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규 지질연 센터장 "컨트롤타워가 지하통합지도 활용해 대응해야"
노후관로 정보·건축 시공관리 철저히 해야
지질연, '지하 3차원 영상화 기술'…건설연, 산·학·연 아우르는 토론회 개최

"현재 우리나라에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은 싱크홀이 아닙니다. 지반함몰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박삼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김규한) 광물자원개발연구센터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싱크홀'에 대해 명칭에서부터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싱크홀'이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이다.

'싱크홀'은 석회암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탄산가스가 녹아 있는 빗물이나 지하수에 의해 용식돼(녹아) 지반 아래에서 발생한 공동(빈 굴)의 상부 지층이 내려 앉거나 함몰돼 생긴 구멍이다.

◆ 지반함몰 원인은 '도시 형성'

최근 서울에서 도로와 지반이 내려 앉은 것을 자연에서 발생한 싱크홀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인 것이 굳어진 것이다. 

박 센터장은 "서울시에서 발생한 현상들은 지표면이 붕괴돼 수직 아래로 꺼져 내려 앉은 '지반함몰'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현상이 도로에서 발생하는 것은 '도로함몰'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자연 싱크홀의 대표적인 예. 석회암층 지반이 움푹 꺼진 미국 플로리다 싱크홀(위)과 화산재층 지반이 함몰된 과테말라 싱크홀. <사진=서울시청 제공>
자연 싱크홀의 대표적인 예. 석회암층 지반이 움푹 꺼진 미국 플로리다 싱크홀(위)과 화산재층 지반이 함몰된 과테말라 싱크홀. <사진=서울시청 제공>

서울을 비롯해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도로함몰의 원인은 크게 4가지 정도다. 

싱크홀은 지표의 성분에 의한 것에 비해 지반함몰은 인위적인 요소들이 크게 작용한다.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상하수도관 파손이다. 도시의 지반 아래 묻혀진 상하수관의 길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박 센터장은 "우리나라에는 아직 정확한 파악이 되지 않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1km 안에 33km의 관들이 묻혀 있다고 보고됐다"며 "우리나라도 얼마나 매설돼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삼규 지질연 광물자원연구센터장.
박삼규 지질연 광물자원연구센터장.

상하수도관은 보통 동결심도(겨울에 관이 얼지 않는 깊이)인 1.5m 근처에 매설이 되는데 이 관들이 파손되면 관을 통해 흘러 나오는 물에 흙이 쓸려 내려가거나 관을 통해 흙이 유실되면 공동이 생기고 이 공동이 커지면 도로가 내려 앉게 된다.

박 센터장은 "상수관 파손의 경우 물이 도로 위까지 흘러나와 파악이 쉽지만 하수관의 경우 흙이 유실만 되기 때문에 파악도 힘들다"고 분석했다.

굴착공사도 도로함몰의 원인이 된다. 굴착 공사 후 지반을 메우는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흙의 결속력이 약해지고 이들이 풀어지면서 공간이 생긴다. 이렇게 발생한 공간은 점차 위로 올라오다가 도로까지 이어지는 원리다.

또 한가지는 건축물의 지하구조물이다. 박 센터장은 "지반 아래에는 지하수가 흐르는 길들이 존재하는데 건축물에 의해 이 수로가 변경이 되면 새롭게 형성된 수로로 지하수가 흐르게 되고 지반이 약한 곳을 찾아 흐르다보면 근처의 흙을 함께 유실시킨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원인은 택지개발이다. 건축물의 지하구조물 건설과 마찬가지로 지하수로가 변경되는 택지개발도 지반함몰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반함몰은 예측 가능…관련 연구 활발히 진행 해야

싱크홀이 아닌 도로함몰은 인위적인 요소들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통제가 가능하다. 수백년의 시간에 거쳐 발생하는 싱크홀은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도로함몰은 언제든지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도로함몰은 원인이 확실한만큼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을 비롯해 국내 곳곳에서는 도로함몰이 발생해왔다. 최근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도시가 그만큼 노후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박 센터장의 설명이다.

인천 도시철도 공사 도중 발생된 원형 지반 함몰. <사진=서울시청 제공>
인천 도시철도 공사 도중 발생된 원형 지반 함몰. <사진=서울시청 제공>

"상하수도관은 20년 이상이 되면 30%이상 파손 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 대도시가 형성된 시기를 생각해보면 이제 관련 문제들이 드러날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인이 명확한 도로함몰은 대비책도 명확하다. 바로 노후된 관로들의 관리와 정비. 그리고 공사의 철저한 시공관리다.

박 센터장은 "서울시를 비롯해 지자체에서는 관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현재 5년마다 하는 정비·점검을 노후 관로 매설 지역은 보다 자주 진행하거나 노후관로가 많은 지역은 특별 관리를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과거 건물을 지을 땐 지하로 땅을 판 뒤 지하수로 인해 부력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퍼내기도 했다. 이렇게 지하수를 퍼내다보면 지하수위가 갑자기 낮아져 유속이 빨라지고 지반이 내려 앉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하수에 대한 정보도 지자체를 비롯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공사 관리와 연계해 보다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 기관별, 각 연구 주체별로 분산된 자료들을 통합해야 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센터가 필요하다.

"지하통합지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도시 계획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도 꼭 있어야 합니다."

◆ 지질연, 광물 관리 위한 '지하 3차원 영상화 기술' 활용

지질연은 지하수와 지하 광물 등에 대한 연구를 오래 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그래서 싱크홀이나 지반함몰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에 있어 상당 부분 많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질연이 개발한 '지하 3차원 영상화 기술'과 이를 활용해 구현된 지하 3차원 지도. <자료=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지질연이 개발한 '지하 3차원 영상화 기술'과 이를 활용해 구현된 지하 3차원 지도. <자료=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박 센터장이 소속된 광물자원개발연구센터는 지하 광물을 조사하기 위해 2003년 전자파를 이용해 지하를 스캔하고 3차원 영상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차량에 연구장비를 장착하고 이동하기만 하면 지하의 구조가 3차원으로 보여지는 이 기술은 지반함몰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센터장은 "지반 아래 공동 현상은 사실 예측이 불가능 하다"며 어려움을 이야기 하면서도 "이러한 기술들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박 센터장은 "3차원 지도를 기간별로 촬영하고 이를 비교하면 지반함몰의 징후를 보다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탐사를 위한 전자파를 흙이 흡수하기도 하고, 보다 정확한 위치 기반 서비스가 확보 돼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지하 유적 탐사를 위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한다면 예방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 보강도 필요하며, 무엇보다 통합으로 운영을 위한 기구 마련이 시급합니다."

지질연과 함께 도로함몰 연구에 큰 축을 이루는 곳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다. 건설연은 김을동, 김성태, 유일호, 박인숙, 이이재 국회의원 등을 비롯해 정부, 학·연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25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후원으로 '대한민국 땅 속 안전한가'을 주제로 '국회 정책토론회'를 열어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한편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김창용 건설연 Geo 인프라연구실장은 '국내 싱크홀 발생현황 및 대책 방안'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며, 관련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 실장은 "이번 토론회가 땅속 안정성 평가 및 싱크홀 재해대응 방향 설정에 대해 정치권과 과학기술계가 함께 모여 고민하는 자리"라며  제도와 법 그리고 기술이 연계된 실질적 싱크홀 안전대책이 마련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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