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⑩인터뷰]일본과학진흥기구 나카무라 이사장
한일 협력위해 방한...'사쿠라 프로젝트' 참여 권고

"과학은 사회 안전과 구성원들의 안심에 기여해야 한다."

일본 과학정책 수립과 집행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일본과학진흥기구(Japan Science and Technology Agency, 이하 JST) 나카무라 미치하루(中村道治) 이사장의 말이다.

나카무라 이사장은 최근 한국연구재단과의 협력 조인식과 한일 양국의 과학협력 방안을 찾기 위해 방한했다.

20여 년만에 한국을 찾았다는 그는 그 사이에 놀랄 정도로 변화가 있었다고 말을 뗀다. 나카무라 이사장을 만나 재난에 있어서 과학의 역할과 일본 과학기술 정책 및 연구 동향, 양국 과학분야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한국은 세월호 침몰이란 큰 재난을 만나 국가 개조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재난에 있어서 과학과 과학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과학자들은 전통적으로 자연 관련 연구에 치중해 왔다. 그러나 사회가 발달하며 에너지, 기후변화, 지진 등 재해가 빈번해지면서 사회 안전도 과학자들의 중요한 연구 테마가 됐다. 재난으로부터의 안전이란 자연 과학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마음을 안심시켜주는 인문학적인 부분까지도 이제는 과학계가 염두에 둬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일본은 2011년 3.11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재난에 대처하는 과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JST는 사회기술연구개발센터(RISTEX)를 만들었다. 이곳은 안전할 뿐 아니라 안심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재해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고령화 등으로 야기될 수 있는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자와 사회 문제에 관여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협동하고,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전문가들이 지식을 교류하고, 지역의 특성과 경험 등을 종합한 새로운 해결방안 마련을 목표로 한다.

또 재해를 극복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연구 과제를 복수로 공모하고 연구를 행하도록 한다. 각각의 프로젝트는 특정 영역에서 관여자와 함께 사회 실험을 해나가면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실제로 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JST가 주축이 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다음 1년 여의 전문가 연구회 활동을 거쳐 '사회 안전과 과학의 역할'에 대한 보고서를 2012년 발간한바 있다.

그 내용 가운데는 과학의 무게 중심을 첨단 과학에만 둘 것이 아니라 사회 안전 관련 연구로도 이동하고, 논문 중심에서 탈피해 실제 재난에서 활용되는 기술 개발과 방재 관련 기관과 과학자들간의 협동체제 구축 등의 제안이 들어 있다.

우리 입장에서 많은 참고가 된다고 이 자료를 본 국내 과학자들은 말한다.(본지 기사 : 재해 많은 일본,국가 재난 과학기술로 극복 http://hellodd.com/news/article.html?no=48605)

JST의 소개 자료를 보면 하는 일이 신기술 개발, 기술 사업화, 과학관련 정보 제공, 국제 교류, 과학커뮤니티 운영 등으로 방대하다. 우리로 치면 미래부가 하는 일을 거의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과학계의 의사결정 구조가 궁금하다.

. 궁금해서 질문했다. 일본 과학계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과학관련 최고의 의사결정 기구는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종합과학기술회의(http://www8.cao.go.jp/cstp/) 이다. 총리를 비롯해 내각관방장관과 재무장관, 과학기술정책담당장관, 문부과학장관, 경제산업장관 등과 과학관련 민간인 등이 참가한다. 여기에서 결정된 내용이 각 부처로 이관되고, 문부과학성에서 정책이 만들어 진다.

정부에서 큰 테두리를 정하면 구체적인 실행전략은 JST에서 만들게 된다. 일례로 2013년도의 경우는 '과학기술 이노베이션의 창출'을 목표로 ▲전략적 창조연구 추진 ▲연구성과 전개 ▲산학 공동 실용화 사업 ▲국제 과학 공동연구 ▲과학기술 커뮤니케이션 추진 ▲차세대 인재육성 등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JST 외에도 과학관련 기구로는 기초연구를 담당하는 JSPS(Japan Society for Promotion of Science, 일본학술진흥회의)가 있고, 응용연구를 지원하는 NEDO(New Energy and Technology Development Organization, 신 에너지 산업기술종합회의)가 있다.

