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무인기·무인자동차 연구하는 심현철 KAIST 교수
다양한 경험 연구에 녹여…"남들이 가지 않는 길 가는 것을 두려워 말아야"

KAIST에서 선보인 무인자동차. 지붕위엔 무인기가 실려있다. <사진=이해곤 기자>
KAIST에서 선보인 무인자동차. 지붕위엔 무인기가 실려있다. <사진=이해곤 기자>

운전석이 텅 빈 노란 자동차 한대가 KAIST 본관 앞으로 서서히 들어선다. 차가 멈춰서자 자동차 지붕위에 있던 무인기가 하늘로 힘차게 솟아 오른다. 무인기 아래엔 빨간 딸기를 담은 상자가 달려 있다. 무인기가 향한 곳은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잔디밭. 딸기가 담겨 있던 상자를 내려 놓은 무인기는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지난 봄 열린 KAIST의 전통행사인 딸기축제는 여느해와 다른 모습이었다. 싱싱한 딸기를 축제장으로 옮기는데 사람의 손이 필요하지 않았다. 딸기를 학생들에게 가져다 준 것은 바로 무인자동차와 무인기. 이 무인 배달 행사를 기획한 사람은 바로 심현철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였다.

◆무인기 연구 1세대, 한 우물을 파다

지난 8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NI(내쇼날인스트루먼트)'의 연례행사 'NIWeek 2014'에서 '글로벌 스튜던트 디자인 컴퍼티션(GSDC)'이 진행됐다. 이 경쟁의 최종 수상 후보자 톱3에 KAIST 연구팀이 개발한 무인 자동차 '유레카(EureCar)'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안타깝게 1위는 스위스에 내줬지만 25개국에서 본선에 진출한 28개 팀 가운데 최종 선발 된 것만 해도 상당히 의미가 크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연구팀을 이끌었던 심현철 교수는 "시속 128km를 낼 수 있는 '유레카'는 속도에 초점을 맞춘 무인자동차인데 반해 스위스는 디자인에 대한 부분을 잘 강조했다"고 말했지만 "막상 본선에 진출하게 되니 1등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1990년대 초 무인기에 관심을 가진 그는 헬기를 조종하기 위해 미국에서 과련 장비를 사 올 만큼 애정을 쏟았다. <사진=심현철 교수 제공>
1990년대 초 무인기에 관심을 가진 그는 헬기를 조종하기 위해 미국에서 과련 장비를 사 올 만큼 애정을 쏟았다. <사진=심현철 교수 제공>

'유레카'를 만든 심 교수는 무인기부터 시작했다. 1991년 무인기를 처음 접했고 그 매력에 빠져 헬리콥터 운전을 마스터하기도 했다. 당시 무인기는 헬리콥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헬리콥터 운전을 익히기 위해 미국에서 들여온 기구들이 세관에서 통관이 안됐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장치들이라 무기라고 생각한 세관이 나를 붙잡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지금부터 25년 전 관련 연구를 시작한 그는 명실상부한 무인기 연구의 1세대였다.

기계설계를 전공했던 그는 졸업 후 현대자동차에 들어가 자동차를 연구하게 된다. 무인기에 관심이 많았지만 또 자동차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많은 것을 익힌 시기였다.

더 많은 연구를 위해 미국 버클리 공대에 진학하면서 또 그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현재 버클리 공대의 학장인 샹카 새스트리 교수가 그의 지도 교수였다. 그는 무인기를 만들어보겠다고 제안해 5000만원의 지원금으로 시작했다. 이후 99년 드디어 무인기의 자동비행에 성공하게 된다.

미국 방송에서 취재를 나올 정도로 큰 관심을 가졌지만 외국인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연구를 이어갈 수 없는 처지도 경험했다.

심 교수의 무인기 개발 성공은 미국에서 방송 취재를 나올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사진=심현철 교수 제공>
심 교수의 무인기 개발 성공은 미국에서 방송 취재를 나올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사진=심현철 교수 제공>

"졸업 후 실리콘밸리의 하드드라이브 회사에서 일을 했어요. 하지만 일을 하면서 주말만 되면 학교 연구실을 찾았어요. 왕복 120km의 거리를 쉬지않고 다니며 무인기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이후 2006년 드디어 KAIST에서 무인기 연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의 다양한 이력은 KAIST에서도 독특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그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다보니 따가운 눈총을 받을 때도 있지만 하고 싶은 연구를 계속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즐겁다"고 말했다.

