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상일 화학연 박사, 고효율·저비용 하이브리드 태양전지 기술 개발
관련 분야 독보적 입지 구축…고유기술로 달성 쾌거

석상일 박사는 우리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석상일 박사는 우리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술력으로 세계에서 주목하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가장 뿌듯합니다. 세계 어딜 가도 KRICT(한국화학연구원) 소속이라고 하면 알아볼 수 있게 됐어요."

석상일 한국화학연구원(원장 김재현) 화학소재연구본부 박사는 연구 성과의 가장 큰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석 박사는 세계 최고 효율의 무·유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을 개발했다. 저렴한 화학소재와 용액공정을 적용해 기존 고가의 실리콘 태양전지에 필적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태양전지 개발의 가장 큰 화두는 효율성이다. 빛 에너지를 활용하는 태양광 발전에 있어 태양에너지의 50%에 육박하는 열에너지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또한 자외선이나 적외선 등 전기에너지로 만들기 힘든 부분까지 제외시키면 순수한 빛 에너지의 양은 매우 줄어든다. 이 속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태양광 발전의 목표다.

실제로 1954년 개발된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은 6%에 불과했다. 또한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 태양광 발전의 특성상 효율성을 높여야만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다른 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 태양전지는 실리콘을 주 소재로 했다. 효율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또한 안전성도 매우 뛰어났다. 하지만 실리콘은 만들기 위한 공정이 매우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합물로 만든 소재를 사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효율성이 낮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실리콘을 만들기 위해 규소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화합물로 만듭니다. 이를 다시 가공하기 위한 형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들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공정 설비에도 많은 비용이 투자돼야 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다시 화학연료가 투입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 되는 것이죠."

◆태양전지 소재 연구…효율성 기록경쟁에서 세계를 누르다

태양전지의 소재를 연구하는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석 박사는 실리콘을 대체하는 화합물을 태양전지에 사용하는 연구 개발을 진행했고, 이 대체 화합물의 효율성이 실리콘에 근접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석 박사 연구팀이 공식적으로 기록한 효율은 17.9%. NREL(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의 태양에너지 효율 기록에서 세계 유수 국가와 연구기관들을 제치고 당당히 가장 위에 올라있다.

"검증을 위해 엄격한 환경 속에서 나온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18%에 육박하는 결과를 얻어낸 것은 매우 놀라운 기록입니다. 실제 연구실에서는 20%의 효율성이 나오기도 합니다."

석 박사는 앞으로 태양전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며, 관련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 박사는 앞으로 태양전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며, 관련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 박사가 연구를 시작했던 2007년, 처음으로 나온 효율성 결과는 고작 0.01%에 불과했다. 연구팀의 목표는 3년 뒤 3%. 하지만 2009년 여름, 우연한 기회를 통해 5%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공식적으로 검증된 데이터가 없어 네이처 등재엔 실패했지만 당시 세계에서 놀랄만한 성과임에는 분명했다. 국가과학기술 100선에도 오르는 등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연구팀은 다시 3년 뒤 다시 12%라는 놀라운 결과를 이뤄냈고, 네이처 포토닉스에 아무런 어려움 없이 곧바로 실리는 성과도 이뤘다. 이후 세계의 관련 연구도 더욱 활발해졌다. 지난해 5월 영국과 스위스 연구팀이 15%라는 성과로 NREL에 처음으로 등재됐다. 검증된 성과만 등재 되는 시스템 때문에 화학연의 성과가 처음이 되지 못했지만 이후 16.2%, 17.9%라는 엄청난 차이로 이 기록을 눌렀다.

"현재 17.9%라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만 현재 연구 성과는 이보다 훨씬 높아요. 이와 관련된 검증 절차와 논문 작성만 거치면 곧 이 기록도 갈아치울 것으로 기대합니다."

◆상용화 연구의 산…비용·효율성·안전성

석 박사 연구팀이 세운 17.9%의 기록은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로 이뤄냈다. 극도로 균일하고 치밀한 박막 생성원리를 찾아내 차별화된 대체 소재 연구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는 용매가 증발함에 따라 바로 고체형 결정성 박막이 생성되기 때문에 균일하고 치밀한 박막 제조가 매우 어렵다. 연구팀은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의 반응성을 조절할 수 있는 용매를 사용하고 코팅 공정에 새로운 유기 용매를 투입해 고정화 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결과를 이끌어 냈다. 이번 연구결과로 기존 태양전지에 비해 비용은 1/3 이하로 줄였고, 효율은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석 박사는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 태양전지 기술에 무기 및 유기 소재의 장점을 모두 융합한 이종접합형 태양전지 원천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관련 연구를 한국이 이끌어나가고 있으며, 꾸준한 성과가 만들어지고 있다. 태양전지 분야 연구에 있어 한국은 이제 세계가 우러러보는 위치에 올라섰다. 하지만 이제 연구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의 시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석 박사는 "태양전지 연구를 시작한 이후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어 연구자로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제 이 연구를 상용화할 사기에 대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석 박사 연구팀의 결과에 자극 받은 세계 연구진들의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이는 어떻게 보면 경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경쟁이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연구가 연구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선 사업화라는 문을 지나야 한다. 그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도 중요한 해결 과제다.

태양전지가 상용화되기 위한 가장 큰 부분은 비용과 효율성, 그리고 안전성이다. 기존 실리콘이 아닌 새로운 화합물로 고효율을 내는 석 박사 연구팀의 결과가 주목받는 것도 바로 실리콘이 가지고 있던 고비용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기 때문이다.

"연구자로서 더욱 큰 성과를 향한 연구를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태양전지는 미래를 준비하는 기술이죠. 특히 현재 심각해지는 환경오염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빨리 사회에 적용돼야 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보다 높은 성과를 위해 경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업화와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태양전지의 연구가 '모두의 책임이지만 아무의 책임도 아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관련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 시작 이후 끊임 없이 달려온 결과는 매우 크고,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등 많은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관련 연구의 변화를 가속화 시킨 것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연구재단을 통해 주친하는 글로벌연구실사업, 글로벌프론티어 멀티스케일에너지시스템 연구단과 KRICT2020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머터리얼지 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석상일 박사와 연구팀.
석상일 박사와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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