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누구를 찍을까" 행복한 고민...새해 격변 전망

대덕연구단지 과학자들은 요즘 기대에 들떠있다. 유력 후보 2명이 경쟁적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파격적 공약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되든 차기 정권에서는 연구 분위기와 처우가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유력 후보인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간의 최대 격전지는 '중부권'이다.

이 후보는 과학기술 수도론과 안면도 개발을 무기로 충청권을 공략하고 있다. 노 후보는 행정수도론으로 대세몰이를 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과학기술중심 국정 운영을 내걸고 있기도 하다. 역대 선거에서 지역 감정이란 배타적 이슈가 아닌 지역 개발이란 발전적 이슈를 통해 '지방'이 핵심 사안으로 떠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후보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특히 과거에는 생각조차 할수 없던 중앙부처의 지방이전을 공공연하게 내걸며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는 대전이 과학기술의 메카인만큼 이곳을 과학기술 수도로 만들겠다고 말한다.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등 과학관련 부서를 이전해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대덕연구단지란 최대의 행정 수요자가 대전에 있음에도 과학기술관련 모든 기능이 서울 일변도로 돼있는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 제안이라고 할수 있다.정부대전청사와 같이 가용할수 있는 하드웨어도 이미 마련된 만큼 임기중에 충분히 실시할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볼수 있다.

노 후보는 이보다 더 파격적인 공약을 했다.몇개 부서 이전만으로는 안되고 아예 중앙부처와 청와대,국회 등 행정기능을 통째로 옮기겠다는 것이다.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경제 기능과 행정 기능이 분리돼 있는 것처럼,서울 일변도에서 국토의 균형발전이란 시각에서 새로운 중심지를 개발하겠다는 발상이다.

현재 5년 단임제 대통령체제아래에서 얼마나 현실적으로 건설가능하느냐는 의문은 들지만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보다 바람직한 안이라고 할수 있다. 이처럼 중부권이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이유는 국토의 균형발전도 있겠지만 '무주공산'이라는 점이 더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뚜렷한 지지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이곳의 동향이 당락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만큼 영향력있는 후보 모두 파격적 약속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누가 되든 대덕밸리에는 큰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가운데 이제는 공약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변화를 수용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대덕클럽과 벤처연합회,연구원 협의회가 주최한 후보들과 과학기술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은 덕담이 많았지만 그 이면에는 엇박자도 엿보였다. 과학기술자들이 가장 많이 요구한 것은 처우 개선이었고,두 후보 모두 파격적 개선을 약속했다.여기에 과학기술인 중용과 과학기술정책 중시 등도 곁들였다. 그러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학자와 후보들간의 시각차도 보인다.

과학자들은 먼저 '투입'(input)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후보들은 '산출'(output)을 함께 강조했다.요구대로 투입을 늘릴테니 산출을 늘릴 방안도 생각하라는 것이 은연중에 깔려있었다. 일부 과학자는 처우개선만 강조하고,산출에 대해서는 무심한 것은 문제라는 자체 지적을 하기도 했다.

차기 정권에서 대덕연구단지가,대덕밸리가 활성화되고 산출을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생산기능의 보완이다. 대덕연구단지의 모델이라 할수 있는 러시아의 아카뎀 고로독이나 일본의 쓰쿠바 학연단지가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침체를 면치 못하고,대덕밸리보다도 세계적으로 덜 알려진 이유는 이곳이 연구기능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덕밸리가 한국 최고의 산업 클러스터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기존의 연구단지에 바탕을 두고,여기에 생산기능이 보완됐기 때문이다. 현재 대덕연구단지에는 연구 기능에 비해 생산 기능은 초라할 정도로 빈약하다.

8백개의 벤처기업들이 있다지만 1백억원대 매출을 하는 기업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흔히들 대덕연구단지는 지역구가 아니라 전국구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하지만 세계적 산업 클러스터를 보면 동심원 모양으로 영향력이 확대되간다.

먼저 주변 지역이 잘되고,이어 전국,그리고 세계로 퍼져나간다. 세계적 산업 클러스터인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스웨덴의 시스타,핀랜드의 울루,대만의 신쭈 등이 살아있는 사례이다. 이제는 과학자 또는 기업인이란 이분법이 아니라,둘 다 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그런면에서 오는 17일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과학자와 기업인들의 연합 송년회는 상호협력을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9일의 대선은 대덕연구단지,대덕밸리 발전에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말뿐인 空約이 아니라 실천이 담보된 公約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의 수요자이면서 주인인 유권자의 행동이 필요하다. 모두가 진지한 고민을 하면서 진정한 대안을 찾아 한 표를 행사하고,차기 대통령이 유세 기간중에 한 약속을 실천하도록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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