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일 한국기술혁신학회 춘계학술대회 개최
"안전, 환경 등 사회적문제 R&D 통해 지속가능성 높여야"

16일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출연연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기술혁신학회의 특별세션에서 출연연 역할 확립과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16일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출연연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기술혁신학회의 특별세션에서 출연연 역할 확립과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누구의 탓도 말고 출연연만의 장점에 기반해 존재의 이유를 확립하고 주도적으로 움직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역할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16일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출연연 역할'을 주제로 한국기술혁신학회의 특별세션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화학연, ETRI, 생명연, 에너지연, ADD의 각 전략본부장과 연구원, 교수 등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출연연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출연연은 민간연 보다 뛰어난 기술력이 부족하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등이  출연연을 바라보는 바깥의 시각이다. 그러나 출연연은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출연연은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칸막이를 없애 융합하려 한다. 또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환경, 안전, 행복 등에 더욱 힘을 실어 삶의 질 향상에 힘쓰고 있다.

고영주 화학연 미래전략본부장은 "현재의 출연연은 존재에 이유에 대해 뼈아픈 지적을 받고 있다"며 "출연연끼리 경쟁하는 것을 지양하고 이러한 토론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스스로에게 숙제를 던져야 한다"고 변화 의지를 밝혔다.

ETRI는 이전의 실패 사례들을 통해 교훈을 삼고 있다. 기술로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자만심으로 뛰어들었던 이전의 창업과 달리 연구소가 가지고 있는 기술에 변리사, 회계사, 로펌 등 일반인들이 함께하는 개방형 창업의 기회를 마련했고, 연구원 한 사람이 창업하기 보다는 팀 전체가 창업을 하는 것을 도와 실패 확률을 낮추고 있다.
 
화학연은 사회문제해결 R&D를 확대해 미세먼지해결, 화학안전사고예방 등 지속가능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국방과학연구소는 각종 국방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해 중소기업의 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16일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출연연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기술혁신학회의 특별세션에서 출연연 역할 확립과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16일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출연연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기술혁신학회의 특별세션에서 출연연 역할 확립과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창조경제란 익숙한 것과의 결별

현 정부는 '창조경제'를 슬로건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출연연이 창업과 기술사업화에 열을 올리도록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고개를 갸우뚱 한다. 기술사업화와 창업만이 창조경제의 핵심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는 사실상 출연연의 본연의 임무에 대한 논의다.

황용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창업과 사업화만이 창조경제를 의미하는지 제대로 생각해봐야 한다"며 "연구원의 창의력을 높이고 창조의 관점을 다방면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사업화 창업 이외 연구 문화·방식 등도 창조경제의 핵심가치라는 의견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기업들이 필요한 기술과 실제 연구하고 있는 기술을 비교해본 결과 괴리가 꽤 있다고 전했다. 혁신을 위한 연구가 아닌 연구를 위한 연구였다. 서상혁 호서대 교수는 "IBM의 경우 엔지니어도 시장의 수요를 알기 위해 영업부서로 배치된다"며 "연구원들이 실제 사회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연구 문화의 변화를 촉구했다.

또한 출연연이 인재육성의 방향에도 지대한 역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홍종철 에너지연 본부장은 "출연연이 인재양성소로도 발전해 단순히 연구원만을 채용만하는 것이 아니라 맞춤형 인재를 키워 대기업, 중소기업에 보내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고 전했다.  

◆출연연이 정부에게 손 내 밀줄 알아야

단편적으로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ETRI의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했을 때, 삼성의 기술력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평이다.

정부의 지원은 중요하다. 그러나 출연연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이성국 ETRI 연구원은 하버드 교수의 말을 인용해 "출연연이 문을 닫으면 소비자가 그 서비스를 대체하는데 얼마나 걸릴것 같으냐, 문 닫는다고 어느 누구도 슬퍼해 주지 않을 것"이라며 각성을 촉구했다.

오건택 한국기술벤처재단 사무총장도 "현재 주어진 위치에서 피드백하고, 가진 장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정부가 손 내밀기를 바라지 말고 철저한 준비로 먼저 손내밀 수 있는 출연연이 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각 연구원의 존립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짚었다. 기초 관련 연구원은 SCI급 우수 논문을 쓰고, 산업 관련 연구원은 기술사업화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각각의 장점을 인지하고 데이터화 시켜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출연연 성장을 저해하는 세 가지의 큰 문제 ▲특허 평가제도 ▲수장의 짧은 임기 ▲연구 몰두환경 미비를 비판하는 의견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우선 평가제도에 있어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예를 들었다. 현재 이스라엘이 우리보다 특허 출원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기술료는 많이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성과주의에 있다. 출연연이 제공한 특허는 응용 특허로써 다른 기술로도 우회 가능한 경우가 많다. 반면 이스라엘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원천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비교 분석이다. 출연연 자체 내에서도 질적 연구성과 평가제도를 도입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절대적이다.

수장의 임기가 너무 짧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과학기술의 특성상 결과가 단기간에 나오기가 힘듦에도 불구하고 수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하니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나왔다.

현 ETRI 본부장은 "민간연인 LG화학 기술연구원은 지금 설립한지 30년이 넘었는데 원장이 3번 밖에 바뀌지 않았다"며 "그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예측과 사업전개가 가능하다는 것"을 꼬집으며 "출연연 각자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창조경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에게는 연구원들이 연구에 몰두 할 수 있는 환경 설정을 요구했다. 이성국 ETRI 연구원은 "연구원들이 연구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비를 어떻게, 얼마를 썼는지 정리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연구비 사용절차의 복잡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고영주 본부장은 "앞으로 출연연의 위치를 제대로 확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모여 토론을 진행하려 한다"며 계속적인 관심을 부탁하며 행사를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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