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가 미래 바꾼다④]"전쟁과 재난에 가장 중요한 것은 통신망"
안전하고 빠른 네트워크…기술 수출로 해외시장도 공략

모든 물건들과 네트워킹이 가능한 IoT(사물인터넷)는 이제 놀라운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모바일 인터넷은 어느새 우리 생활 깊숙히 자리잡았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다.

사무실을 벗어나더라도 업무망에 접속해 업무를 진행할 수 있고, 필요한 정보를 주고 받는데 어려움이 없다. 물리적인 거리는 더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중심에는 무선 네트워크가 있다. 손쉽게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이 기술은 우리 생활과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보의 보안이라는 큰 과제가 남겨져 있다.

◆전쟁으로 발전한 인터넷, 이제 보안이 화두

안치득 ETRI통신인터넷연구소장. <사진=이해곤 기자>
안치득 ETRI통신인터넷연구소장. <사진=이해곤 기자>

인터넷은 전쟁을 통해 발전했다. 적의 공격을 받아 통신시설이 파괴되더라도 다른 루트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기 위해 데이터를 복제해 전달하는 기술이 생겨났다. 이것이 인터넷의 시초다. 정보를 전송하면 이를 복제해 여러 갈래의 길로 전달된다. 중간중간 몇몇 루트가 끊어지더라도 또 다른 길을 통해 성공적으로 전달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보안이다.

지난 2013년 은행망과 방송망을 혼란에 빠뜨린 사이버테러는 이 보안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후에도 유사한 사례는 종종 발생하고 있고, 통신망이 무너지면 경제는 물론 국가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이제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게 됐다.

특히 재난을 대비하기 위한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은 보안이 생명이다.

안치득 통신인터넷연구소장은 "최근 와이파이 사용량이 증가하며 관련 기술이 발달하고 있지만 보안 분야는 여전히 취약한 부분이 많다"며 '세이프 인터넷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전시와 재난 등의 비상상황에서 보안이 강화된 네트워크는 필수"라며 관련 연구가 얼마나 시급한지에 대해 설명했다.

국가 기간망에 사용 가능하도록 보안을 강화해 안전한 업무환경을 제공하는 세이프 WiFi기술. <자료=ETRI 제공>
국가 기간망에 사용 가능하도록 보안을 강화해 안전한 업무환경을 제공하는 세이프 WiFi기술. <자료=ETRI 제공>

이 안전기술은 미국이 가장 앞서 있다.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쟁에 파병을 하는 미군이 있기 때문이다. 미군들은 현지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보안은 생명과도 같다. 이런 기술의 발전은 관련 시장의 독점도 가져왔다. 물론 관련 기술은 절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안 소장은 "이 안전망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보다 엄격한 규격을 개발한다면 차별화된 기술로 수출도 가능하다"며 "흔히 보안과 재난, 안전 기술은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안전 통신망 시장은 분명히 큰 부가가치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통신인터넷연구소는 2020년까지 안전한 인터넷을 구축하고 폐쇄적인 국제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방과 행정, 재난, 경찰, 교통, 금융, 그리고 개인이 사용하는 모든 인터넷 환경을 안전하게 책임지는 연구는 차세대 인터넷 환경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KTX안에서도 기가바이트 속도로 데이터 전송

통신인터넷연구소는 일상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데이터 전송 기술도 개발 중이다. 지하철이나 고속으로 달리는 KTX에서도 기가바이트(Gbps)급 WiFi 속도를 서비스 받을 수 있게 된다.

고속이동체(열차, 버스)에서 초고속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 가능한 이동 무선백홀 기술. <자료=ETRI 제공>
고속이동체(열차, 버스)에서 초고속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 가능한 이동 무선백홀 기술. <자료=ETRI 제공>

2015년 서울 지하철 8호선에 테스트베드를 구축, 기존 10메가(Mbps) 보다 100배 빠른 1기가 급 서비스를 실용화 할 예정이다. 이후 점진적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KTX에서도 20기가급 속도를 실현할 예정이다.

안 소장은 "이 기술이 실현되면 개인이 체감하는 속도의 증가뿐만 아니라 이 고속망을 통한 광고와 방송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 시장이 확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를 들어 구글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초고속 모바일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신 광고나 방송 등 부가 서비스를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실제 고속인터넷 관련 시장은 2022년 9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 시장도 5000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기술이 보다 발전하게 되면 개인용 차량에도 사용 가능하도록 소형화해 시장성은 더욱 커질수 있다는 게 안 소장의 설명이다.

초고속 통신망 기술은 보다 현실적인 화상 디스플레이 기술도 앞당기고 있다. 분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실감 텔레프레즌스' 기술을 통해 보다 생생하고 현실적인 기술로 원격회의 등 스마트 워크가 활성화 될 전망이다.

◆선단형 산업구성으로 인터넷 장비 해외시장 공략

광인터넷기술로 서비스/장비/부품 산업 동반성장. <자료=ETRI 제공>
광인터넷기술로 서비스/장비/부품 산업 동반성장. <자료=ETRI 제공>

통신망과 관련된 ETRI의 기술들은 특히 수많은 기업들과 이어져 있다.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기술을 바탕으로 한 수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더넷 장비 사업화 기술을 이전 받은 코위버는 올해 8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으며, 이더넷 광트랜시버 기술 지원을 받은 에이알텍은 중국에 230만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아큐픽스는 인도네시아에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러한 개별 기술 사업화와 성과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인터넷연구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형태로 세계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바로 '오케스트라 광인터넷기술'이다.

인터넷 관련 장비 업체들을 '선단형'으로 구성해 각각 뛰어난 기술의 수출을 극대화 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가입자망 기술이 뛰어난 업체가 있고 전달망 기술을 가진 업체가 있다면 이들을 오케스트라처럼 한데 묶어 시장에서 보다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인터넷 장비 시장 규모는 직·간접 시장을 합쳐 2023년 1200억 달러로 예상되며, 누적경제효과는 8조5000억원, 2만3000여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을 개별 기업들의 특성과 우수 분야를 한데 모아 경쟁력을 가지고 돌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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