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재단·표준연·KISTEP 열린 인사로 구성원 참여도 높아
KISTI 공모제로 인재 발굴과 사기진작 계기

과학기술계 연구기관의 내부 인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보직자들의 톱다운 방식의 임명이 아니라 바텀업 추천 방식의 인사가 확산되는 추세다.

대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경우 기관장이 바뀌면 인사가 톱다운식으로 진행되는게 일반적이다. 새롭게 임명된 기관장의 성향에 따라 인사가 사전에 점쳐지기도 한다.

기관장이 조직개편 과정에서 일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는 모양새였고, 각 부서 구성원의 의견은 반영되기 힘들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새롭게 조직문화를 정비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연구과제에 차질이 생기기도 한다.

적합한 인물로 인사가 이뤄지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기관장 톱다운 방식의 인사가 잘못 이뤄질 경우 피해는 각 부서의 구성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연구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결국 투입된 연구비에 비해 낮은 성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톱다운 방식의 인사로는 출연연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이 현장에 확산되면서, 일부 기관장 후보자들은 기관 운영의 핵심변화로 인사방침을 내세우기도 했다.

지난 11월 열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후보 토론회에서 당시 신용현 후보와 이호성 후보는 "연구본부장 후보로 구성원이 추천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표준연의 수장으로 임명된 신용현 원장은 취임 일주일이 지난 18일 부원장과 본부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연구현장에서는 기관장 취임 9일만으로 비교적 빠르게 인사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표준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장 후보 토론회에서도 밝혔듯이 보직자 인사는 추천제로 진행했다"면서 "추천방을 별도로 만들고 추천을 받았는데 팀으로 보낸 것을 포함하면 100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젊은 연구원들은 팀을 이뤄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표준연에 앞서 지난 3월 인사를 단행한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원장 박영아)과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정민근)도 열린 인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아 KISTEP 원장은 지난해 취임 후 보직 희망자들로부터 서류를 접수하고 공모자 각각과 면담을 통해 인사를 단행했다.

KISTEP 관계자는 "이전에는 기관장이 보직 후보자를 임의로 선정하고 임명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구성원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적임자를 결정했다"면서 "구성원 모두 신선하다는 반응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탑다운 방식, 바텀업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성원의 소리를 듣고자 세세하게 신경쓰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지지입장을 밝혔다.

연구재단도 공모제와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보직자를 선임하고 있다. 우선 실장과 본부장 보직을 희망하는 구성원으로부터 서류를 받고 이들을 대상으로 인사위원회의 면접이 진행된다.

인사위원회에서 면접 후 보직 적임자를 추천하면 이사장이 임명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직원들로부터 보직 후보자의 평을 들어보며 가장 적합한 인물로 임명하기도 한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인사에 대해서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가장 우선시 해 인사위원회를 두고 임명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인사가 진행 중인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원장 한선화)도 올해부터 공모제를 도입했다.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공모를 받고 내부와 외부 평가위원회에서 서류를 평가해 적임자를 임명하게 될 예정이다.

KISTI 관계자는 "공모제에 대해 모두들 찬성하는 분위기다. 간부진에서는 숨어있는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고 구성원들은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사기진작 계기가 되고 있다"며 변화를 반겼다.

11월과 12월 초 본부장급과 센터장 팀장급 인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한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규호)도 열린 인사사례로 꼽힌다.

융합연구와 소통을 키워드로 진행된 화학연 인사는 사전에 각 본부별로 리더의 의견과 추천을 받고 기존 보직자와 면담을 가지며 가장 적임자로 인사를 진행했다는 평가다.

화학연 관계자는 "원장님 역시 내부 출신으로 누구보다 구성원들을 잘 알고 있지만 융합활성화를 위해 연구본부를 4개에서 3개로 합치고 센터와 그룹으로 나뉘어 있던 조직을 센터체제로 바꿨다"면서 "각 센터별로 가장 적임자를 임명하기 위해 분야별로 추천도 받고 본인과의 면담을 통해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출연연의 인사 변화에 대해 과학계 인사는 "변화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출연연의 이같은 인사 방침이 과학계의 내부의 변화로 이어지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연구소가 되길 기대한다"며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창조적인 연구성과를 이끌어내는 기반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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