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19층·21층 규모 주거형 오피스텔 대전시 건축심의 승인
대덕 구성원 "공익성, 장기적 접근 고려 필요"

수년째 방치되어 지역의 흉물이 되고 있는 목원대 대덕문화센터. <사진=강민구 기자>
수년째 방치되어 지역의 흉물이 되고 있는 목원대 대덕문화센터. <사진=강민구 기자>

"40여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대덕만의 문화와 구성원 간 결속력이 없다. 휴스턴의 밀러극장(Houston Miller Outdoor Theatre) 처럼 수준 높은 공연을 보면서 지역주민과 연구원들이 함께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과학자 A 박사)

"지금도 연구단지가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특구가 아닌 보통구로 전락하고 있는데 대덕문화센터 자리에 주거용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는 것은 용납이 안된다. 당초 문화센터를 건립한 취지를 살려서 공간이 활용되기를 기대한다."(표준연 J 부장)

"대덕문화센터를 단독 오피스텔로 건립하는 것은 안된다. 대덕특구내 유휴공간들이 연계해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예를들면 대덕문화센터가 주거용 오피스텔이면 공동관리아파트를 오피스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개발하기를 기대한다."(벤처지원기관 C대표)

대덕연구단지 내 연구자와 기업인들의 대표적인 교류와 소통 공간이었던 대덕문화센터 부지에 주거용 쌍둥이 오피스텔(右 21층, 左 19층)이 건립되는 것으로 교육부에서 매각 승인이 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B 출연연의 A 박사는 "T자형 삼거리에 위치한 대덕문화센터는 연구단지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그곳에 그렇게 높은 건물이 들어서면 뒤에 우성이산이 다 가리며 연구단지의 흉물이 될 것"이라며 "당초 대덕문화센터 건립 취지에 맞는 저층의 건물이 들어오길 기대한다"고 역설했다.

공동관리아파트부터 거주해 온 K 출연연의 Y전문위원은 연구단지가 개성을 잃어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도룡동 사거리 건물도 그렇고 연구단지만의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개인의 재산권이 있긴 하지만 역사적 의미와 긴 안목으로 개발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술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는 C 대표는 대덕문화센터와 공동관리아파트을 연계해 개발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덕의 공간은 서로 엮어서 클러스터처럼 개발해야 한다. 대덕문화센터가 주거공간이면 공동관리아파트는 오피스 공간이 될 수 있어야 서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서 "공동관리아파트 내에 오피스와 숙소 공간을 같이 구성해 인큐베이터 공간으로 쓰는 것도 좋겠다"고 제안했다.

주변 선산과 조상의 묘 등을 보유한 여흥 민씨 측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씨 대전종친회 민경악 씨는 "여흥 민씨 문중에서 선산을 내줄 당시 연구단지가 조성되고 외국인들이 머무를 호텔이 필요하다고 해서 부지를 양보했다"면서 "이렇게 취지가 변질될 것 같았으면 처음부터 부지를 양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고층 오피스텔이 들어서면 현재 있는 조상의 산소도 동토가 되기 때문에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민 씨는 "벤처기업이나 연구원 교류 목적 공간 등 공익목적의 저층 규모 건물이 건설됐으면 한다"면서 "주민들과 함께 진행상황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여흥 민씨 후손인 H 교수는 "종중차원에서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당시 1000여명으로부터 서명도 받았다"면서 "현재 자리는 대덕대로 정 중앙으로 가장 중요한 위치다. 그런 자리를 내준 것은 설립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인데 그 자리에 주거용 고층건물이 들어온다면 연구단지 구성원들에게도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덕 구성원들은 긴 안목을 갖고 지역민과 연구원이 함께 교류하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강민구 기자>
대덕 구성원들은 긴 안목을 갖고 지역민과 연구원이 함께 교류하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강민구 기자>

◆목원대, "고층 주거형 오피스텔 대전시 건축심의회서 통과, 교육부도 매각 승인" 

지난 2003년 목원대가 매입한 롯데호텔부지는 특구법 내 용도가 문제가 됐다. 당시 법상으로 근린, 상업지역으로 묶여 있어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없었던 측면을 학교 측에서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이후 일부 직원만 남기고 철수한 바 있다. 현재는 관리사무소 직원 2명이 외부 순찰, 환경 정화 정도만 하고 있기 때문에 점점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매각에 어려움을 겪던 목원대 측은 재단 이사회 산하 매각추진위에서 매각을 승인함에 따라, 지난 2012년부터 지방 소재 M사에게 위탁해 매각을 진행해 왔다. 

대행사인 M사는 작년 9월 지하 4층, 지상 19층 규모의 주거형 오피스텔 건축심의의원회의 승인을 받았으며, 지난달 26일 교육부에 매각승인을 받았다. 

목원대 측은 "주거형 오피스텔로 승인 받은 것은 차후에 알았다"면서 "매각 추진 여건이 마련된 만큼 지역에 공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매각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매각 추진 여건이 마련됐다"면서 "학교 측에서도 지역에 공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빨리 매각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대전시 주택과 관계자는 "시가 각각의 주택에 모두 관여할 수 없고, 법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서만 심의한다"면서 "이후의 문제는 유성구청, 특구재단 등 관계 기관이 판단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매각을 위해서는 ▲신청인(건축사 의뢰)⇒▲특정건축물 신고(구청)⇒▲건축위원회 심의결정(구청)⇒▲사용승인서 교부(구청)⇒▲건축물대장 등재(구청)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허가권을 갖고 있는 유성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아직 정식으로 신청서가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에 판단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며 "정식 신청이 접수되면 유관기관(특구재단, 소방방재청 등)과 연계해 법적 문제 검토와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특구재단 관계자는 "허가권이 유성구청에 있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 "유성구청에서 요청이 오면 법적 문제 등을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도룡동 인근의 선산을 소유한 여흥 민씨 재실. <사진=강민구 기자>
도룡동 인근의 선산을 소유한 여흥 민씨 재실. <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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