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 확정…"허울뿐인 과학도시"

대전시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결정에 과학계 냉담한 반응
권선택 시장 "도시문제·재정여건·교통약자 배려 등 고려"
수년간 논란을 빚어온 대전도시철도 2호선이 트램(노면전차) 방식으로 확정됐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4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을 노면 트램방식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전시 민선 5기때 결정됐던 자기부상열차 방식 건설 방식은 물거품이 됐다. 대신 권 시장의 선거 공약이 실현된 셈이다.
 
시는 염홍철 시장 재임시 지난 4월 도시철도 2호선 차종을 자기부상열차로 결정한 바 있지만, 지난 6·4 지방선거 중 권 시장의 선거 공약으로 도시철도 차종 선정작업을 전면 재검토한 뒤 전문가회의와 시민의견 수렴 과정을 진행해 온 바 있다.
 
권 시장은 "진잠∼중리∼유성을 잇는 당초 노선계획에서 건설방식만 변경해 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재조사 등 추가절차 없이 최대한 기존 일정대로 추진하겠다"면서 "트램은 장애인·노인 등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는 물론 '대중교통 중심도시'란 대전의 미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권 시장 발표에 따르면 대전시는 도시철도 2호선을 트램 방식으로 2016년 초 착공해 2020년 완공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대덕구 등 교통소외지역에 지역균형발전과 원도심 활성화 효과 극대화 방안으로 총연장 5㎞ 이내 가칭 '스마트 트램'을 시범사업 구간으로 설정하고 2018년 완공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 트램 선택 배경?…정치적 결정, 그리고 예산 문제 방점
 
권 시장이 도시철도 2호선을 노면전차 트램방식으로 확정한 배경은 정치적 계산과 예산 문제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표면적으로는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와 국내 최초의 트램건설에 따른 관광자원화를 내세웠지만, 사실상 선거 공약을 실현하려는 정치적 판단색이 짙다는 것이다.
 
또, 권 시장이 이날 대전의 미래와 도시경관을 생각할 때 고가방식은 선택할 수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그동안 수차례 전문가 의견수렴과 시민 여론조사 등의 노력은 결국 트램을 도입하기 위한 일련의 정치적 의견수렴 과정이었을 뿐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전시가 트램을 선택한 또 다른 배경에는 예산 부담에 대한 현실적 문제도 고려된 것으로 파악된다.
 
자기부상열차 방식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대전시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만 5500억원이 넘기 때문에 가뜩이나 재정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대전시에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견해가 많다. 시 측은 트램을 도입할 경우 자기부상열차 고가방식의 60% 수준으로 투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트램방식 과연 괜찮나?…"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대전의 도시철도 2호선이 노면방식의 트램으로 사실상 새롭게 결정된 이상 법적인 절차부터 원점에서 전면 재작업이 들어가야 하는 모양새다.
 
우선 법부터 바꿔야 한다.
트램이 도로 노면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기존 자기부상열차 방식처럼 도시철도법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도로교통법을 개정해야 운영이 가능하다. 
 
법 개정과 함께 예비타당성조사 절차도 다시 밟아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시 측은 당초 노선계획에서 건설방식만 변경해 정부 예비타당성 재조사 등 추가절차 없이 기존 일정대로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트램의 속도차이와 건설방식, 기종에 따라 노선 수요 분석에 따른 경제성 확보가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가 불가피하다라는게 중론이다.
 
예비타당성조사에 다시 돌입할 경우 시간이 1~2개월에 끝날 사항이 아니라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업 추진력도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기존 자기부상열차 방식에 대해 기획재정부에서 편성됐던 기본설계 용역예산 국비 30억원도 건설방식이 변경됨에 따라 전액 삭감될 수도 있다.
 
트램 설치 이후에도 도로교통의 복잡성 등 운영상에서 고려해야 할 점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되지 않을 경우 도시의 흉물로 전락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 "자기부상열차 25년 노력 물거품, 수출에도 타격"…과학자들 멘붕
 
대전도시철도 2호선 기종이 트램으로 결정됨에 따라 과학기술계는 납득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합리적이고 과학적 접근 보다는 시장이 선거 공약으로 전권을 행사해 기존 추진됐던 정책 방향이 180도 바뀐 현상에 대해 분개하는 일부 과학자들도 있다. 
 
한 과학자는 "상당히 모순된 대전시의 결정에 화가 난다"며 "과학자의 전문적 식견을 못믿고 시민단체와 야당 정치의 입김에 의존한 이번 결정만을 보면 더이상 대전을 과학도시로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런 가운데 이번 트램 결정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한국기계연구원 자기부상열차 연구진들이다. 기계연의 자기부상열차 한 관련 연구자에 따르면 이번 대전시의 결정이 자기부상열차의 수출에도 심각한 타격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 등 해외 수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 있지만, 정작 연구소가 입지해 있는 지자체로부터 외면을 당한 결과를 두고 해외 수출 대상 도시가 좋은 시선으로 볼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전에서조차 써주지 않는데 외국에서 과연 신뢰성 있게 써주겠느냐는 것이다.
 
자기부상열차 연구에 몰두했던 S 박사는 "25년간 노력해 얻은 자기부상열차 기술이 결국 지역에서의 실용화에 실패하게 됐다"며 "많은 돈과 시간이 투입된 지역의 기술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사라지게 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한 연구원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자기부상열차가 대전도시철도 2호선으로 채택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당혹감을 내비치면서도 "자기부상열차가 지닌 친환경성, 경제성, 정시성, 주행능력 등 탁월한 장점 때문에 다른 도시나 해외에서 충분히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계 한 과학자는 "이번 대전시의 결정은 과학이 정치에 휘둘린 대표적인 케이스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술성과로 성장해 온 자기부상열차가 오히려 해외에서 수출성과로 인정받아 전세계로 뻗어나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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