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희 이상천 이석준 트로이카 체제 구축
과학계 대토론 통해 전략 짜고 역할 분담해야

창조경제를 내걸고 현정부가 출범한지 1년 반이 됐다. 사람들에게 창조경제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솔직히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 반응이다.

이러한 때에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이 출범했고, 진용이 새로 갖춰졌다. 신임 최양희 장관, 이석준 체제가 그것이다. 때맞춰 과학계에서 그동안 일종의 숙원사업으로 진행해오던 연구회 통합도 이뤄져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출범했다.

한마디로 최양희 장관 이상천 이사장 이석준 차관이란 과학계의 새로운 사령탑이 구축된 것이다. 새로운 팀에 부여된 과제는 창조경제의 구체적 발현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신임 최양희 장관은 지난주 과학기술한림원 사람들과 간담회를 갖고, 창조경제 위원회에 참석하고, 취임 첫 기자간담회 등을 갖는 등 바쁜 행보를 보였다. 취임하자 마자는 판교와 대덕의 KAIST와 ETRI를 찾는 등 현장을 둘러보았다.

이상천 이사장은 출연연 기관장 간담회를 주관하고 출연연의 방향 정립과 관련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하는 등의 일정을 가졌다. 기재부 출신의 이석준 차관은 예산 관련된 부분을 챙기기 위해 세종시를 방문해 기재부, 산업부, 문화부 등등을 방문하며 창조경제의 새 틀을 짜기 위해 주변의 지혜를 모았다.

새로운 사령탑이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긴장감을 갖고 움직이는 분위기는 나빠보이지 않는다.

새 사령탑이 구축된 것을 계기로 진정한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 과학계에서도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러 자리에서 확인된 과학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이제는 과학기술계가 새로운 전략을 짤 때가 됐다는 것이었다.

과학계는 짧게 잡아도 지난 30년간 매해 거의 10%에 이르는 예산 증가가 있어왔다. 그리하여 1982년 2천억원이던 예산이 30년이 지난 2012년에는 13조8천억원이 됐다. 예산 증가에 따라 인력과 장비 등도 늘어났고 업그레이드됐다.

그런데 작금에 있어 과학기술계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위기'이다. 투자 대비 성과가 빈약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기에 이런 말이 나올 것이다.

국민들은 과학자들의 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믿고 맘껏 연구해보라고 투자는 해주었는데 성과는 안개속에 있는 형국이 된 것이다. 머리 좋다는 장남이 시골에 있는 부모 등골을 빼먹었다면 지나친 말일까?

현상황에 대해 과학계에서 자성하는 목소리의 하나는 연구의 목적이나 전략, 그에 따른 역할 분담 등등 과학적 접근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산이 나오니 그에 맞춰 과제개발하고, 정권의 지향점에 맞춰 기관 운영했고, 전체적 맥락 보다는 눈앞의 것에 초점을 맞춰 오다보니 결과적으로 보아 성과가 없다는 반성이다.

과학계 진단을 맡은 바 있는 윤종영 삼성전자 고문은 "이제야 말로 과학계가 전략을 새로 짜야할 때"라고 주문한다.

출연연을 중심으로한 전문 연구집단과 대학 교수 등 기초 연구 인력, 산업계 연구 인력, 인문 및 사회과학 인력 등등이 모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발상으로 과학계의 앞날에 대해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딩으로 유명한 홍성태 한양대 교수와 기업 교육에 새바람을 일으킨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 등은 "애플의 아이폰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의 기술을 묶는 새로운 컨셉이 중요한 시대"라며 "하이테크놀로지 투자예산의 20%만 하이 컨셉으로 투입하면 세상에 없는 새로운 창조 상품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과실련 대표를 역임한 민경찬 연세대 교수는 "공학 한림원과 과학 한림원이란 단체의 존재에서 볼 수 있듯이 범 과학계가 각자의 주장만 해왔다"며 "이제야 말로 과학계 내부 자원은 물론 인문과 재정 등등의 주변 자원이 연계돼 진정한 과학기술 중심사회가 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산불이 났을 경우 지휘부가 직접 산불을 끄러 가면 안된다. 지휘부는 산불과는 떨어져서 있어야 한다. 산불의 진행 방향을 살펴 확산 예상 지역에 미리 소방 장비를 갖다 놓아야 한다. 더 나아가 발화 가능성이 있는 곳은 예방 차원의 조치도 취해야 한다. 현장에는 밝되 단기적 안목으로 상황에 매몰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지금까지 과학기술계의 사령탑은 산불 진화에 직접 나선 경우가 많았던 듯 하다. 각종 행사에 참석해 축사하고, 많은 회의를 주관하고, 다양한 현장을 방문했다.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일정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열심히는 뛰었지만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아 ‘위기’라는 것이다.

