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노조 이성우위원장...현장 목소리 반영 선언

"흐트러진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과학기술계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과기정책 제안기구로 변신할 생각입니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이성우 위원장(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올해를 '과학기술 노조 대변신의 해'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IMF 이후 구조조정기를 거치면서 과기노조가 투쟁일변도를 지향했지만 이제는 주변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고 과학기술계와 종사자들을 위한 노조가 될 것임을 천명했다. 이를 위해 조직력 복원 및 내부 결속력 강화를 통해 과기노조 정상화 작업에 나서는 한편 과학기술계의 현장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는 과기정책 제안기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과기노조는 지난 11월 이후 5대 위원장인 장순식 위원장의 사퇴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돼 왔다. 제3, 4대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이 위원장이 지난 12월말에 제6대 과기노조 위원장으로 선출됨에 따라 3번째 위원장을 지내게 됐으며 이런 경력으로 과기노조가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두달간은 정말로 어려운 시기였다"며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자세로 노동조합과 과학기술계 발전을 위해 과기노조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기노조가 그동안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다소 과격하게 비춰진 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과학기술계의 진보적인 정책을 발굴 반영하는 역할에 비중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과기노조가 우리나라 과학기술인의 여론을 형성 주도하는 대변자로 거듭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과학기술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겠다는 의도다.

R&D 투자에 대해서는 배분 구조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방적인 투자가 아니라 사회적인 합의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 위원장의 주장이다. R&D투자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투자에 대한 배분은 사회적 합의에 의한 투자를 하되 합의가 이루어지면 집중적인 투자가 실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지부 노조의 소식지 발간을 통해 연구원의 여론을 수렴하고 형성하는 사례는 다른 노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탈퇴한 ETRI 노조와 KAIST 노조에 대해서는 연구단지에서는 노조 1호와 2호가 탄생한 기관이라면서 앞으로 두 기관 노조와의 관계개선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과기노조가 '과학 대중화' 실현을 위한 다양한 사업도 펼쳐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과학기술이 단지 과학기술인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 국민들의 생활속에 친숙하게 다가서 '과학대중화'를 이뤄가겠다는 것이다. 과학대중화를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과학대중화는 무엇보다 과학기술자와 일반 대중과의 거리감을 해소하고 상호 교감하는 부분이 많아야 한다"며 "유럽에서 시행하고 있는 '과학상점(Science Shop)'을 벤치마킹하겠다"고 주장했다.

과학상점은 유럽국가에서 과학대중화 실현을 위한 방안으로 지역주민들에게 필요로 하는 생활속의 문제를 대학, 국가 연구소 등의 자원을 활용해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지역밀착형 프로그램. 일례로 대기오염이 특정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 제시해 줌으로써 과학에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그는 과학

기술은 현재의 문제해결하는 역할 못지 않게 미래의 사회를 어떻게 설계하고 이끌어 가는가에 대한 과학기술계 청사진 마련을 위해 과기노조가 지속적으로 제시해 가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인수위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과학자 사기진작방안과 PBS 제도, 그리고 공제회제도 등 다양한 제도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다음은 이성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과기노조의 올해 중점추진방안은.
"내부결속과 조직력 정비를 통한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겠다. 그리고 과학기술계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는 과기노조가 되겠다. 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정책 대안기구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

- 과기노조가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던데.
"사실이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지부가 과기노조에서 제명당하는 등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장순식 위원장이 사퇴했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두달간의 보냈다. 이로 인해 조합원간 갈등과 내부 결속력이 상당히 악화됐다. 하지만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이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 과기노조가 과격하다는 인상이 있는데.
"그동안 과기노조는 생존과 관련된 현안들로 인해 투쟁일변의 과격성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 당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이해해 달라. 그러나 이제는 투쟁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노동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고 과학기술계의 진보적인 발전을 위해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지켜봐 달라."

- 민주노동당과의 관계는.
"과기노조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 민주노동당 과학기술정책의 근간을 이루고있는 것이 과기노조 정책이다. 대선때 권영길 후보가 제시한 과학기술정책도 과기노조가 주도가 돼 마련했다. 앞으로도 진보적인 과학기술 정책을 생산 수립하고 이를 민노당에 반영시켜가는 일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 과학대중화의 일환으로 과학상점 도입을 언급했는데 추진계획은.
"대덕밸리처럼 연구 인프라가 잘 구축된 곳이 없다. 이러한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속에 과학기술 마인드를 확산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과학문화재단과 과총, 한림원 등 과학기술 관련 비영리단체와 과학대중화 사업에 나서겠다. 지난 96년 과학대중화의 일환으로 과기노조가 추진한 '갑천축제'처럼 성공사례가 있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PBS제도에 대한 과기노조의 생각은.
"PBS제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과기노조는 연구원들이 인건비 걱정은 안하고 연구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것이다. 연구원들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경쟁으로 공동연구가 줄어들고 창의적인 연구개발 수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의 PBS제도는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고갈시키고 있다."

- 공제회 설립에 대한 입장은.
"그나마 공제회가 설립돼 다행이다. 공제회는 일부 과학기술인이 혜택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실익이 적다고 본다. 상조회와 다를바 없다고 본다. 과기노조는 정부출연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관련 종사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과학기술인 연금제도의 확대를 요구하는 바이다."

- 과학기술인 사기진작 방안은.
"사기진작에 앞서 인력 시스템의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연연에는 비정규직원들이 많이 종사하고 있다. 이들도 엄연히 과학기술인이다. 특히 Post-Doc과 병역특례요원은 가장 활발한 연구를 수행함에도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인력 시스템 조정과 함께 과학기술자 연령별에 따른 차별적인 사기진작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기구의 문제점은.
"힘이 너무 미약하다. 다양한 정책들을 수립하고 제안하지만 실제로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는 드물다. 우선 과학기술위원회 등 과학기술 관련 기구들의 위상제고와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과정에서 정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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