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만 본부장-배명애 박사, 10년 내 제품화 목표 산·연 R&D 파트너십 구축
지난 4월 전임상 돌입…뼈세포 노화 억제 대신 건강한 뼈 형성으로 효과↑, 부작용↓
21C프론티어 생체기능조절물질사업단 이어 신약플랫폼기술사업 지원

신개념 골다공증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신풍제약 연구팀
신개념 골다공증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신풍제약 연구팀

 #1. 50대 여성 A씨는 얼마 전 계곡에 갔다가 살짝 미끄러졌다. 요통이 심했지만 곧 나아지겠지 했다가 다음날 앉아있지도 서있지도 못할 극심한 통증에 병원을 찾았더니 척추 골절 진단이 내려졌다.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진 것은 골다공증이 근본 원인이었다.

#2. 20대 여성 B씨는 얼마 전 학교 교양과목수업 중에 골밀도검사를 받았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다리는 정상범위였지만 팔의 골밀도수치가 골다공증에 이른 것. 운동부족과 다이어트 때문에 젊은 여성들의 골다공증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지만 본인이 그에 해당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골다공증(骨多孔症)'이란 뼈의 석회 성분과 칼슘이 크게 감소해 뼈가 약해지고 틈이 생기는 것으로 이유 없는 통증을 유발하거나 잦은 골절을 유도한다.

최근 골다공증 환자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2013년 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7년 53만5천명이던 골다공증 환자가 2011년 77만3천명으로 늘어났다. 환자의 94%가 50세 이상의 장년층이며,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50세 이상 다섯 명 중 한 명이 골다공증이다. 그 중 대다수(93%)가 여성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골다공증 환자의 90%가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1년 내 치료를 중단한다. 이는 외국 역시 마찬가지여서, 미국의 골절 관련 보건비용은 30조가 넘지만,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은 전 세계를 다 합해도 2012년 기준 75억 달러 수준이다. 골절을 예방하기 보다는 치료하는 시장이 더 큰 모양새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현재 골다공증을 치료할 적당한 약물이 없다는 것.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그에 미치지 못하며, 치료 과정의 편의성이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들이 이러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유제만 신풍제약 연구소R&D총괄본부장과 배명애 한국화학연구원 신약플랫폼기술팀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배 박사팀은 21C프론티어 생체기능조절물질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기전의 골다공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 지난 2월 신풍제약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공동개발에 들어갔으며, 지난 4월 양 기관이 함께 전임상에 돌입했다. 연구진은 10년 안에 기존의 골다공증 치료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의 한국산 골다공증 치료제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학연 '신의약품 플랫폼' 덕에 새로운 후보물질 발굴 

새로운 골다공증 치료제의 가능성은 배명애 박사팀이 골다공증 치료제로서 '타즈(TAZ)' 단백질 조절물질을 발굴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타즈'는 성체줄기세포가 지방세포로 분화하는 것을 억제하면서 골세포 분화는 촉진하는 조절 단백질로서 이화여대 황은숙 교수와 고려대 홍정호 교수가 지난 2005년 사이언스지에 관련 매커니즘에 대한 논문을 게재했다. 

신개념 골다공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한 배명애(맨 앞가운데)박사 연구팀
신개념 골다공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한 배명애(맨 앞가운데)박사 연구팀
배 박사팀은 타즈를 활용할 경우 기존 제품들과 다른 골다공증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기존의 제품처럼 '파골세포(골 성분을 파괴하는 세포)'의 활동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조골세포(세포와 골 성분을 만드는 세포)'도 촉진하는 치료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뼈 조직은 정체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조직으로 파골세포와 조골세포의 균형 있는 활동으로 유지된다. 파골세포가 노화된 뼈 조직을 파괴하면, 조골세포는 이를 다시 재생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1년에 성인 뼈의 약 10~30%가 이를 통해 다시 만들어진다. 그러나 신체가 노화되거나 폐경 후 여성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 파골세포가 과다 증식해 골다공증이 유발된다.

현재 골다공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비스포스포네이트(Bisphosphonate) 계열, ▲SERM(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 계열, ▲ PHT(부감상선호르몬) 계열 세 가지가 있다. 이 중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이 골다공증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파골세포 활동 억제제지만, 이는 건강한 세포로 골밀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골절을 방지하는 효과가 떨어진다.

또 일부 제품은 경구 투입 시 위장 벽에 부착되면 천공이 일어날 정도로 자극성이 심해 약을 먹은 후 30분 이상을 꼿꼿이 앉아있어야 할 정도로 불편하다. 또 약효를 발휘한 후에는 뼈 조직에서 떨어져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턱이 괴사되는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때문에 골다공증 치료제 분야에서는 파골의 억제 뿐 아니라 골 형성을 촉진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큰 과제였다.

