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대 전환기, 한 세대 앞 내다보고 입체적 발상을
전국토의 연구개발 역량 극대화 및 민간 자원 활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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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에 등장한 과학적 상상력을 부추기는 단어들이다. 영화 트랜센던스는 인터넷과 나노 과학을 통한 새로운 빅 브라더의 출현과 인간의 부활을 이야기한다. Her란 SF는 인공지능 OS와 인간의 사랑, 한 발 더 나아가 운영체계가 인간에 이별을 고하는 스토리이다. Edge of Tomorrow란 작품은 시간을 통제하는 외계 생물체와 인간의 대결을 그린다. Cosmos는 최근 내셔날 지오그래픽에서 13부작으로 방영한 우주 이야기이다. 칼 세이건의 이론을 바탕으로 우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홍보할 정도로 인류와 관련된 프로그램이다.

앞의 4개가 픽션 혹은 영화 속의 공상과학을 알리는 것이라면 뒤의 4개는 현실 세계 속의 현재 진행형 상상이다. 엘론 머스크는 문제적 인간이다. Space X 사업을 통해 로켓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데 이어 우주 여행을 가능하게할 새로운 캡슐을 발표했고, 한 발 더 나아가 테슬러 전기차 특허를 인류 모두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도 탁월하거니와 이웃과 공생하려는 삶의 자세가 이채롭다.

WWDC는 애플이 새롭게 발표한 SW이다. 혹자는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SW 저작도구라고 말하기도 한다. 위성함대는 구글이 위성을 띄워 전세계 오지를 인터넷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Pepper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최근 공개한 인공지능 로봇이다. 아톰을 연상시키는.

새로운 어휘가 등장하고 소식이 전해진 것은 불과 두 달 사이. 세상은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과학기술이고, 2차적으로는 과학자 등이 갖고 있는 철학과 인류애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주창하고 나선 것이 어느덧 1년반이 되간다. 우리가 그 사이에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앞선 주자들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는 것 같다. 선두 주자들은 무한한 우주 속에서 맘껏 상상하며 자신들의 세상을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유한한 토지 위에 두 발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미래로 나아간다고 팔만 휘젓고 있는 양상이 아닌가 하고도 여겨진다.

창조경제의 담당자로 위촉받은 미래창조부는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열심히는 움직였지만 잘하지는 못했다는게 주변의 평가이고, 이번에 수장이 바뀌게 된 것도 그 반증이라 하겠다.

◆엘론 머스크와 같은 문제적 인간 배출해야

지금까지 그다지 잘했다는 평가를 못받는 가운데 다음 장관은 어떨까하고 주변에서 기대감을 나타낸다. 리더 한 명이 바뀐다고 조직이 바뀔까 하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번 브라질 월드컵 코트디부아르와 일본전에서 보듯이 드록바란 걸출한 선수가 등장해서 분위기를 바꾸고, 점수를 내게하더니, 승패를 뒤집는 것을 볼 때 역시 사람이 중요함을 다시금 인식하게 된다.

신임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전임자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개 임기 1년 전후로 떠난다. 취임할 때는 정권과 운명을 같이할 것 같지만 현실은 아주 우수하지 않는한 2년이 최대치이다. 정권과 운명을 함께하기 위해서는 정말 헌신적이고, 고객이라 볼 수 있는 국민 및 국회의원, 관료들로부터도 인정받아야 한다.

뛰어난 결과를 남긴 장관이 되려면 이전에 잘했던 사람의 행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학계가 인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과학을 모르는 국민들도 사정을 알게되면 고개 숙이는 진정한 과학계의 거인이 한 분 계시다. 바로 최형섭 전 장관이다. 7년 7개월이란 오랜 기간을 과기처 수장으로 근무하며 한국 과학계의 기틀을 다져놓았다. 이 분의 기록을 보면 과학계를 후원하는 대통령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해 작품을 만드는 참모로서 장관의 그릇도 중요함을 알게된다. 끌고 가는 대통령과 부응하는 장관은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최형섭 장관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야기 하는 것은 그의 전문성과 함께 사명감과 철학이었다. 과학을 통해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과,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을 지닌 과학자들에게 자율성과 자존감, 책임감을 갖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최 장관이 취임한 1971년도의 우리나라 과학 예산은 100억원이었다. 이도 경제부처에서 일부를 삭감하려 할 정도로 재정이 취약한 상황이었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정부부처 과학 예산은 17조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민간 부문 연구개발 예산까지 더 하면 약 55조원이다. 절대량이 미국이나 중국 등 일부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작기는 하지만 우리 상황에 비춰보면 사상 최대이다.

