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철무 원자력연 박사 "과학자는 '삶을 더욱 윤택하게'하는 사람"
항공기 안전성 제고…미세결함 잡아내는 토모그라피 기술 개발

2006년 공군 제19전투비행단 소속 F-16 전투기 한 대가 추락했다. 원인은 엔진 압축기 속 디스크 파손으로 밝혀졌다. 오랜 운행으로 인해 디스크에 피로가 누적된 것을 알지 못한 것이다.
 
공군에 따르면 이와 같이 엔진결함으로 인한 전투기 추락 사고는 전체 중 60%에 이른다. 전투기는 초고가기 때문에 단 한대가 추락하더라도 충격과 파장이 크다. F-16기종은 500억원, F-15 전투기는 대당 1000억원에 육박한다. 전투기의 경우 추락시 전투기 파손 못지 않게 조종사의 희생도 중요 문제다. 공군에 따르면 KF-16 조종사 1명을 키우는데 90억원 정도가 든다.
 
이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최선책은 사전 점검과 정비다. 경제적 손실과 인명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미세결함을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한 연구진이 있다.

황영하 공군 항공기술연구소 박사팀과 협력해 '가돌리늄-중성자 토모그라피방법'을 개발한 심철무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팀이다. 심철무 박사를 만나 직접 이 기술이 갖는 의의를 들어봤다. 

심철무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가돌리늄-중성자 토모그라피방법을 개발해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결함까지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심철무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가돌리늄-중성자 토모그라피방법을 개발해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결함까지 발견할 수 있게 됐다.

- 이 기술이 갖는 의미는 어떤 것입니까?

항공기, 자동차 같은 부품들은 언제쯤 파손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적절한 시기에 부품을 교체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니까요. 기존에는 설계 과정에서 제조 공정상에 의한 잔류응력·피로 등은 측정할 수 있었지만, 사용 중인 부품이나 제품 내부결함은 측정이 어려웠습니다.
사용 중인 부품의 미세한 결함과 그 원인을 찾아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가돌리늄-중성자 토모그라피'로 미세결함을 측정하는 원리는 어떤 것인가요?
 
현재까지 비행기 엔진 안전성 검사에 X-ray와 와전류 시험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X-ray 검사의 경우 밀도차이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미세결함을 잡아낼 수 없었습니다.
'가돌리늄-중성자 토모그라피'는 병원에서 조기 암을 진단하는 조영제 CT, PET-CT와 비슷한 원리입니다. 중성자가 가돌리늄을 통과하지 못하는 성질을 이용해 가돌리늄이라는 물질을 부품에 흡수시킨 후 중성자 저항을 이미지화 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초미세 결함까지 측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 X-ray와 와전류 시험을 통과해 정상판정을 받은 전투기 날개 부품 72개를 중성자 방법을 써서 다시 검사해보니 10개의 부품에서 결함이 발견됐죠.

- 말씀을 들어보면 항공기 엔진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됩니다. 전투기 제조사나 운용 중인 곳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미세결함 측정의 필요성을 못느낀 것 같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치부로 취급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연구 과정에 시료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고 상호 신뢰를 쌓으면서 그들도 연구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고, 이제는 적극 후원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연에 안에 중상자발생장치와 크기 제원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자력연에 안에 중상자발생장치와 크기 제원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 어떻게 이 문제를 제기하게 됐습니까?
 
20년 전 공수부대에서 군생활을 했는데 그때 동료들이 비행기 사고로 죽었습니다. 전투기 사고를 볼 때마다 그 당시가 생각이 났고, 2006년 엔진결함으로 인해 추락한 전투기를 보면서 과학자로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그것이 먼저 떠난 동료들을 위한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 비행기 엔진내부에 초점을 맞춰 말씀하셨습니다만 이 기술을 통해 적용할 분야가 많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모든 부분에 적용이 될 수 있죠. 연구결과 중에는 자동차 수소연료 저장장치는 물론 공룡알도 검사해 공룡의 형태까지 예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원자력연에 있는 중성자발생장치가 전부이기 때문에 일일이 검사하기 힘듭니다. 비용과 시간적 소모가 만만치 않죠. 미국, 영국 등에는 소형 중성자발생장치가 있는데 우리도 독자적인 제작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정밀 기술력도 확보하고 대형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미국 Adelphi사가 만든 소형 중성자발생기 <사진=Adelphi Technology社 제공>
미국 Adelphi사가 만든 소형 중성자발생기 <사진=Adelphi Technology社 제공>
- 지금까지는 우리나라가 중성자발생장치 기술이 없어서 못만든 것인가요?
 
아닙니다. 기술력은 충분합니다. 다만 미세결함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그 기술에 대한 수요가 부족했을 뿐입니다. 특히나 그런 생각이 있다고 해도 외국에서 구매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투자가 부족했죠. 대형사고를 예방하고 더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우주산업과 같은 정밀성을 요구하는 산업을 성장시키려면 소형·이동형 중성자발생장치가 필요합니다.

- 기술력은 있는데 수요가 없다? 중성자발생장치를 만들었을 때 경제성은 어떤가요?
 
전투기 한 대가 추락하면 1000억원 가까이 손해를 봅니다. 이 단편적인 예만 봐도 봐도 경제적 이익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항공기 엔진과 같은 핵심부품 관련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런 부품 해석을 통해서 핵심기술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예전의 경험과 과학자의 역할에 대한 고민 끝에 이런 연구를 진행하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연구를 진행할 생각인지요?
 
과학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인류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이 기술을 생명쪽에 적용시켜 볼 생각이 있습니다. 향후 생명연구분야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면 또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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