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벤처결산-하]"그래도 한국경제의 희망은 대덕"

'고름을 짜내야 새살이 돋는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야 새봄이 온다'라는 말이 있다. 지난 한해동안 대덕밸리는 여러 가지는 배웠다.

동료기업의 부도나 청산, 그리고 구속에서 대덕밸리의 다양한 문제점들이 봇물처럼 터졌다. 때문에 대덕밸리 기업들이나 외부에서는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면 충분히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덕밸리에서 활동하는 벤처캐피털 리스트들은 대덕밸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엉성한 관리 시스템과 CEO의 마인드를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기술도 좋고 인력구성에서는 경쟁력이 있는데 안으로 한 발짝 들어가 내부를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초보적인 관리 시스템 조차 갖추지 않았다는 혹평이 있기도 하다. 매출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관리는 창업자들끼리 하던 '소꿉장난'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개발 단계에서는 적당할지 모르지만 기업이 성장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CEO의 자질인데 이런 면에서 대덕밸리 CEO들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최근 청산작업을 벌이고 있는 한 기업을 보면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가 매출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이 늘어나고, 그러면서 당황하게 되자 결국은 사업을 접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와관련 한 인사는 "기업이 성장하면서 볼륨이 커지게 되는데 대덕밸리 상당수 기업인들이 이런 과정에서 적당한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고 허둥대다가 몰락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업이 성장하면 사장 혼자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는 간단한 이치를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부도와 청산, 구속 등 바람잘 날 없던 2002 대덕밸리. 그러면 정녕 대덕밸리에 희망은 없는 것일까. 이에대한 대답은 '그래도 대덕밸리'라고 일부 경제전문가들 사이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이유는 기술력이다. 대부분의 창업주가 기술하나 믿고 창업한 것이 밑거름이 됐다. 전문가들은 대덕밸리만큼 자체 독립적인 기술개발 능력이 있는 곳이 없다는 점을 들어 대덕밸리의 가능성을 인정해 준다.

국내 다른 곳과는 가장 차별성이 있는 부분이다. 과학기술의 메카에서 수혈되는 끊임없는 기술과 인재 공급 역시 이를 뒷받쳐 준다. 올해도 대덕밸리 기업들은 업계에 기술력을 떨쳤다. 국내의 각종 기술관련 수상 경력을 보면 이해가 간다. 혁신기술 기반을 선정하는 이노비즈 선정 업체는 이미 1백50여개 업체를 넘어섰다. 신기술의 트레이드 마크인 KT마크 획득은 매번 전국적으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매출 4백억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스, 그리고 임직원 5명짜리 꼬마벤처가 5백만불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은 여전히 도약을 하고 있다. 특히 아이디스의 경우는 몇 해 지나지 않아 국내 벤처의 선두 그룹 군에 들어설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히카리 통신 캐피털의 나카야마 신야 사장은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을 둘러 보면 대한민국의 어느 벤처기업들 보다 기술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내에서는 이 정도 기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곳은 없다"고 장담했다. 올해들어 약간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코스닥 등록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대덕밸리에서 현재 코스닥 기업은 모두 7개. 등록 심사를 마치고 공모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인식기술을 포함하면 모두 8개다. 대덕밸리는 2000년 2개, 2001년 3개, 그리고 2002년 2개가 코스닥에 진입했다. 그리고 내년에 역시 3-4개 업체가 코스닥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스닥 진입이 다소 침체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도권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진입률이다.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코스닥 시장이 침체 상태에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약간 움추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 "시장이 활기를 띠면 곧바로 진입할 회사들이 꽤 있다"고 전망했다. 마케팅이 대덕밸리의 최대 숙제이기는 하지만 독특한 마케팅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기도 한다.

올해 5백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레이트론의 경우를 보자. 이 기업은 철저히 시장밀착형 경영으로 유명하다. 가령 중국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한 뒤 간단한 제조는 중국에서, 그리고 핵심 기술은 대덕에서 아웃소싱 한 다음 패키징을 거쳐서 수출하는 식이다. (주)SK 사장을 지낸 유승렬 벤처솔루션 사장은 "대덕밸리의 기업들의 기술력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기술력을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팔 곳이 어딘가에 대한 고민을 들어보면 이해가 안가는 기업들도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대덕밸리의 살길은 수출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덕밸리 기업들의 상당수 아이템들을 보면 국내 수요도 가능하지만 '해외용'이기 때문이다. 좁은 국내 시장을 놓고 대기업이 선점하고 있고 비슷한 업체들이 난립한 상황에서 방법은 사실 수출 뿐이다.

실제로 대덕밸리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들은 거의 예외없이 수출을 통해서 일정 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덕밸리벤처연합회 백종태 회장은 "대덕밸리 기업들은 2003년이 기로에 선 한해가 될 것"이라면서 "3-4년차에 접어드는 기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Output을 보여줘야만 기업으로서의 존재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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