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녹스탑, 어망용 방오코팅제 100% 국산화 성공
국내 양식업 활성화…해외 수출도 큰 기대
화학연 내 기업부설연구소 성과…녹스탑 "사업화 기반 다지는 기회 잡아"
양식어장에 사용하는 어망에 따개비를 비롯한 해양 동·식물이 부착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오코팅제가 정부출연연구소와 토종 기업에 의해 100%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양식장 골칫거리, 어망 부착생물…관련 기술 없었던 새로운 시장
한국화학연구원과 녹스탑은 국내 최초로 실리콘계 어망용 방오코팅제를 개발했다. 어망에 방오코팅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어망에 해양 동·식물이 부착되면 물의 흐름을 막게 되고, 양식 어류의 배설물이나 사료 등이 썩으면서 산소량이 줄어들고 폐사까지 이르러 양식 어민들에게는 골칫거리다.
지금까지는 어망용 방오코팅제 기술 분야와 시장은 모두 일본이 장악하고 있거나 어망을 걷어 올려 고압세척을 하는 비용이 높아 사용한 어망을 버리는 등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던 것이 현실이었다. 혹은 선박용 방오도료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송시용 화학연 박사는 "지금까지 어망에 사용되던 방오코팅제는 대부분 선박에 사용되던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며 "선박에 사용되는 SPC(자기마모형) 도료는 어망에 사용하게 되면 큰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선박은 해양 동·식물이 부착되지 않도록 5년 주기로 방오도료를 코팅하게되는데 코팅 표면이 물에 녹으면서 계속 새로운 효과를 낼 수 있다. 선박에 해양생물이 부착되면 그만큼 속도가 느려지고 하지만 이 도료를 어망에 사용하게 되면 일정한 유속이 없어 성능을 제대로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망에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이 선박용 방오도료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송 박사는 "해양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어민들을 위한 어망이나 해양 어업 관련 기술 발전은 없었다"며 "이번 기술의 개발로 양식업이 보다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어망용 코팅제를 개발했던 녹스탑은 현지 어민들로부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코팅제의 단점과 불편함을 듣고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정관호 녹스탑 연구개발과장은 "양식 사업도 영세 사업에서 벗어나 법인화 되고 규모가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노동력의 부가가치로 사업하던 시대를 지나 효율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망용 방오코팅제에 대한 필요성이 많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화학연과 녹스탑이 개발한 어망용 방오코팅제는 실리콘을 사용해 해양 생물이 쉽게 붙을 수 없도록 미끄러지게 만드는 한편 생물학적으로 이온화 되는 화학 반응을 사용한 바이오사이드(Bioside) 기술 등이 복합됐다.
실리콘의 미끄러운 표면 뿐만 아니라 화학적으로 마이너스 전자를 가지는 물질을 코팅해 박테리아 등 세포막이 마이너스를 띠는 생물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처리를 했다.
송 박사는 "해양 생태계를 교란 시키는 등 오염에 대한 우려로 화학물질 사용에 많은 제약이 있다"며 "이번에 개발된 코팅제는 유해성분을 최소화하면서 릴리즈 기능과 바이오사이드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기술 사업화 어려움…부설연구소 입주로 해결
이번에 개발된 어망용 방오코팅제는 이미 녹스탑에서 개발했던 기술이다. 녹스탑은 자동차나 기계 부품에 녹 방지 처리 필름을 가공하는 중소기업이다.
녹스탑은 ISO9001 인증까지 획득하며 품질에 있어 우수성을 인정 받고 있었지만 관련 산업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수입제품의 공세 등이 커지면서 새로운 기술과 시장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시장 규모가 큰 선박 기술 분야는 오히려 경쟁이 치열하고, IMO(국제해사기구) 등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 등 매우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사실상 중소기업이 뛰어들기 힘들다.
이에 녹스탑은 어망용 방오코팅제로 눈을 돌렸고 국내 상황에 특화된 어망 전용 방오코팅제의 국산화에 성공한다면 생존은 물론 틈새시장(Niche Market)까지 선점해 국내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해외시장 진출까지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업화까지가 쉽지만은 않았다. 보다 체계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했고, 사업화의 필수 단계인 실용성 검증 등을 위한 설비와 전문가 보충은 넘어야 할 산이었다.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엔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다.
그러던 중에 화학연의 'KRICT 디딤돌 사업'에 참가하게 됐고 화학연의 부설 연구소에 2013년 입주했다. 이후 관련 기술을 완성하고 특허는 물론 세계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이정록 녹스탑 대표는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후 특허, 매출, 고용의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되는데 중소기업은 자체 해결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출연연 내 기업부설연구소 유치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녹스탑이 화학연에 부설연구소를 유치한 것은 큰 행운이자 기회였다"고 회고했다.
이제 내년 3월 시제품이 나오는 어망용 방오코팅제는 첫해 매출 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정관호 과장은 "초기단계 실용화에 도움을 받은 만큼 큰 성과도 기대된다. 말레이시아에는 수출 계약이 진행 중이고, 중국은 시장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3년내 300억 매출까지 기대한다"고 말했다.
녹스탑은 내친김에 어망용 방오코팅제에 이어 비철금속 관련 신제품까지 개발하고 있다.
정관호 과장은 "연구 공간은 물론 2000만원 상당의 실험장비도 제공 받았다"며 "전문인력의 도움까지 받을 수 있어 새로운 기술 확보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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