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인 사고 통해 다양한 능력 향상 기회
다양한 분야로 진출 가능…관심 높아져

'덧셈 뺄셈만 할 수 있으면 먹고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수학잘하면 교수나 교사 된다'

수학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보편적인 생각들이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실력은 매우 우수한 편에 속한다. 세계의 수학 천재들이 경쟁하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성적을 보면 지난해에는 2위를, 2012년에는 1위를 우리나라 학생들이 차지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12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의 결과를 보면 만 15세 이상 세계 65개국 학생들 가운데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평균점수는 554점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뛰어난 수학실력과 달리 수학에 대한 관심이나 문화적 확대까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수학과 관련한 앞선 고정관념들이 질적 성장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제 수학에 대한 생각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학의 수학 전공학과들을 보면 근래 높은 경쟁률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학관련 전공 경쟁률 꾸준히 강세

2013년 연세대 수학과에는 49명 모집에 1226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경쟁률은 30.2대1. 2012년과 2011년에는 37.6대1, 29.2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자연과학대 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 경쟁률을 분석해 봤을 때 최근 몇 년 동안 수학과는 항상 상위에 위치해 있었다.

포항공대의 경우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13년 8.3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전체 경쟁률에서 2위를 차지했고, 2012년과 2011년에도 8.9대1, 8.5대1의 비슷한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물론 경쟁률 부문에서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의 경우, 지난해 정시 최종합격자 평균에서 수학과의 점수가 의예과를 넘어서는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2012년까지 수리과학·통계학부로 모집할 당시 경쟁률은 6대1을 보였고, 지난해 신입생의 경쟁률은 7대1을 넘어섰다.

이처럼 수학과에 학생들의 지원이 대거 몰리는 이유는 진로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오진혁 대덕고 교사는 "이론학문으로 생각되던 수학이 다양한 분야를 접목시키는 학문으로 자리잡으면서 학생들의 지원이 많아졌다"며 "이제 수학과는 수학을 잘해서 가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진로를 원하는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다"고 요즘 분위기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 대학알리미를 통해 공시된 취업률을 보면, 포항공대의 경우 2012년 14.3%였던 취업률이 2013년에는 60%까지 상승했고, 서울대도 2011년 28.6%, 2012년 42%, 지난해에는 52%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연세대도 매년 50%이상의 취업률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

실제 수학을 전공한 학생들의 진로도 다양해졌다. 전통적으로 인기 취업 분야였던 금융업에서는 '파생상품 등의 설계는 수학자만 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수학 전공자를 우대하고 있으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회과학 분야, 정보 보안 분야, 보험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수학자들이 활약하고 있다.

박형주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은 "수학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수학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논리적인 사고력을 활용해 사회에서 선택할 수 있는 분야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수학은 다양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무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수학과 꿈을 이어주는 다양한 연결고리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학 교육도 변화…공감 불러일으키는 과정 필요

수학을 통한 사회 진출은 무궁무진해지고 있다지만 실제 수학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말을 학생들 사이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고, 우리 학생들 가운데 30%가 이 수포자라는 추측이 나올 정도로 수학은 어렵고 흥미를 가지기 힘든 과목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극복하고 수학이 더 이상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기도 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의 교육과정에 '스토리텔링 수학'을 도입하기도 했다. 계산이나 연산이 아닌 재밌는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서 수학 개념을 학생들이 스스로 체득하게 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다.

박형주 조직위원장은 "수학이 학문적으로는 크게 성장해왔지만 질적·문화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수학분야 SCIE 논문 수는 943편으로 세계 11위 정도에 머물러 있다. 1위인 미국의 7918편, 2위 중국의 6723편, 3위 프랑스의 2725편 등과 비교하면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런 현상에 대해 그는 "수학에 대한 관심이 높은 나라가 상위권을 차지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며 "청소년과 일반인이 수학을 즐길 수 있는 지원과 관심을 통해 대중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오진혁 대덕고 교사는 "취업이나 다양한 진로를 위해 수학과를 선택하는 경향은 크게 높아졌지만 이는 학문적인 관심과는 조금 다르다"며 "순수학문으로써 수학을 좋아하고 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기초학문에 대한 지원과 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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