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출신...KAIST는 ‘꿈’ 실현을 위한 전초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부 사상 첫 조선동포 학생이 입학했다. 국적으로 보면 당연히 외국인이다.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연길시 출신인 엄룡씨가 주인공이다.

그는 내년 2월 KAIST 학사 입학식을 앞두고 있다. 올해 나이는 23살. 석박사 과정에는 외국인들이 꽤 있지만 학부생은 처음이다. 엄씨는 중국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 무역영어과 1학년 과정을 마쳤으며 수학, 물리 등의 1차 전문성시험과 2차 면접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화해 입학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엄씨는 연변제일고등학교 시절 줄곧 1등만 차지했던 연변의 수재. 그는 베이징을 주무대로 진출하기 어려운 조선족의 한계를 발견하고 베이징의 대외경제무역대에서 KAIST로 진로를 틀었다. 베이징 경무대 무역학과에서 KAIST 전기공학과로 진로를 바꾼 이유는 ‘반도체관련 기업 창업’이라는 꿈 때문이라고 엄씨는 밝혔다.

엄씨의 아버지는 반도체 기업인 아성령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엄씨는 “중국에서 조선족의 지위가 매우 낮아 지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최선을 다해 꿈을 향해 전진하여 조선족의 지위를 상승시키겠다”고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엄씨와의 일문일답.

-KAIST 알게된 동기. “핸드폰에 들어가는 반도체칩을 생산하는 기업 사장인 아버지(엄국진 대표이사)가 사업차 한국을 오가며 KAIST 집적시스템연구센터에 계시는 유희준 교수님을 만나 KAIST에 대해 알게되었다.”

-KAIST로 진로를 변경한 이유. “중국경제무역위원회 직속대학 대외경제무역대학 1년을 다니다가 소수민족에 대한 민족차별을 심하게 느꼈다. 대외경제무역대학은 북경에서 문과대로서 북경대 인민대학 다음으로 알아주는 학교였지만 조선족이라는 명분아래 중국의 핵심권력층에 오를 수 없었기 때문에 KAIST를 선택했다.”

-대덕밸리에 온 소감은. “대덕밸리를 알게된 것은 KAIST를 알고나서 부터다. 중국에 있을 때 중관촌이나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형태라고만 생각했었다. 와보니 학습분위기는 물론 생활환경이 중국보다 월등히 좋다.”

-앞으로의 학업은? “내년 1학기 입학한뒤 이곳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칠생각이다. 박사과정은 기회가 되면 미국에서 하고 싶다.”

-KAIST 생활의 어려운 점. “외롭다. 아직 친구가 없다. 아버지는 중국 베이징에, 어머니는 연변에 계신다. 아는 사람이 없어서 힘들다. 그러나 생활면에서는 아직 크게 어려운 점은 없다.” -KAIST에 대한 인상은.

“학교분위기가 너무 고요하다. 중국에서 다녔던 학교와 천지차이다. 다들 공부하고 연구하느라 바쁘다고 들었다. 학구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열심히 할 것이다.” -어떻게 대학생활 할 건가 “KAIST 학생들보다 학업능력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예를들면 중국에서 미분, 적분을 배우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과외활동을 통해서라도 따라갈 것이다. 학업수준이 안정화되면 동아리생활도 고려하고 있다. 아무래도 1학년때 동아리활동은 힘들 것 같다.“

-학업을 하면서 가장 하고싶은 일은. “KAIST 학부과정에 외국인으로 처음 입학한 장본인으로서 연변의 훌륭한 후배들을 대덕밸리로 데려오고싶다. 교환학생프로그램이나 유학제도 등을 알아본 뒤 그들에게 적극 권장할 것이다.

그들은 한국에서 언어장애가 없기 때문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학업후의 계획은. “중국에 다시 복귀할 것이다. 반도체 사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아직 중국의 경제상황은 터프하다. 중국은 발전가능성을 물론이고 시장도 크다.

중국에서 할일도 많다. 가장 원대한 목표는 조선족의 지위를 높여나가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돌파구로 반도체사업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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