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호수공원-디지털문화유산-고분역사공원까지 한번에
곳곳에 다양한 문화·역사 공간…딱딱한 정책도시 이미지 탈피

행정복합중심도시 세종은 대전의 이웃도시다. 평소 노은에서는 자동차로 10여분 거리, 출퇴근 시간이면 정체현상이 발생할 정도니 같은 생활권으로 봐도 무방하다. 거기다 대덕테크노밸리와 세종을 잇는 연결도로가 내년 9월 일부 개통되면 접근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무르익은 봄을 맞아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세종을 소개한다.

◆ 복합 문화공간, 국립세종도서관

국립세종도서관 전경.
국립세종도서관 전경.
한낮의 기온이 어느새 20도를 훌쩍 넘어섰다. 여름을 연상케 하는 한낮의 햇살은 자연스레 그늘을 찾게 만든다. 여전히 이곳저곳 공사 중인 세종특별자치시 중심행정타운 사이를 지나다보면 독특한 건물이 보인다. 비대칭의 부드러운 곡선이 인상적인 이 건물은 빛을 한가득 머금고 있는 책을 연상시킨다.

국내에서 가장 큰 인공호수인 세종호수공원과 맞닿아 있는 국립세종도서관은 첫인상부터 심상치 않다. 세계 3대 디자인상 가운데 '레드닷' 본상을 비롯해 지금까지 디자인만으로 4개의 상을 받았다. 정부종합청사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세종시지만 도서관 주변은 딴세상이다. 호수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책장이 넘어가듯 도서관으로 들어선다.

열람실 내부 휴대전화를 받는 장소로 마련된 전화부스.
열람실 내부 휴대전화를 받는 장소로 마련된 전화부스.
어느 누가 이곳에서 책이 손에 잡히지 않으랴. 통유리 사이로 들어오는 빛으로 도서관은 아늑하고 따뜻하다. 난방비의 30%는 태양열과 지열을 사용해 효율을 높이고 있다. 호수를 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개인의자도 인상적이다. 독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휴대전화를 받는 공간을 공중전화 부스 형태로 만든 것도 재밌다. 또 '사운드 마킹 시스템(소음경감장치)'도 도입했다. 볕이 잘드는 곳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마련돼 있지만 이 장치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일은 없다.

콘텐츠 면에 있어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 정부부처가 있는만큼 정책자료도 많지만 일반인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자료도 구비돼있다. '책 읽어주는 도서관', '디지털 자료관'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콘텐츠도 인기다.

세종시민 뿐만 아니라 세종시를 찾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방문객들을 위한 관외 도서 대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기에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회원 가입 후 대출이 가능하다. 그래서 세종도서관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지난 12월 개관 이후 하루 평균 1500명, 주말에는 3500명 가량이 꾸준히 도서관을 찾고 있다. 커피전문점과 식당 등 편의 시설도 갖추고 있어 이용에 불편함이 없다. 세종도서관은 명실상부한 세종시의 랜드마크이자, 복합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세종도서관 일반열람실.
세종도서관 일반열람실.

세종도서관 어린이열람실 내부.
세종도서관 어린이열람실 내부.
◆ 여유가 가득한 세종호수공원, 역사 느끼는 디지털문화유산

빛과 지식 그리고 문자로 가득한 눈을 쉬게 하는데는 푸르름이 최고다. 도서관 유리 넘어로 보이던 호수공원으로 발길을 옮기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세종호수공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인공호수다. 공원의 전체 면적은 69만8000㎡로 축구장 84개 면적과 비슷하다. 호수의 면적은 32만2800㎡로 50만8000톤의 물이 담겨있고, 평균 수심은 1.5m다. 탁트인 호수에는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축제섬, 공연이 열리는 조약돌 모양의 수상섬, 반짝이는 모래해변이 있는 물놀이섬, 생태습지가 있는 물꽃섬과 습지섬 등 5개의 테마섬이 있다.

호수 곳곳에는 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하늘로 솟아 오르고, 주변에는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마련돼있어 가벼운 산책과 운동을 하며 여유를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의 공간이다. 여름에는 물놀이섬에 아이들을 위한 수영장도 마련된다.

오는 7월이면 출범 2년이 되는 세종시. 역사가 짧은 세종시지만 오히려 현대적으로 역사와 문화를 재현해 만날 수 있는 색다른 공간도 있다.

한솔동주민센터에서는 3D로 구현한 우리나라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쉽게 접근하기 힘든 주요문화재를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히 느껴볼 수 있기에 관람이 아닌 체험이 더욱 어울리는 표현일 듯 하다.

특히 지금은 통유리 너머로만 볼 수 있는 석굴암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인공석굴인 석굴암 조성과정까지 상세히 소개해 배움의 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밖에 팔만대장경과 승무 등도 볼 수 있다. 디지털 영상 공연은 하루 4번 상시로 운영되지만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수시로 상영된다.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3D로 재현한 디지털문화유산 석굴암.
3D로 재현한 디지털문화유산 석굴암.

3D로 재현한 디지털문화유산 석굴암.
3D로 재현한 디지털문화유산 석굴암.

디지털문화유산 관람 후 주민센터 옥상으로 나오면 푸르른 공원이 나타난다. 백제고분역사공원이다. 세종시 개발 중 발견된 것으로 10여기의 고분이 있고, 이 가운데 2기는 유리를 설치하고 내부를 공개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옛 문화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세종시는 2012년 7월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한 행정복합중심도시다. 이 명칭을 줄여 흔히 행복도시로 불린다. 정부가 주도한 계획도시로 딱딱한 이미지를 가지기 쉽지만 시민들과 세종시를 찾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가득하다. 행복도시 세종시가 이름처럼 행복해 보이는 것은 이런 노력들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문화와 여유, 감성과 역사가 가득한 행복한 이웃도시 세종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한솔동 주민센터 옥상으로 나오면 백제고분역사공원이 펼쳐진다.
한솔동 주민센터 옥상으로 나오면 백제고분역사공원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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