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분위기는 옛말...불황의 그림자 역력

hellodd에 매주 연재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튀는 벤처'의 저자 미주 한국일보 홍민기기자가 최근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실리콘밸리에 대한 특별 기사를 보내왔습니다.

현재 처해진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전하고 있네요.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를 느끼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 주]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다. 하이테크 산업의 보고(寶庫)라고 불리던 실리콘밸리의 공기가 무척이나 무겁다. IT산업의 불황으로 부동산 거품은 급속도로 붕괴됐고, 실업률은 미국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제는 '실리콘밸리 엑소도스'로 불리울만큼 지역을 떠나는 주민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3년전 활기찬 도시의 모습은 간데 없고 역동이 넘쳐 흘렀던 분위기는 이제는 옛말이 되어 버렸다. 미국 '신경제'의 대표로 불리던 이 곳이 지금은 '불황'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2년전부터 지금까지 고용창출은커녕 1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날라 갔으며 실업률은 미국 평균치 5%보다 훨씬 높은 9% 수준이다.

심지어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IT 기업의 하나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파산 가능'이라는 류머까지 떠돌 정도로 경제는 엉망진창이다. 실리콘밸리 일대의 빌딩 공실율은 40%에 육박할 정도이며 산호세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IT 전시장의 모습도 싸늘한 분위기이다.

기업들의 잇단 해고에 실직 공포는 물론 소매업까지 불경기에 휩싸여 개인 파산도 지난 10년만에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거기에다 주가 폭락은 개인의 재산 손실로까지 이어져 이제는 '버티기'에서 '체념 분위기'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15여년 가까이 쿠퍼티노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엔지니어 한인 B 모씨는 시애틀로 이주키로 결정했다. 10여년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돼 일자리를 잃고만 그는 가족과 함께 집과 주변을 정리한 뒤 시애틀에서 세탁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집을 정리하면 어느 정도 현금을 소지할 수 있기에 그나마 사업체라도 운영할 수 있고 이 지역보다 주택 가격이 싼 시애틀 지역이라 집도 장만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주가 하락과 세금 문제로 파산 지경에 내몰리게 될 한인들도 적지 않다. 스톡 옵션을 행사, 매입한 주식 가치가 올해 들어 바닥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팔 기회를 놓쳤던 한인들이 과세 기법상 지난해 주가가 높을 때를 기준으로 실현되지 않은 장부상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IT 기업에 다니고 있던 20대의 한인 여성 K모씨는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실직 공포로 적지 않은 부담도 있었지만 이런 기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개인 사업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부동산 매매 자격증을 획득, 센트리 21 부동산에서 부동산 중개업으로 변신을 했다.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꺾였지만 그래도 직장에 메여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과감히 울타리를 탈출했다는 K씨. 보험업을 하는 S모씨는 고객이 크게 줄어 울상이다. 그래도 이 지역에서는 나름대로 큰 규모의 보험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그였지만 "지난해부터 고객들의 상당수가 한국으로 귀국하거나 타 지역으로 이사해 고객의 30%가 감소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한인들은 실리콘 밸리 경제를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인력과 창조적 기업정신, 다양한 기반 산업 그리고 유능한 인력들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피말리는 순간에서도 '1년만 버티면 경제는 회복되겠지'라는 미래에 대한 가능성 있어서일까, '생존해야 된다'는 서바이벌 분위기는 있기는 하다.

[미주 한국일보 홍민기기자] minki@cicsv.com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