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대식 KAIST 교수, "뇌는 두개골이라는 어두운 감옥에 갇힌 죄인"
인공지능이 풀지 못하는 숙제, 뇌는 쉽게 풀어

#한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2000원짜리 커피 메뉴를 선보였다. 그런데 이 커피는 기존의 4000원 짜리 커피에서 가격만 내린 것. 당연히 같은 맛을 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존 4000원짜리 커피가 더 맛있다고 답했다. 같은 커피인데도 왜 사람들은 4000원 짜리 커피가 더 맛있다고 느꼈을까?

#신입사원에 대한 평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50명씩 A와 B 집단으로 나눴고 질문은 모두 같았다. 하지만 A와 B집단에 조그만 차이를 줬다. A집단은 인터뷰 전 자신도 모르게 무거운 짐을 들게 했다. 같은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했으니 비슷한 답변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B집단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A집단은 신입사원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왜 그랬을까?

우리 생각과 판단의 모든 것이 뇌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익히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뇌가 모든 것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뇌가 원하는 방향대로 우리는 따라야만 하고, 문제는 뇌도 착각을 곧잘 일으킨다는 것이다.

뇌과학자인 김대식 KAIST 교수는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라는 그의 저서에서 '뇌는 두개골이라는 어두운 감옥에 갇힌 죄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뇌는 머리 안에 있고, 눈, 코, 입, 귀, 혀 등 감각센서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기반으로 답을 찾아야 하는데 이 감각기관의 정확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표현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뇌는 여전히 미지의 분야다. 1.5kg의 단백질로 구성된 뇌가 어떤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래서 김대식 교수를 직접 만났다. 그라면 뇌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 뇌에겐 쉬운문제? 인공지능에겐 어려운 문제

김대식 교수는 뇌와 컴퓨터는 문제를 푸는 방식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사진=이해곤 기자>
김대식 교수는 뇌와 컴퓨터는 문제를 푸는 방식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사진=이해곤 기자>
"뇌 수술도 직접 해봤죠. 막상 뇌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신경세포와 신경망으로 이뤄진 것에 불과하죠. 그래서 meat machine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는 뇌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부시절 심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나서 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탁구하는 로봇을 만들었는데 계속 헛손질만 하더군요. 거기서 연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사람에게는 어렵지 않은 얼굴, 음성인식이 왜 인공지능에서는 어려운가가 궁금했습니다."

로봇과 인간의 차이는 결국 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고 이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뇌 연구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독일에서 모든 학업 과정을 마쳤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막스프랑크연구소에서 뇌 연구를 진행했다.

"인공지능이 가장 처음 했던 것이 바로 체스와 수학문제 풀기였습니다. 컴퓨터를 만든 것이 수학자였기 때문이죠. 그들이 어렵다고 생각한 문제를 인공지능이 풀게 만든 거죠."

그는 뇌에 대한 연구에 있어 이제는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에 대한 개념을 달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쉽고 어렵고의 기준이 아닌 복합도를 고려 해야 하는 것이다. 예전과 달리 수학과 체스처럼 어렵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이 오히려 규칙을 정할 수 있고 단계를 규정할 수 있어 복합도가 낮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컴퓨터가 쉽게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 뇌에 대한 연구는 정보처리를 어떻게 하는가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뇌는 1초에 최대 1000번의 신호를 전달하는, 매우 느린 정보처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요. 그 뇌가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거죠."

뇌는 무수한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판단한다. 물체를 인식하는 과정에 그 경험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경험을 통해 고양이라는 것을 쉽게 정의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이 고양이를 인식하기 위해선 고양이의 정의에서 시작해 엄청난 종류의 고양이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어야 고양이라는 것을 정의하고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 뇌 연구는 철학과 뗄레야 뗄 수 없어

인식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철학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이야기에 언어 철학의 대가 비트겐슈타인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우리가 뇌로 인식하는 것들고 언어로 표현되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언어가 물질의 본질까지 말할 수는 없거든요. 인간이 가진 표현의 한계, 그리고 정확도가 낮은 인식 기관들을 통해 판단하는 뇌. 우리는 결국 착각하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박쥐는 초음파로, 뱀은 적외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이 보는 세상은 분명 우리가 보는 세상과 다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영역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인식기관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은 모두 뇌가 만든 것이다.

뇌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엮은 김대식 교수의 '내 머리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뇌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엮은 김대식 교수의 '내 머리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인공지능은 종종 인간의 마지막 발명이라고 불린다. 뇌 연구가 발전하고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의 미래에 대해 김 교수는 두 가지 전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크게 두 가지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2차 기계혁명이라고 일컬어지며 SF의 단골 소재인 자동화. 그리고 인공지능이 스스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지게 되는 예측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인간 존재에 대한 우려가 섞여 나오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면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가 될 수 있고 인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세상에 변화가 온다는 추측이 가능한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섬뜩한 예측을 하기도 했다.

이런 여러가지 미래가 그려지는 가운데 그는 교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금 우리 교육은 예전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만들어진 시스템입니다. 기계가 인간의 육체를 대신하게 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필요성으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교육인거죠. 이제 이런 교육은 경쟁력이 없습니다. 앞으로는 낸 경쟁자가 기계라고 생각해야죠. 기계가 할 수 없는 창의성과 감성 교육이 필요합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