일본 내 우익의 대표적 인사로 이시하라 신타로씨가 도쿄도 지사로 근무할 때 그의 출근 일수는 일주일에 3일 내외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시장이 일주일에 사흘 정도 출근한 것이다. 그에 대해 이유를 묻자 "지사는 생각하는 자리이지 불끄러 다니는 자리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새롭게 자리를 맡은 분들이 자리를 비울 수는 없을 것이다. 발품 적게 팔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신중하게 판단을 내려야 하는 만큼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 과제에 투자를 많이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과학계의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이 국가에 과연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과학계가 현재 갖고 있는 인력의 현황은 어떠한가? 장비는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가? 산업과 연구계가 호흡을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과연 그러한가? 정부출연연구소의 미션은 무엇인가? 출연연과 민간연의 협업도 필요한데 실상과 가능성은 어떠한가? 대학의 인력 양성과 산업계의 수요는 일치하는가? 기초 연구를 한다고 하는데 과연 세계적 맥락속에서 의미있는 부분을 잡아서 하고 있는가? 과학기술 정책이 현장과 대화하면서도 미래지향적으로 수립된 것인가? 기관장의 리더십이 제대로 확보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국민들이 과학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하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내 과학과 해외와의 소통은 어떠한가? 과학계 내부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루려면 무엇을 해야하는가? 우수한 인재가 동기부여가 돼 연구에 몰입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과학자들이 사명감과 자존감, 자부심을 가지려면 스스로는 무엇을 해야 하고, 지원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국제협력 방안과 개도국에 대한 과학 ODA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5년 뒤 한국 사회의 모습은 무엇이고 과학계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 세대 다음을 내다보며 과학계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등등. 논의해야 할 주제는 끝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복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과학계의 숙제는 어찌보면 단순하다. '성과'이다, 그것도 세계적인. 그 성과를 내기 위한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고 로드맵과 역할 분담을 나누는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이 새로운 사령탑과 과학계 전체에 부여된 숙제라 하겠다.

최양희 이상천 이석준 팀은 이 숙제를 푸는데 있어 새로운 접근법을 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각을 많이 해야하고, 그를 기반으로 주변과 소통을 자주해야 한다.

과학계도 지시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본인들이 주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과총과 한림원, 여성과학자 모임, 과실련, 엔지니어 클럽 등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자발적으로 미래방향을 고민해야한다. 내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라 국가 파이 키우기에 힘써야 한다.

대한민국은 건국 66년의 아직은 신생국가이다. 중국과 일본이란 강대국 틈새에 끼어 두 나라의 입김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는 약소국이다. 그럼에도 가능성은 매우 높은 나라이다.세계적으로 절대적으로 우수한 인적 자원이 있고, 국가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높으며, 동기만 부여되면 움직일 사람들이 대다수인 나라이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국토의 크기가 아니라 인력의 질과 공동체에 대한 충성도가 경쟁력이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과학계는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이를 전체적으로 수렴하고, 자원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해온 대목이 있는데 이제 이를 만들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사령탑이 기존과는 다른 창조적 발상을 해야 하며, 구성원들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감을 갖고 중지를 모으고,전략과 행동방안을 세워야 할 때이다.

과학계가 올바른 전략을 세워 효과적으로 움직여 국가 운영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서도 주도적 존재가 되어 국민들이 자부심을 갖게 되기를 많은 과학기술인들은 바라고 있다. 과학계의 새로운 사령탑이 구축된 지금이 바로 이를 위한 노력을 해야할 시기이다. 과학계의 새판짜기에 최양희 이상천 이석준 3인이 큰 역할을 해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를 과학기술인들은 바라고 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