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민 에너지연 연구원 "현재 70% 혼합 가능…암모니아 비율만큼 친환경적"
기존 차량에 적용 가능 '강점'…낮은 열효율·비싼 생산단가는 넘어야 할 '벽'

우영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과 암모니아 자동차 '암비(AmVeh)'의 모습
우영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과 암모니아 자동차 '암비(AmVeh)'의 모습

지구온난화와 화석연료 고갈에 따른 대체에너지가 세계적 R&D 이슈다. 여기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산업이 자동차다. 때문에 고연비 차량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 수소차 등 차세대 자동차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런 추세에 색다른 자동차가 눈길을 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지난해 개발해 선보인 암모니아차 '암비(AmVeh)'다. 기존 자동차를 개조해 암모니아와 가솔린을 7:3 비율로 혼합한 연료를 사용한다. 3~4년 내 순수 암모니아만으로 구동하는 자동차를 만든다는 게 연구단의 목표다.

우영민 에너지효율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세계2차대전 때도 암모니아 연료가 버스에 쓰인 적이 있다"면서 "가솔린과 디젤의 경제성에 밀렸지만 이제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암모니아 연료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모니아와 가솔린 혼합연료는 암모니아 비율만큼 탄소 배출을 줄인다.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만큼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암비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질소원자(N) 하나와 수소원자(H) 셋으로 구성된 암모니아(NH3)는 연소시 질소(N2)와 물(H2O)만 배출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발생하지 않는다. 2012년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교통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이 전체 배출량의 20%를 차지한다. 그 중 차량 배출가스의 85%가 이산화탄소(CO2)와 질소산화물(NOX)이다.

암비의 엔진룸. 암모니아 사용에 따른 연료계통이 금속 대신 고무류로 보완됐다.
암비의 엔진룸. 암모니아 사용에 따른 연료계통이 금속 대신 고무류로 보완됐다.
◆자동차 2000만대 시대…20%만 바꾸면 CO2 1060만톤 절감

암모니아 자동차의 가장 큰 장점은 수소나 전기 자동차에 비해 기존의 차량을 개조해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암비도 기존의 가솔린과 LPG을 혼합연료를 사용하는 차량을 개조해서 만들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수는 1959만6321대로, 올 상반기 중 2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매연 배출이 심한 10년 이상된 노후차량 비중이 34%에 달한다.

실험 결과, 암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6g/km(개조차량 기준)다. 2015년 130g/km, 2020년 100g/km을 지켜야하는 국제 이산화탄소 배출규정을 만족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때문에 국내 자동차의 20%에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1060만톤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이는 국내 수송부문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15%에 달하는 양이다.

우 선임연구원은 "암모니아 유독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금속은 암모니아에 의해 부식되기 쉽지만 고무는 영향이 적다. 연료계통을 고무류로 처리하면 기존 차량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엔진 등 핵심부품을 새롭게 바꿔야 하는 수소나 전기차와 달리 금속 부분에 대한 보강만으로 기존 차량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물론 개조 과정에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팀도 암비 개발 과정에서 연료장치를 교체하면서 암모니아가 소량 누출돼 다른 금속장치의 손상을 경험했다.

그는 "첫 시도에 따른 시행착오였다"면서 "암모니아는 지난 100년 넘게 화학산업과 농업분야에서 안전하게 사용돼왔다.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기 중의 질소와 물 분자의 수소가 결합으로만 암모니아 연료를 생성할 수 있는 만큼, 화석연료의 유한성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도 암모니아 자동차의 장점으로 꼽힌다.

암모니아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시스템 개념도. 전기화학적 합성법으로 암모니아를 제조할 수 있는데, 얼마나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암모니아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시스템 개념도. 전기화학적 합성법으로 암모니아를 제조할 수 있는데, 얼마나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암모니아 생산 신기술 나와야…정부 정책 뒷받침도 필요

암모니아 자동차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 인식과 경제성이다.

우선 사람들은 '암모니아'하면 코를 찌르는 냄새와 폭발사고 등을 떠올려 연료로써 적합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우영민 선임연구원은 이에 "두 가지 모두 연료가 누출이 됐을 경우 생기는 현상"이라며 "실험결과 암모니아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LPG나 천연가스와 같은 양이 누출되더라도 보다 안전하다. LPG 가스 누출을 인지하기 위해 일부러 부취제를 쓰는 것처럼 기술적으로 암모니아도 누출 염려가 없다"고 부연했다.

경제성도 문제다. 주 연료로 쓰이는 가솔린이나 디젤과 암모니아의 발열량을 비교했을 때, 가솔린 1리터와 같은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2.2리터의 암모니아가 필요하다. 또 가격도 가솔린에 비해 1.3배 정도 비싸고,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하버-보슈 공정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사용되며, 현재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전기화학적 합성에도 많은 양의 전기가 소모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경제성과 더불어 친환경에 민감한 소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간과하기 힘든 변수다.

우 선임연구원은 "지금보다 암모니아를 저렴하게 합성하는 기술이 나온다면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존 자동차를 개조할 경우 암모니아 함유량은 70%가 상한이지만,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암모니아만으로 달리는 자동차 구현 가능성을 3~4년 내에 제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외부에서도 암모니아 자동차에 대한 기대가 높다.

강정민 KAIST 초빙교수는 "전기자동차의 기술적 완성도와 비싼 가격 등의 문제로 2040년에도 전 세계 자동차의 대부분은 여전히 가솔린이나 디젤을 연료로 사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면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 대안 연료로 암모니아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강 교수는 이어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가를 내줘야 한다. 정부 차원의 협조가 필수"라며 "가까운 장래에 닥쳐올 화석연료 고갈과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암모니아 연료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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