JST가 독자적으로 전략을 세우고, 그에 따라 정부 및 민간연구소, 대학 등 연구 자원들을 연계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현재의 한국처럼 정부가 총괄했다. 그러나 조직이 비대해지고 관료주의로 비효율이 심해지면서 독립행정법인에 업무를 이양해 효과적인 정책 수행이 되도록 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에서 과학을 담당하는 관료수가 약 7백명 정도 되는데, JST 인력은 1천명이다."

◆민간연 출신으로 공공 기관장에 취임...우리와는 다른 문화

나카무라 이사장의 경력을 보면 한국에서는 좀 이채로운 편이다. 민간연구소인 히다치제작소 중앙연구소 출신. 이곳에서만 41년을 지냈다. 연구원으로 입사해 소장을 거쳐 사장까지 역임하고 2008년에 은퇴. 2011년에 JST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부처 산하기관은 관피아로 통칭되는 전직 관료들이 주를 이루는 한국과는 좀 달라 주목이 됐다.

▲ 한국에서는 민간연구소 출신이 공공 기관장에 취임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의 경우는 교수 혹은 전직 관료가 기관장으로 오는 관행이 있다. 나카무라 이사장처럼 민간이 공공 기관장으로 가는 사례가 일본에는 많은가? 민간인이 가면 기관 운영에 어떤 특성이 있는가.

"일본에는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과학관련된 독립행정법인이 3개가 있다. 학술진흥회의는 대개 교수 출신이, 산업기술종합회의는 민간연구소 출신이 기관장을 맡는다. 산업기술의 경우는 20여 년전부터 그랬다. JST의 기관장으로 민간연 출신은 처음이다.

민간이 맡으면 새로운 시점에서 경영하며 연구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산학연 사이버랩 구축이다. 민간연구소와 대학 등을 연계해 각자 자기가 원래 일하던 곳에서 연구하면서도 사회 안전 등을 테마로 연구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다. 공공과 민간 두 곳을 다 알아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일본은 근래들어 민간연구소와 대학, 정부 관련 연구소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공동으로 연구한다.

이전에 근무하던 히타치제작소 중앙연구소는 일본 최초의 민간연구소다. 이곳의 문화는 '우수한 자체 기술과 제품 개발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것이다. 회사의 이익이 먼저가 아니라 사회 발전을 우선으로 내세웠다. 그렇기에 연구도 큰 흐름을 보는 것이 체질화가 됐고, 그 인연으로 공공 기관에 와서도 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가까운 이웃이기에 협력 가능성과 필요성도 높다. 그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았다.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이 '사쿠라 사이언스 플랜'(http://www.ssp.Jst.go.jp) 홍보에 있다. 일본과 아시아 청소년의 과학 교류사업으로 한국 등 40세 이하 청년들이 일본에 1주에서 3주 정도 방문해 공동 연구 혹은 과학관 탐방 등을 하는 것이다. 비용은 일체 일본측에서 부담한다. EU의 사례를 보아도 과학이 주변국의 연계를 강화시키고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아시아가 장래 하나의 공동체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간의 교류가 많이 필요하고, 과학이 공통의 관심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만들어진 프로젝트이다. 한국측에서도 많은 지원을 기대한다.

현재 일본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중국이 8만명으로 1위이고, 2위가 한국으로 1만8000명이다. 중국과는 과학분야의 교류가 활발하다. 도쿄 JST 사무실에 중국종합연구교류센터(CRCC, 센터장 아리마 아키토 有馬郎人 전 문부대신·과학기술청 장관)를 만들어 양국간의 과학기술과 교육분야에서 사람과 정보의 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환경과 에너지, 자원 및 식량문제,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에 대한 공통의 해결방안 마련에도 협력하고 있다.

한국과도 지금보다 더 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협력 방안을 도출하고자 한다. 20년 전만해도 두 나라간의 격차가 커서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한국이 많이 발전한 만큼 보다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하리라고 기대한다."

사쿠라 사이언스 플랜 홍보책자에는 일본인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 11명이 이름을 올렸다. "우리는 일본과 아시아 청소년의 과학교류를 응원합니다"라고 말하면서. 확실히 우리 보다 앞선 일본의 과학기술계를 보면서 제조업에서의 벤치마킹에 이어 과학기술계에서도 일본을 연구할 필요가 있겠다는 느낌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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