◆남이 하지 않는 것을 시작, 언제나 1등을 꿈꾼다

2009년 학교에 붙어 있던 포스터가 그를 무인자동차로 이끌었다. 현대자동차가 주최하는 '무인자율주행차량경진대회'였다.

"포스터를 보자마자 다른 사람이 볼까봐 곧바로 뜯어서 가지고 왔어요. 그만큼 참가하고 싶었고, 또 1등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심현철 교수의 방은 온갖 기계들로 가득했다. 그는 직접 조립하고 만들어야 함을 강조했다. <사진=이해곤 기자>
심현철 교수의 방은 온갖 기계들로 가득했다. 그는 직접 조립하고 만들어야 함을 강조했다. <사진=이해곤 기자>

무인기 연구를 계속 해왔지만 자동차는 또 달랐다. 그는 "달에 가는 것과 서울 시내에서 주행하는 것 중에 뭐가 어렵나"라고 반문하며 "복잡한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10년 열린 대회에서 심 교수팀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주행 중 발생한 환경에 센서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충돌 사고를 낸 것. 그는 그 이후 며칠 동안 외출을 하지 않을 정도로 부끄러웠다고 한다. 그만큼 관련 연구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부끄러웠죠. 정말 간단하고 당연히 1등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탈락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연구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는 이어 새로운 기술이 나오려면 '파괴기술'이 되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했다.

"애플은 아이폰이 나오면서 아이팟 시장을 줄이는 결과를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거쳐가야 하는 과정입니다."

손바닥만한 무인기를 조종하는 심현철 교수. 무인기 연구 1세대인 그는 헬기 조종부터 시작했다. <사진=이해곤 기자>
손바닥만한 무인기를 조종하는 심현철 교수. 무인기 연구 1세대인 그는 헬기 조종부터 시작했다. <사진=이해곤 기자>

남이 하지 않는 것을 시작하고 거기에 매진하는 과정을 끊임 없이 이어가는 그는 새로운 기술을 접하고 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모두 시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로켓 기술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히틀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히틀러가 개발한 미사일 기술이 로켓으로 이어진 것이죠. 1만8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 2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은 연구개발자로서 아이러니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기술 개발에 앞서 보다 체계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하고,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이어 경제성이 있는지,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술인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운로드 For 자동차'…로봇이 운전하는 날으는 자동차

심 교수가 지금 개발하는 것은 무인으로 하늘과 땅에서 모두 이동 가능한 '날으는 자동차'다 여기에 로봇이 운전하는 부분도 함께 개발 중이다. 지상과 공중, 모두 운용이 가능해지기 위해 그는 이를 프로그램화해 로봇에 다운로드만 하면 운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심현철 교수 연구팀이 개발 중인 비행 무인자동차. <사진=이해곤 기자>
심현철 교수 연구팀이 개발 중인 비행 무인자동차. <사진=이해곤 기자>

이미 연구실에는 날으는 자동차가 시연되고 있었다. 또 한켠에는 여기에 들어갈 로봇도 제작 중에 있었다. 인지 판단이 가능한 시스템과 자율성을 부여하는 범위를 넓혀 나가면 하늘을 날으는 무인자동차는 꿈이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의 연구실에는 많은 학생들이 직접 기체와 로봇을 만들고 있었는데, 심 교수가 무인헬기를 직접 조립하던 때가 오버랩 돼 보였다.

"얼마전 학생들이 '선배들이 안하는 걸 하면 힘들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91년 무인 헬기를 직접 만들기 위해 기계를 제작했던 저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현철 교수는 무인기에 로봇을 장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해곤 기자>
심현철 교수는 무인기에 로봇을 장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해곤 기자>

그는 자신이 직접 해보는 경험적인 측면도 강조했다.

"등산을 하기 전에는 높은 산을 바라보며 걱정이 생깁니다. 과연 오를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한걸음 두걸음 옮기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연구든 시작하고 길이 아니더라도 끊임 없이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언젠가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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