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동연구진, 양자중첩 원리 이용…'전송·연산' 두 마리 토끼 모두 잡는다

정현석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사진=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정현석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사진=미래창조과학부 제공>
국제공동연구진이 파동과 입자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갖고 있는 빛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파동과 입자 성질을 모두 갖는 빛은 각각 정보연산과 전송에 장점을 갖고 있는 만큼, 향후 양자컴퓨터 개발에 대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현석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와 마르코벨리니 이탈리아 광학연구소 박사는 공동으로 양자 중첩의 원리를 이용해 양자 빛과 파동성질 빛의 '얽힘'을 만들어 냈다고 23일 밝혔다. 이 얽힘을 이용해 양자컴퓨터 구현에 한발 더 다가갔다는 평가다.

양자물리학에서 얽힘은 물리계가 서로 분리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쪽의 상태가 결정되면 다른 쪽 상태도 그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성질이 다른 두 빛의 얽힘은 미시세계의 작은 전자나 광자같은 양자를 이용한 정보처리방식의 양자컴퓨터 구현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파동성질의 빛은 전송은 어려우나 연산이나 측정이 원활한 반면 입자성질의 양자 빛은 전송은 효율적이지만 연산이나 측정에서는 오류가 잦다. 때문에 이 둘을 엮어 연산이 필요한 경우 파동성질의 빛을 통해 연산하고, 데이타 전송이 필요한 경우에는 입자성질의 양자 빛을 통해 전송하면 효율적인 정보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빛의 이종 얽힘은 상호작용을 하지 않으려는 입자성질 빛 간의 강한 상호작용을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구현이 어려웠다. 기존에도 둘 사이의 상호작용 유도는 가능했지만, 양자 빛과 고전 빛 사이의 강한 비선형 상호작용을 이루는 얽힘을 만들지는 못했다.

연구팀은 양자물리학의 중첩원리(principle of superposition)를 이용해 광자들 사이의 비선형 상호작용(nonlinear interaction) 없이 이종 얽힘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고안했다. 단일광자가 고전적인 빛(결맞음 상태)에 더해지는 경우와 진공에 더해지는 경우를 빛살 가르개(beam splitter)와 광자검출기를 통해 중첩시키는 방식이다.

정현석 교수는 "단일 광자 간 얽힘이 아닌 단일 광자와 성질이 다른 파동성질 빛과이 얽힘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성질이 다른 두 물리계의 얽힘을 빛의 상태로 구현함에 따라, 파동과 입자 세계를 연결하고 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를 실용적으로 구현하는데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네이처 포토닉스 온라인판 6월 23일자로 게재됐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양자-고전 얽힘의 진폭을 조금 더 증가시켜야 한다. 본격적인 실용화까지는 10년 이상 필요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양자컴퓨터 구현을 위한 중간단계로 양자 빛에 담긴 정보를 파동성질 빛으로 순간 이동시키는 연구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빛의 얽힘 구현 방법. 진공과 고전 빛을 준비한 후 단일광자를 생성하는 두 개의 장치(회색)가 각각 하나의 진공과 파장 빛에 단일광자를 더할 수 있도록 배열, 광자를 검출하기 전 빛살 가르개(청색)을 이용해 광자검출기에서 검출된 광자가 어느 쪽 생성장치에서 왔는지에 대한 정보를 지운다. <사진=미래창조과학부 제공>
빛의 얽힘 구현 방법. 진공과 고전 빛을 준비한 후 단일광자를 생성하는 두 개의 장치(회색)가 각각 하나의 진공과 파장 빛에 단일광자를 더할 수 있도록 배열, 광자를 검출하기 전 빛살 가르개(청색)을 이용해 광자검출기에서 검출된 광자가 어느 쪽 생성장치에서 왔는지에 대한 정보를 지운다. <사진=미래창조과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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