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첨단과학산업단지, 광주 첨단지구 등 활력
지역 벗어나 세계 최고 목표로 구슬땀 '송송'

국립광주과학관 외부 전경.<사진=광주과학관 제공>
국립광주과학관 외부 전경.<사진=광주과학관 제공>
며칠전 호남을 다녀왔습니다. 정읍의 첨단 과학산업단지와 광주의 과학관 및 전남대 로봇 연구소를 둘러보는 1박 2일 일정이었습니다.

국립광주과학관이 새로 출범하고, 대덕넷과 협력 협약식을 갖기로 해 가는 김에 그곳에서 계시는 과학계 분들을 뵙게 됐습니다. 1박 2일 봄꽃 향기를 맡으며 다닌 시간은 꽃 향기나 술 향기 등 어떤 향기보다 사람의 향기가 더욱 짙고 오래 간다는 말을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먼저 들른 곳은 정읍이었습니다. 정읍시는 약 10년 전부터 지역 활성화의 엔진으로 '과학기술을 활용한 첨단 산업'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유성엽 시장을 비롯해 현재의 김성기 시장 등이 공을 들여 연구소를 유치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산하 첨단방사선연구소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북 분원,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  등이 소재해 있습니다.

세 기관이 처마를 맞대고 있는데 융합 연구를 통해 공동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모습이었습니다. 오근배 방사선 연구소장은 부임한 지 한 달도 안된 가운데 전직원들과 식사를 하며 조직 일체감을 조성하는 한편 주변 연구소장들과도 정기적 만남을 가지며 합동 세미나 등 공동 연구방안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김철호 생명연 분원장은 의학 분야 등 연구에 절대 필요한 4000마리 규모의 원숭이를 양육하는 영장류 자원 센터 건립에 땀을 쏟고 있었습니다.

안전성연구소의 이상준 소장은 아예 본인의 사무실 및 주거지를 대덕에서 정읍으로 옮겨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이 연구소는 지난 정부때 민영화 문제로 몸살을 앓으며 연구 분위기가 많이 훼손된 바 있습니다. 때문에 환골탈태해야 연구소도 살고, 설립 목적인 독성 연구의 세계적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소장이 자청해 연구현장에 뿌리 내리려 온 것이었습니다.

정읍시 첨단 과학산업단지는 한 지방 공무원의 열정으로 탄생했습니다. 당시 유성엽 시장과 김원기 국회의장, 거기에 고향출신 미래부 고위 관료의 고공지원이 바탕이 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방사선연구소를 방사능 배출 기관으로 알고 극력 저지하던 지역 주민을 설득하는 한편 과학자들에게도 정읍의 이점과 지역의 활로를 위해 연구소가 절실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전북의 남쪽끝 정읍에 첨단 과학산업단지가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그 주인공인 박용만 과장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오는 8월 공로 연수를 계기로 공직을 떠남에도 과학단지를 채우는 일에 여전히 열정을 보였습니다.

정읍에서 봄의 활기를 느끼고 광주로 떠났습니다. 광주과기원이 있는 첨단지구까지는 차로 30분 걸리더군요. 도의 경계로 행정구역은 달랐지만 사실상 한 동네였습니다

이곳에서는 국립광주과학관의 최은철 관장과 전남대 로봇연구소의 박종오 소장, 광주 전남 지역 기업들의 고충처리인에 해당하는 박성수 교수 등을 뵈었습니다.

최 관장은 과학계 인사 가운데서도 '과학관 전공'이란 차별성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국내의 주요 과학관인 서울과학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과천과학관을 거쳤습니다. 특히 광주에 오기 직전에는 규모가 광주의 몇배이고, 국내 최신이라고 할 과천과학관장을 역임했습니다. 게다가 과천 관장으로 일하며  부임이전 연간 110만 명이던 내방객을 각종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연간 250만명으로 늘리고, 연간 수익도 20억원 가량 올린 실적을 갖고  있습니다.

광주에 과학관이 설립되기는 했으나 여러 원인으로 개관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자원해서 왔습니다. 예산과 시설 등등에 문제가 많은 가운데 두 달 동안 전체 직원들 월급도 못주는 상황을 겪기도 했고, 부족한 예산으로 한끼  3500원짜리 밥을 계속 먹으며 과로를 하다보니 장염에 걸려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기업가 정신을 갖고 만난을 뚫고 개관했고,  이제는 또 하나의 지역 과학관이 아니라 차별성 있는 콘텐츠로 전국적 경쟁력을 가져 서울 등 타지 사람들이 오는 과학관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힙니다.이제 갓 시작했고, 이제 막 개관해 허황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동안의 성과와 맨땅에서 과학관을 개관시킨 뚝심을 생각하면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갖게 합니다.

로봇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종오 교수는 대한민국 과학자상 등을 수상한 바 있는 한국 대표 과학자 분 가운데 한 분이십니다. 그래도 연구실을 보기 전까지는 그저 지방에 있는 여러 연구소 가운데 좀 난 연구소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소를 방문하고 난 다음에는 여기가 앞으로 우리나라 로봇의 미래를 담당할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가 되겠다고 인식을 바꾸게 됐습니다. 50명의 연구소원이 있는 가운데 그 중 반은 정식 직원입니다. 나머지 반은 석박사 과정 학생이구요. 로봇 연구소로는 전국 대학 최대, 최고로 평가됩니다.

지방이지만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연구소가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박종오 소장은 말합니다.

"지역 프로젝트는 일절 쳐다보지도 않았다. 국가 과제 가운데서도 남들이 손 든 과제, 어렵다고 포기한 과제만 가져와 밤샘 연구끝에 성공시켰다."

그 결과 전남이란 과학과는, 산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지역에 있는 이 연구소에는 전국 각지에서 인재가 몰려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근무할수 있습니다. 마이크로 나노 분야의 로봇은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며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능동형 캡슐 내시경 로봇이 대표적 사례로 기존의 내시경 진단을 대체함은 물론 장안에서 시술도 가능한 로봇입니다.

이외에도 뇌수술 로봇, 골절 수술 로봇, 재활용 케이블 로봇 등등 새로운 개념의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실력을 보고 독일의 프라운 호퍼 연구소에서는 공동 연구를 제의해 왔을 정도입니다.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아 마이크로 로봇 의료센터를 2018년에 건립하기로 하고 착공했습니다. 대학 구내 곳곳에 흩어져 연구하던 환경에서 첨단 빌딩에서 집적돼 연구할 수 있게 돼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박성수 교수는 기업들과의 연계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지역 기업들이 과학관과의 협력이나 로봇 연구소와의 협업 등으로 윈윈 게임이 가능할 것이고, 이를 위한 다리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습니다.

1박2일의 남도 과학 여행은 과학기술이 지방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고, 과학자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주마간산격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화두를 접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대덕이, 수도권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을 때 지방에 있는 과학기술인들도 자신의 영역에서 구슬땀 흘리며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일부에서는 자신들만의 특성을 갈고 닦는가 하면, 세계 최고의 성과도 올리고 있었습니다.

제조업으로 일어선 대한민국의 다음 행보는 연구개발을 통한 세계 유일의 제품 창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 생활화와 특성화된 연구가 필요한데 그 가능성이 지방에서도 싹트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호남뿐 아니라 영남 등에서도 열정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리라고 짐작됩니다. 묵묵히 각자의 자리에서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분들께 박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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