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DNA를 키우자⑤]고벤처·모모스등 포럼 열기
"아이디어·투자만으로 성공어렵다…네트워크 필수"

아이디어, 투자와 함께 창업관계자 간의 네트워크가 성공적인 창업생태계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앱 관련 창업가들의 모임인 스타트업위크엔드.
아이디어, 투자와 함께 창업관계자 간의 네트워크가 성공적인 창업생태계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앱 관련 창업가들의 모임인 스타트업위크엔드.

벤처 활황의 지표인 코스닥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상반기 중 600선 돌파도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상승랠리의 주요동력으로 최근 더욱 강력해지고 있는 정부발 벤처창업·혁신중기 육성정책을 꼽고 있다.

출범 이후 연일 숨가쁘게 창업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정부는 최근 미래부·산자부·기재부·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26조원 규모의 대대적인 벤처창업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발표시기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에 발맞춰 창업 활성화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엔젤투자자의 숫자도 다시 증가하고 창업 관련 엑셀러레이터와 인큐베이터, 펀드들이 속속 출현하는 등 바야흐로 창업 황금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좋은 아이디어와 넉넉한 자금만 있으면 창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대다수 창업 전문가들의 대답은 "노(No)"이다. 그들은 좋은 기술과 아이템, 투자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사람 간의 '신뢰'와 '네트워크'를 들고 있다.

지난 2일 KAIST를 방문한 실리콘밸리의 전문투자자 조나단 베어 쓰레시홀드벤처 회장은 벤처창업의 성공요인으로 주저없이 '사람'을 꼽았다.

전세계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그는 "투자자들이 아이디어나 기술에 투자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에 투자한다"며 "그렇기에 제품, 사업계획,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2009년부터 소프트웨어 창업 생태계 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진형 KAIST 교수 역시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사람, 아이디어, 자금이 끊임없이 새로운 만남과 조합을 이루는 역동성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으로 다른 종류의 사람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가와 투자자, 창업가와 창업가들 간의 네트워크와 정보공유를 위해 각종 창업포럼의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경험이 전무한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는 창업 관련 지식과 정보가 집중되는 포럼을 통해 벤처생태계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 교수가 주도하는 '스타트업위크엔드'(appcenter.kr/)는 매년 열리는 앱 관련 창업가들의 전국 규모 행사로 기획, 개발, 디자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약 54시간 동안 새로운 창업 아이디어를 발굴해 실제 앱(App)을 개발하며 다양한 창업사례를 만들고 있다.

벤처 대부 이민화 교수에 따르면 '가벼운 창업(Lean Startup)'의 성공방정식은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비핵심역량은 외부와 협력하는 것"이다. 창업희망자와 초기 창업자들은 아이디어와 기술만 가진 상태이기 쉽다. 자금은 얼마가 필요하고, 회사 설립은 어떤 경로를 통해야 하고, 세무·법무·특허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기업운영에 대한 경험은 전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명 창업포럼으로 성장한 고벤처포럼.
유명 창업포럼으로 성장한 고벤처포럼.
교육용 앱을 개발하는 정인모 아이엠컴퍼니 대표는 "여러 포럼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가 창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고벤처포럼과 V포럼 등 유명 포럼과 거기서 비롯된 파생모임들을 통해 창업 초기에 필요한 지식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며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포럼에 접근하는 게 더 긴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고벤처포럼은 스타트업 멘토로 활약 중인 고영하 엔젤투자협회 회장이 2008년 출범시킨 유명 창업포럼이다. 고 회장은 "열정을 가진 젊은 창업가들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컨설팅도 해주고, 투자자도 연결해주자"는 취지로 고벤처 포럼을 만들었다.
 
10명 안팎의 규모로 시작한 고벤처포럼은 창업희망자와 투자자, 지원기관 담당자 등 매회 250명 안팎의 창업 관계자들이 모여 교류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창업포럼으로 성장했다.

고 회장은 "실리콘밸리 주변에서는 매일 저녁 이런 모임들이 곳곳에서 열린다. 실리콘밸리의 힘은 바로 그런 모임들에서 나오는 개방형 혁신 즉 오픈이노베이션"이라며 "사람을 안 보고 기술만 보는 투자자는 바보라 불릴 만큼 창업에서는 사람이 중요하다. 투자자와 청년창업가가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신뢰를 쌓는 포럼이 성공적인 창업의 중요한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광고마케팅 솔루션을 개발하는 아인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한 조한희 대표 역시 "창업 정보가 모이는 창업넷(www.changupnet.go.kr/main.do)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사업관련 정보를 수집한 것과 창업가들간에 각종 지원제도와 정보가 공유되는 포럼을 찾아다닌 게 창업에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 창업관계자들의 자생적 교류모임인 '모모스벤처포럼'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모스포럼은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벤처인들의 풀뿌리 포럼으로 대덕의 창업열기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대덕 창업가들의 자생적 교류 모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모모스벤처포럼에서 참석자들이 10초씩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대덕 창업가들의 자생적 교류 모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모모스벤처포럼에서 참석자들이 10초씩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조 대표는 "경험도 자본도 없이 창업에 매달려 좌충우돌하던 중에 비슷한 처지에 공감하던 초기 창업자들이 모여 자구책을 찾기 시작한 게 모모스포럼의 시작"이라며 "창업정보가 서울 중심으로 유통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의 창업희망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포럼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14일 세 번째 행사가 열리는 모모스벤처포럼(onoffmix.com/event/14634)은 강동석 소프트뱅크 부사장 등 선배 창업가들의 강연과 함께 M&A 관련정보와 각급 창업육성기관의 지원정책 설명회 등을 통해 대덕 지역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역포럼 발족을 최초 제안한 김채광 모모스포럼 회장은 2002년부터 중기청에서 벤처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벤처창업 열기 속에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한다 해도 담당기관의 사업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현장의 일반 창업자들과는 온도차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좋은 기술과 자금이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창업이 어렵다. 휴먼 네트워크를 촘촘히 엮을 수 있는 포럼이 창업의 큰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