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이주 문과계 국책 연구기관과 대덕 출연연 첫 회동
상호 협력으로 새 성장동력 마련 '의기투합'

"문과와 이과 출연연들이 힘을 합쳐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 연구결과물들을 냅시다."

지난 1월28일 저녁 대전의 한 식당. 대덕의 과학관련 출연연과 세종의 경제 인문사회 출연연의 몇몇 기관장이 만났다. 경제 및 인문사회 국책기관의 세종시 이전에 따라 상호 이해를 높여보자고 만들어진 자리. 첫 만남인 만큼 서두에는 서먹서먹한 분위기도 감돌았다. 하지만 각자의 연구기관 소개를 하며 협력 가능한 부분이 떠오르자 자리는 금세 활기가 넘쳤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은 세종시에 새로운 둥지를 내린 기관 가운데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송종국 원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병호 원장, 한국교통연구원의 이창운 원장,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박광국 원장 등. 대덕의 과학기술 출연연 가운데는 ETRI의 김흥남 원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신용현 원장,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김종경 원장, 한국화학연구원의 이규호 원장 등.

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이면서 과학기술연구회를 잘아는 송종국 원장의 주선으로 이날 자리는 마련됐다.

송 원장은 "지난 연말에 세종시 나라키움 빌딩에 16개 문과계 출연연이 입주하고, 기존에 대덕에 22개 과학관련 출연연이 존재하는데, 둘이 융합하는 것이 진정한 창조경제 구현의 촉매가 되지 않을까 생각됐다"며 자리를 함께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보건사회 연구원의 최병호 원장은 "신약 개발 등에 있어 협력 기관이 필요한데 과학관련 출연기관과 할 일이 많아 보인다"며 "문과와 이과 출연연이 같은 공간에 자리하게 된만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싱크탱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에 대해 김흥남 원장은 TDX 전전자 교환기 개발 과정에서의 혈서 사건과 TDX가 이후 반도체와 CDMA 등 한국을 ICT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된 역사를 설명하며 사물 인터넷 분야에서 문과 계통 출연연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유선에서 반도체, 무선 등이 연구의 발전 방향이었고,통신만이 아니라 일상 생활이 ICT와 접목되는데 그런 점에서 과학자들의 사회에 대한 정확하고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고, 인문쪽 출연연은 과학기술을 사회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협력의 필요성을 밝혔다.

박광국 원장은 "우리가 당연하게 쓰는 스마트폰 뒤에 그런 애환과 역사가 있었는지 처음 알았다"면서 "생태계 보전과 환경관련 기술 개발에 있어 ICT 분야를 접목할 경우 다양한 가능성이 예상되는 만큼 협력 방안도 찾아보자"고 화답했다.

이창운 원장은 "세종에 온지 얼마 안됐지만 국책기관들이 한 지붕안에 있다보니 이전보다 훨씬 긴밀하게 소통하게 됐다"며 "여기에 기존에 터를 잡고 있던 이공계 연구기관들로도 협력이 확대되면 커다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신용현 원장은 상호 협력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넘어서는 '금강의 기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강의 기적이 제조업 시대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상징한다면 앞으로는 첨단과학분야에서 세계적 성과가 요망된다는 것. 그러려면 문과와 이과 출연연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올해부터 두 연구회가 금강유역에 자리잡은 만큼 앞으로 힘을 합쳐 이 지역에서 대한민국을 먹여살리고,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결과물을 만들어 내자고 밝혔다.

그러자 이창운 원장은 "협력을 위해서는 상호 이해가 우선인만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류 및 특강, 포럼,협의회 구성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자"고 덧붙였다.

이어 빅 데이터를 활용한 개개인의 유전자 분석 서비스와 암으로 발전하기 전에 세포 단위에서 징후를 찾아내는 연구,분자단위의 영상 촬영을 통한 의료 이미지 생산 등등 현재 진행중인 연구내용들에 대해 연구기관별 설명이 이어졌다.

김종경 원장은 "미래 복지는 아픈 다음에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으로 발전하기 전에 검진해 해결하는 선제적 복지"라며 "결국 징후 단계에서 알아내는 과학기술 및 이와 관련한 인문 시회적 접근이 미래 복지의 관건인만큼 공동 연구 및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규호 원장은 "대전과 세종의 머리 글자를 합치면 대세가 된다"며 "대세에서 인류의 운명을 바꿀 새로운 발견이 나오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만큼 서로 힘을 합치자"고 역설했다.

문과 및 이과 출연연 기관장들의 회합 소식에 대해 수도권의 한 기업인은 "실리콘밸리에서는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데 긴밀히 논의할 수 있는 물리적 거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대표적 연구기관들이 한 지붕 밑에 모였다고 할 수 있는 만큼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인류 삶에도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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