이 상황에서 연구 예산 증액은 이제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가진 자원을 갖고 어떻게 성과를 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현장 과학자들을 어떻게 연구에 몰입하도록 하느냐이다. 그들이 자부심과 자존감, 부끄러움, 사명감 등등을 갖고 한 번 해보겠다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전국토의 연구개발 역량 극대화 및 민간 자원 활용을

얼마전 전북 정읍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정읍에 소재한 방사선 연구소, 생명연 분원, 안전성 평가연 등 3개 연구소가 의기 투합해 융합 세미나를 연 것이다. 연구원들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기관 차원에서 이런 행사를 가진 것은 드문 일이다. 시키면 만난 적은 있으나 스스로가 뭉친 것은 아마 처음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 자리에서 세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일차적으로 파악했고, 협력 방안을 몇가지 찾았고,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한국 최대의 연구개발 기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에 당초 주어진 임무는 한국의 두뇌로서의 역할이었다.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지적 교류를 하면서 국부 창출의 신기술을 개발하고, 인류에 도움될 새로운 과학을 창조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전체가 만난 적이 없고 대덕내의 지식 교류는 그림 속의 떡이다.

신임 최 장관이 해야할 현안은 정말 많다. 창조 경제의 주역으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하고, ICT를 통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며, 달나라를 가기 위한 기반도 다져야 한다. 다른 경제부처들을 한 방향으로 리드도 해야 하고, 출연연은 물론 민간연을 포함한 한국 사회 전체의 연구 역량을 연계시켜야 한다.

개각 발표 후 소감에서 최 장관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창의와 상상, 모험에 기반을 두는 새로운 시도로 이뤄가야 한다"며  "그것을 위해 과학기술과 ICT가 잘 융합할 수 있도록 시너지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과학계는 패러다임 대전환기에 놓여있다. 과거 제조업을 위한 연구개발에서, 앞으로는 연구개발을 바탕으로한 창조형 생산기반 마련이란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세계적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속속 연구소를 만들고 있다. 1~2년 사이에 바스프, 머크, 사빅, 솔베이 등등 세계적 기업들이 한국에 둥지를 틀고 있다. 왜 그럴까? 우리들이 갖고 있는 머리와 손재주, 거기에 발전된 인프라 등이 매력적 요소로 작용하며 세계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가 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수도권에만 국한해 연구개발 기지를 발상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을 염두에 두고 전국토의 과학단지화를 생각해야할 때가 됐다. 현재의 제조업 위주에서 각 지역의 특성을 감안한 특화된 연구개발 기지로의 미래상을 그려야 하는 것이다. 정읍과 같은 시골에서 최첨단의 과학기술이 논의될 것을 누가 상상했는가? 대구의 DGIST와 그 일대의 첨단 과학단지가 형성될 것을 이전에는 생각이나 할 수 있었는가? 호남의 광주 전남대에 세계적 마이크로 로봇 연구소가 가동되고 있는 것을 국내에서는 얼마나 아는가? 이외에 강원 강릉과 부산, 전북 전주 등등에서도 과학이 꿈틀대고 있다.

정부가 해야할 일 가운데 하나는 이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전국토 활용 차원의 마스터 플랜을 짜서 체계적으로 연구개발망이 형성되고, 연계돼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점점 커지고 있는 민간의 연구 역량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 연구개발 투자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대이다. 민간에서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 장관이 직전 책임을 맡았던 삼성미래기술재단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정부는 출연연 등 일부만을 과학행정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앞으로는 민간과의 연계를 통해 정부 자원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윈윈할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현장과의 소통 통해 장수 장관돼 업적 남기기를

장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임기는 중요한 변수의 하나이다. 임기가 짧으면 아무리 대구상을 갖고 있어도 백일몽에 그칠 확률이 높다. 재임기간이 길어야 자신이 갖고 있는 구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장수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투철한 사명감과 함께 현장에 통용되는 철학을 가져야 한다.

공상 과학이 상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현실화 되는 시대이다. 이러한 때 중책을 맡게되는 최 장관이 우리나라 과학계가 처한 현실과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한 가운데 바람직한 미래상을 설정하기를 현장에서는 바라고 있다. 그리하여 본인 개인적으로는 여러 장관의 한 명이 아닌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장관이 되기를 바라고, 국민 입장에서도 과학적 상상력이 확산되며 창의와 모험, 도전 정신이 충만한 활기찬 사회를 기대한다.

현장을 소중히 여기고, 현장 과학자에게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주고, 판이 바뀌는 상황에서 국토 전체를 놓고 마스터 플랜을 짜는 기획가가 되어 과학계에 상상과 모험이 일상화되고, 그 기운이 국가 전체에도 퍼지며 활기와 국부를 불러 일으키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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