, 대학과 출연연의 주관을 단계적으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상용화 연구는 일정규모 이상 과제는 비즈니스 모델 제시가 의무화된다.

또, 대학 교수 및 대학지원사업 평가시 산학협력실적 반영을 강화해 산업계 협력에 방점을 둔 대학 운영이 이뤄지게 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 산업계 인사 비중을 현재 11명 중 2명에서 확대하고, 중소기업전문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 행정부담 완화 추진…논문 평가 폐지

정부는 이번 혁신방안에 '연구하기 좋은 환경조성'을 위한 여러가지 개선안을 제시했다. 궁극적 방향은 수요자 중심의 연구개발 생태계를 조성하고, 행정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초연구는 연구자 맞춤형으로 개선하고, 상용화 연구는 자유공모과제를 확대해 현장수요를 반영하고 창의적 연구를 촉진시킬 방침이다.

특히 논문건수 중심의 평가를 폐지하고 도전적 연구를 장려하는 평가체계로 전환시킬 계획이다. SCI 논문건수 중심에서 정성적 Peer Review를 확대하고 소액과제의 중간평가를 폐지키로 했다. 책임평가위원제 도입과 상피제도 완화로 평가 전문성도 강화시킬 복안이다.

또 연구양식의 표준화와 제출서류 축소, 실시간 연구비관리시스템(산업부 RCMS) 확대 등으로 행정부담을 완화시킬 예정이다.

미래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이달 중 혁신방안에 대한 후속조치 계획을 마련하고, 정부R&D 추진 점검단을 운영해 연구개발 과제의 현장 착근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한 관계자는 "기존 Fast-follower형 체제는 성공하기는 쉬우나 혁신을 일으키는 데에는 한계가 많았다"며 "이제 First-Mover형 연구개발 체제로 근원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이번 혁신방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 R&D혁신방안' 미래부 과학기술정책과 Q&A ]

Q. 'PBS 비중 축소' 얼마나 낮추나?

A. 목표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내년도 R&D 예산배분을 7월 쯤 하는데 그때 조정할 예정이다.

Q. 정부 R&D 컨트롤 타워 기능강화를 위해 '과학기술전략본부'를 설립할 예정이다. 언제쯤 어느 정도 규모로 예상하고 있는가.

A. 직급이나 규모는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내일부터 협의를 할 예정이다. 본부가 실장급이라면 미래부만 하면 돼서 올해 말까지 가능할 것 같은데 차관급이 되면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해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 같다. 빠르면 올해 말을 예상하고 있다.

Q. KISTEP, STEPI 두 기관을 합치고 KISTI 일부 기능을 포함해 '과학기술정책원'을 설립한다 했다. 어느 정도 규모로 언제쯤 예정하고 있는가.

A. 개편 방향만 vip에게 발표한 것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은 관련기관과 TF 만들어 논의 할 예정이다.

Q. 양에서 질 중심의 평가로 전환하기 위해 책임평가위원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무엇인가?

A. 책임평가위원제는 현재 일부 산업계에 적용하고 있다. 과제를 선정할 때 선정평가단에서 활동한 위원 중 일부가 결과평가도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선정평가단과 결과평가단이 다르니 연구 모니터링이 어려워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평가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과제선정부터 평가까지 참여하게 할 예정이다.

Q. 기관장 5년 임기는 확정인가?

A. 방향은 5년인데 전체 기관에 일괄 적용할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해야한다.

Q. 정부 R&D지원체계가 산업현장 중심으로 개편될 예정이라 했는데, 그럼 기초연구를 하는 곳도 산업현장 중심으로 해야하나?

A. 아니다. 기초연구는 연구자 맞춤형으로 할 것이다. 기초 연구자가 장기적으로 후속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결과가 우수하면 연계 지원할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는 그런 부분이 부각 안 됐지만 연구자 후속 연구 통해 높은 질의 연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기초연구 주요 타이틀이다.

Q. 기초연구자 맞춤형 지원은 어떤 의미인가?

A. 지금까지 기초연구는 연구비지원이 획일적이었다. 학문분야 상관없이 (예를 들어)3년간 연 5천만원씩 줬다. 이제는 분야별 특성을 고려해서 1년차에는 5천, 2년차에는 3천 등 탄력적으로 지급할 것이다. 연구계획서의 금액을 보고 논의를 거쳐 연구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Q. 행정간소화는 어떻게 이뤄지나.

A. 지금까지 간소화 작업 많았다. 그럼에도 아직 양식은 부처마다 다 달라 수백종에 이른다. 올해 표준화 작업을 마쳐 연구계획서를 하나로 만들 것이다. 다른 부처도 동일하게 사용할 예정이다. 현장 적용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적용 후 분기나 단기별로 표준화안을 잘 적용하는지 점검해 평가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Q. 앞으로 남은 과제는?

A. 거버넌스 부분과 전문관리기관 등 정책은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논의하면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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