배명애 박사가 이러한 큰 숙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22만 종의 화합물이 등록돼 있는 화학연구원의 신의약품 플랫폼 덕분이었다. 배 박사는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약물 검증이 가능하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굴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 박사는 "개발한 후보물질은 대량생산이 용이해 기존 골다공증 치료제의 비싼 가격 문제를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며 "특히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단백질 치료제인 만큼 간단한 복용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부작용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박사팀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골다공증 치료제 개발이 성공할 경우 전혀 새로운 방식의 치료제가 등장하는 것이므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풍제약 "글로벌 신약위해 산학연 연계 필수" 

유제만 본부장
유제만 본부장
"과거에 저도 골다공증 치료제를 개발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돼 배명애 박사의 연구결과를 먼저 검토해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2010년 후반쯤이었는데 보는 순간 경쟁력이 있는 후보물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골 형성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지며, 경구 투여가 가능하고 부작용도 적어 환자 순응도가 아주 뛰어났죠. 1년 정도 평가와 실험으로 검토를 거치며 계속해볼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들어 기술이전도 하고 공동개발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약학을 전공하고 제약회사 연구소에서 30여년을 보낸 유제만 본부장에게 세계에서 통하는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오랜 꿈이다. 하지만 국내제약회사의 연구개발 역량은 아직 부족하다. 국내는 가장 큰 제약기업도 연구원 수가 300여명 남짓이고 전체 제약기업의 총 연구개발비가 2억 달러인 반면, 세계최대 제약회사의 화이자(Pfizer)는 6000여명의 연구원이 70억 달러의 연구개발비로 연간 100건 이상의 신약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까지 감안하면 우리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에게 도저히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 세계 산업에서 의․생명 분야, 특히 신약개발산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발전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유 본부장은 이를 산학연의 연계를 통해 타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내 제약회사들이 직접 새로운 타깃(target)을 발굴하고 질병의 매커니즘(mechanism)을 밝히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산학연의 연계이죠.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수십 년간 한 우물을 판 연구자들과 기업체가 같이 연계해서 하는 것이 국내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중에서도 남들이 다 하는 것이 아니라 다국적기업들이 관심을 보일만한 차별화된 타깃 발굴 전략이 필요합니다."

유 본부장에 따르면 현재 국내 여건은 글로벌 임상3상(相)까지 모두 진행하기는 다소 어렵다. 임상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되는데, 시험약 등을 최초로 사람에게 적용하는 1상에서는 약물의 흡수·분포·대사·배설 과정을 살펴본다. 2상에서는 적정한 약물용량과 안전성을 검토하며 3상에서 최적의 용량을 확정하면 시판이 가능하다.

유 본부장은 현재 최종 임상은 다국적 제약기업과 기술이전을 통해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시아는 신풍제약이 맡되 이외 지역은 다국적 제약기업에 맡겨 개발과정을 공유하며 노하우를 배우고 로열티를 받는 효과를 노리는 것. 5년 정도 안에 기술이전을 마치고 10년 안에 전 세계 어디서나 복용이 가능한 신개념 골다공증 치료제를 시장에 내놓는다는 포부다.

"신약개발은 소재 발굴과 접근에서부터 학문적 의미 뿐 아니라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고려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초기 연구 단계부터 기업과 매칭(matching)해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죠. 꽤 오래전부터 계속되는 이야기지만 여전히 산학연이 서로의 일에 대한 가치평가와 의미부여가 다르기 때문에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신풍제약과 화학연구원이 이번 신개념 골다공증 치료제를 통해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BT분야에서 산학연 공동연구의 좋은 역할모델을 제시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편 해당 프로젝트는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산자원부, 보건복지부 등이 공동 설립한 (재)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을 통해 지원받고 있으며, 연구개발성과지원센터는 해외특허출원지원과 컨설팅 등을 지원하며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신풍제약은…


설립된 지 51년째를 맞는 신풍제약의 창업자 장용택 회장은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국내에 원료부터 만들어 공급하는 제약회사를 세운다는 목표로 1962년 창업했다. 초기에 기생충 약물 개발에 주력했으며, 1983년 KIST와 공동으로 간, 폐디스토마 치료제인 프라지콴텔 원료 합성에 성공했다. 해당 약물은 외국 제약사에 비해 새로운 제조법이자 훨씬 값싼 공정이었다.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4년 제약업계 최초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2008년 9월에는 말라리아 전용공장이 준공됐으며, 2011년과 2012년 연이어 KFDA(한국식품의약품안전처)와 EMA(유럽의약품청)에서 말라리아치료제를 승인받았다. 현재 강력한 의지를 갖고 퍼스트인클래스의 신약개발을 위해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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