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화학연서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 토론회서 강조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기업과 다릅니다. 하지만 기업연구소와 똑같이 일률적인 법의 잣대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출연연은 성격상 창의성과 자율성을 통해 연구 성과를 내야 하는 기관인데, 그것을 보장받고 있지 못한 현실입니다."(화학연 K 연구원)

"출연연의 목표는 경영이 아닙니다. 출연연 연구원들에게는 경영이라는 말보다는 '연구경영'이라는 말이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또 출연연이 기타공공기관에 포함돼 있다 보니 정부가 법을 만들어낼 때마다 청렴도 평가 등 쓸데없는 일만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화학연 K 행정연구원)

"산업기술연구회와 기초기술연구회가 국가과학기술연구원으로 통합되면서 기관 간 융합사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R&D 혁신안은 미래부와 기재부 중심으로 이뤄짐에 따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기다리기만 하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또 미래부와 기재부, 두 기관 중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화학연 S 연구원)

"출연연에는 우수연구원 정년연장제도가 마련돼 있습니다. 하지만 기재부가 매년 선발 인원을 2%내로 한정하고 있어 이에 따른 적체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연금문제와 출연연 정직원 TO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우선 우수연구원 정년 연장 제도에 대해 출연연의 자율권은 확보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에 대한 방안이 없겠습니까?"(화학연 R 연구원)

민병주 의원이 화학연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한국화학연구원을 찾았다.<사진=조은정 수습 기자>
민병주 의원이 화학연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한국화학연구원을 찾았다.<사진=조은정 수습 기자>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 화학연 연구원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고자 현장을 방문했다.

민병주 의원과 출연연 연구원들이 지난 20일 오후 4시 30분 한국화학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출연연 발전방안'을 주제로 안정적 연구환경을 조성을 위한 논의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화학연 연구원 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시종일관 허심탄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민병주 의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두고 '돈먹는 하마'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라며 연구자들에게 말문을 열었다.

민 의원에 따르면 국가 연구개발 예산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 연구개발비는 2010년 13조7014억에서 올해 18조8245억 원으로 약 5조 이상 증가했다. 과거 MB정부가 과학기술부를 해체하는 대신 예산을 대폭 늘렸다. 반면 출연연에 지원하는 연구개발비는 5년째 3조원 수준에 머물러있다. 심지어 출연연 연구개발비가 정부 연구개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사진=조은정 수습 기자>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사진=조은정 수습 기자>

흔히들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두고 혹자는 '신의 직장'이라고 말하지만 민 의원은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정부 R&D 사업평가 도중 만나는 기업연구소 연구원들은 '예산'이야기만 나오면 출연연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합니다. 사실 IMF 이후 출연연 연구원 정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퇴직금 제도도 사라졌습니다. 또 연구성과는 SCI 논문 건수 등 양적 지표가 우선시됨에 따라 연구원들이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만도 없게 됐고요."

민 의원은 이같은 설명을 이어가며 출연연 연구원에 대한 평가가 질적 지표에서 양적 지표가 강조된 데에는 정부의 PBS제도가 주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사실 PBS제도 도입 초기만 하더라도 연구계의 긴장을 불어넣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연구원 간의 지나친 경쟁을 부추겨 안정적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됐다. 이에 따라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대신 안정적이고 비혁신적인 과제 위주로만 연구가 이뤄졌다는 것이 민 의원의 지적이다.

또, 민 의원은 몇 해 전부터 출연연을 기타 공공기관에서 제외시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나 번번이 벽에 부딪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현재 기재부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법안에 포함된 기관은 경영공시와 고객만족도 등의 의무를 이행해야만 한다. 물론 기타 공공기관에 포함된 출연연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출연연은 일반 공기업과 다르다. 출연연은 수익창출이 목적이 될 수 없기에 기업과 같은 잣대로 경영 현황 등을 판단하면 안된다"며 "경영공시라는 개념 자체가 출연연의 특성상 적합한 말이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장에 모인 연구원들에게 "출연연의 고객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과학자들은 "국가", "국민" 등 여러 의견을 내놨다. 사실 출연연에게 '고객'이라는 의미 자체가 애매하다. 연구 테마에 따라 국가, 국민, 민간기업 등 고객의 정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 민 의원는 "천편일률적으로 출연연의 '고객'을 정의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민 의원은 "기타 공공기관에서 출연연을 제외시키는 것이 진정 필요하다고 느끼고 소신껏 일하고 있지만 요즘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진짜 연구원들이 원하는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출연연 연구자들에게 변화를 위한 자발적 참여를 촉구했다.

민 의원은 "설문조사 등 답변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법이 정해지고 난 다음에 아무리 불평 불만을 해봐야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라며 "연구원들의 자율성 등 문제를 나혼자만 떠들어서는 정책에 반영되기가 힘들다. 현장 여러분들이 생각을 직접 표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적극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주 의원과 화학연 연구원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조은정 수습 기자>
민병주 의원과 화학연 연구원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조은정 수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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